독서모임 100일 잔치
아이들이 더 즐거운 온라인 모임
우리들의 인연은 2021년 2월 24일부터 시작되었다.
그 시작의 중심에는 독서토론을 함께하던 초등학교 3학년 아이 두 명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 zoom으로 모이기는 하지만, 한 명에 비해 다른 한 명이 독서습관이 잡혀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서토론을 두 달 즈음했을 무렵, 한 자리에 앉아 책을 잘 읽지 못했던 그 아이는 "저 어제 두 시간 동안 자리에 앉아 책 읽었어요!" 하며 뿌듯해했다. 그 독서습관을 꾸준하게 길러주고 싶었다. 내가 그 아이 부모도 아니고, 일일이 챙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매일 독서인증 방"을 개설하는 것이었다.
이미 나도 구성원으로서 혹은 리더로서 다양한 인증에 참여 중이고 매일 인증의 힘을, 또 함께 했을 때의 시너지 효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이참에 아이들에게 적용시켜보고자 한 것이다.
이번 일을 핑계로 다른 아이들도 함께 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의 아이들이 친구들을 한 명씩 섭외했다. 친구들의 형제들도 같이 하고 싶다고 하여 멤버는 2명에서 5명이 되었다. 이후에, 인증방 아이들의 변화 및 성장하는 이야기를 듣고 합류하고 싶다는 가정이 있거나(엄밀히 말해 아이의 엄마가 원해서 아이를 설득시킨 경우이다), 구성원 내 다른 친구를 데려오거나하여 현재 10명이 되었다. 우리 집 둘째 아이도 지금 예약 중이라, 앞으로 11명이 될 예정이다.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 10명이 되니 일이 되었다. 어른들이 하듯이 인증하고 완독한 권수를 기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다른 목록들이 추가되어 매일 기록하고 톡에 올리고 격려하는 게 사실 시간이 제법 걸린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Peggy und Marco Lachmann-Anke님의 이미지 입니다.
책 읽기와는 거리가 먼 아이, 흥미가 없는 아이, 동화책에서 그 이상으로 벗어나지 않는 아이가 다 모였다. 과연 될까? 또 과연 얼마나 갈까?
한 아이가 소개해 온 친구 A에게 말했다. A야, 너 책 안 읽는다며 왜 매일 인증해? A가 대답했다. 어, 이 참에 책 열심히 읽어보려고. 소개받아 온 그 A는 요즘 매일 인증을 한다. 처음에 50페이지 혹은 100페이지의 줄글 책을 읽는 것을 도전했던 A가 이젠 200페이지가 넘는 키라 시리즈 책도 거뜬히 읽어낸다. 긴 줄글 책은 이제 도전하는 중이라 시간이 걸릴 때에도 있지만 매일 30분~한 시간까지도 앉아 그 글들을 읽어 내려간다.
B는 그림이 있는 동화책을 읽거나 책을 손에서 놓으려던 아이였다. B의 엄마는 처음에 '과연 될까?' 싶었단다. 하지만, 매일 인증하는 다른 친구들로 인해 이 아이의 승부욕이 자극이 되었고, 지금 초등학교 2학년인 이 아이는 200페이지가 넘는 삐삐책 시리즈를 읽는다. 학교 도서관에 몇 번씩 가서 책을 빌리고 동네 도서관은 일주일마다 간다. 집 근처 중고책 서점도 자주 찾는다. 더욱이 학교 선생님이, 엄마 아빠가 무슨 과목을 좋아하냐부터 시작해서 반 아이들에게 B가 쓴 글을 몇 차례나 읽어주기도 하였다. 요즘 이 아이는 인증방 언니들을 목표로 매일같이 책을 읽어댄다.
A를 소개하고 오히려 책 인증을 놓은 C는 요즘 다시 책 읽기 도전 중이다. 마음이 상해서 놓고 있었는데, 결국 다시 도전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싶었던 '매일 15분 책읽기방'이 드디어 100일을 맞이했다. 그리고 난 사고 쳤다.
"100일 모임 합니다~"
애 셋을 키우는, 특히 어린이집에 안 가고 늘 엄마와 붙어사는 막내와 함께 있는 내가 100일 모임을 한다니! 온택트 시대가 되니 별의별 사고를 친다. 안타깝게도 시험을 앞둔 중학생 3명은 불참이다. 대신 초등학생 7명은 전원 참석했다. 아이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남겨둔다는 게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 버려서 아쉽게도 증거 영상은 없다.
대부분이 지인들이지만 그중에 얼굴을 몰랐던 아이도 있어 대체 어떤 모습일까 싶었던 그 아이의 얼굴을 보니 반가웠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 준비한 퀴즈를 냈다. 그래도 책으로 만난 사이인데 책에 관한 이야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면 한 권의 책을 선정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공지가 늦었다.
부랴부랴 아이들이 읽었을 법한 창작 동화책에서 질문을 골랐다. 문제의 난이도는 비교적 수월했고 문제를 푼 후 3명의 아이들에게는 상품(편의점 상품권)도 보내 주었다.
이후, 자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책에 대해, 이 책은 어떤 책이고 왜 좋은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 부분은 나중에 아이의 엄마를 통해 들은 이야기인데, 100일 모임 직전, 아이가 엄마한테 혼쭐이 났단다. "방에 들어가!"라고 아이 엄마는 소리를 쳤고 아이는 방에 들어갔다. 이 아이의 차례가 되었다. 언제 챙겨갔는지, 준비한 책(전천당)을 손에 들고 이 책이 좋다며, 신기한 과자를 먹고 옥상으로 날아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터에 미안한 마음,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마지막 종료 전, 소감을 나눴다. 반응이 좋았다. 심지어, 처음 얼굴 본 그 아이가 수줍은 듯 "다음에 이거 또 해요~."라고 말을 하고, 두 번째 아이는 "150일 때 또 해요!"라고 당차게 말을 했다. 사실, 모임을 하는 내내 '다음에는 언제 하지? 하지 말까? 일 년 후에 할까? 아니면 방학특강을 해 볼까?' 정도의 생각을 했다. 순간 약간의 부담과 동시에,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어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는 상태라 예의상하는 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네이버 설문지를 올리려 했다. 정확한 피드백이 필요했다. 그러나 바쁜 세 아이 엄마인 나는 결국 엄마들에게 직접 물었다. 아이들의 반응은 내가 느낀 그대로였다. "재미있어!" 독서모임이 재미있었다니, 이에 신기한 엄마들은 하나같이 물었다. "다음에 또 하면 그때 할 거야?" 이에 아이들의 대답 역시, "응!" 주저함이 없는 대답들이다. 아이들이 좋아해 줘서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 왠지 사명감과 책임감마저 든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Peggy und Marco Lachmann-Anke님의 이미지 입니다.
사실 줌으로 100일 모임을 하는 동안, 나는 정말 마음이 영 불편했다. 첫째는 아이의 방에서, 나와 동시간에 같은 줌을 했다. 둘째와 셋째는 거실에 있는 남편에게 맡겼다. 나는 안방에 있었다. 한참 진행하는데, 첫째 아이가 "엄마 패드 배터리 없어요."라고 말을 했다. 남편을 부르자니 일이 커질 것 같았고, 충전기 위치는 아이가 몰랐기에 결국 난 충전기를 가져다주었다. 미리 체크했어야 할 부분이었다. 둘째는 자꾸 방문에 매달려 문을 탕! 탕! 탕 친다. 그렇잖아도 할 거면 같이 하자고 미리 말했었다. 시작하고 나서 문 열라고 하거나 엄마 부르면 안 된다고 했는데 역시나 아이는 계속 나를 찾으며 보고 싶다고 한다. 셋째는 오빠 따라 엄마를 찾는다. 100일 모임을 처음 하는 자리였다.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날이었기에 남편에게 미리 양해를 구해놨었다. 알아서 다 케어해주려니 했다. 남편만 믿고 마음 편히 시작하려 했으나, 역시 남편은 애 보라면 정말 보기만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 놓고 있는 남편이 밉기도 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자기 딴에는 한다고 했는데 아이들이 가서 자기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얘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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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꼬맹이들을 생각하면 괜히 시작했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첫째 아이나 다른 아이들이 좋아하니 후회는 없다. 다음에 다시 할 때, 전략을 잘 짜야겠다. 새로운 경험, 즐거운 시간, 앞으로 기대하는 마음마저 들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음에 또 하자는 수줍은 그 아이의 그 말이 계속 귓전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