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아이들에게 시간적 여유가 많은 방학이라 만나고 싶었다. 여름방학에, 마침 휴가기간인 오늘 적당한 책을 찾다가 따뜻한 감성과 여름휴가를 주제로 한 이 책이 생각났다. 단순히 즐기기 위한 동화책이 아니라 생각해봄직한 내용이 인상 깊어 이 책을 선정하게 되었다.
요즘 우리 가정이 푹 빠져있는 《안녕달》의 동화책이다.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붙잡고 있노라면 또 읽어주세요라는 말을 연달아하게 만드는 책이다.
어느 날 할머니의 집에 손주와 며느리가 찾아온다. 손주가 선물로 주고 간 소라를 통해 할머니는 여름휴가를 가게 되는데, 안녕달의 독특한 상상과 그림이 돋보이는 감성 있는 동화책이다.
《매일 책 읽기 인증》으로 매일 만나고 있지만, 줌을 통해 얼굴을 본 것은 두 달 만이다. 마침 휴가 기간이 겹쳐 이번 휴가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혹은 어떤 휴가를 보내고 싶은지 이야기를 하며 시작했다. 가족끼리 동해바다를 찾은 아이도 있었고, 시골집에 내려가 있는 아이도 있었으며, 시국이 시국인만큼 집에서만 지내는 아이도 있었다. 이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6명이 모였다.
<할머니의 여름휴가> 발제문
1. 할머니 혹은 할아버지와 여행을 간 경험이 있나요?
2. 할머니와 소라
- 소라에 들어가기 전, 후의 모습이 달라졌어요.
어떤 모습이 달라졌을까, 왜 달라졌을까?
- 마법의 소라였을까?
- 소라 말고 다른 방법으로 바다에 갈 수는 없을까?
3. 기념품 가게
- 어떤 기념품이 있었니?
- 나라면 무엇을 샀겠니?
- 할머니는 왜 조개껍데기를 샀을까?
- 선풍기에 꼭 끼워야 했을까?
- 선풍기를 고칠 생각은 안 하셨을까?
- 자식들이 고쳐드리면 어땠을까?
- 왜 아들(손주의 아빠)은 나오지 않을까?
4. "할머니는 힘드셔서 바다에 같이 못 간다."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
- 그림 속 약봉투를 보았니?
- 우리 할머니/할아버지도 약을 드실까?
- 정말 힘들면 바다에 못 갈까?
대략적인 질문의 흐름이다. 40분이라는 제약된 시간 안에서 위의 질문을 다할 수가 없다. 시간을 봐가며 가감했다.
할머니와 소라
동화책을 보다 보면, 손주가 준 소라를 통해 할머니는 여름휴가로 바다를 가게 된다. 바다로 가기 전에는 하얗던 피부가 바다를 다녀온 이후로는 새까맣게 탄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부분을 대부분의 아이들은 발견을 했다. 사실 나도 인지하지 못했는데 아이들이 알려줘서 알게 되었다. 이에 이 내용은 할머니의 상상이 아니라 "정말 바다에 다녀왔다"라고 결론을 짓게 되었다.
기념품 가게에서
할머니는 처음부터 선풍기를 의식하여 조개껍데기를 산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럼, "할머니는 왜 선풍기를 고치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에 "귀찮아서."라고 말을 했다. AS를 받거나 자식들이 고쳐주면 어땠을지, 왜 고쳐주지 않았을지에 대해 물으니 "스스로 해 보려고"와 같은 대답을 했다.
할머니는 힘드셔서 바다에 못 간다
"할머니는 힘드셔서 바다에 못 간다."라는 말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을 들었다. 대부분은 할머니의 연세가 드셔서 몸이 불편하니 며느리가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에 갈 수 있다는 것이 아이들의 대답이었다. 여름휴가에 이어 할머니에 대한 생각까지 해보는 시간이었다.
친구들에게는 할머니, 할아버지이지만 엄마, 아빠에겐 여전히 소중한 엄마, 아빠이다. 그런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어떤 말, 혹은 행동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오늘의 소감을 말하며 마무리했다.
갑작스럽게 휴가를 내려와 아무 준비 없이 시골에서 몇 일째 휴가를 보내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동화책의 내용을 더듬더듬 회상하여 발제문을 완성했다. 주제 동화책은 여러 번 읽었지만 동화책 없이 마무리를 하려니 아이들의 책모임 최종 준비 및 실행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2분 정도 늦게 줌 회의를 열었는데, 미리 준비한다고 한 것이 변수가 생겨서 기다리게 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줌을 하고 있는 동안 남편은 막내를 맡았다. 두 아이는 오랜만에 만난 친척 아이까지 셋이서 화면에 서로 나오려고 약간의 신경전을 한다. 온갖 불안정한 상황에서 오늘도 마음을 가다듬고 줌 모임을 진행했다.
할머니는 힘드셔도 바다에 갈 수 있다
모임 내용은 대체로 매끄러웠으나, 마지막 질문에서 재미있는 토론 논제가 있었는데 놓친 게 아쉽다. 그것은, 《정말로 할머니는 힘드셔서 바다에 같이 못 갈까 vs 그래도 갈 수 있다》였다.
평소에 아이들과의 독서모임 때, 아이들이 좋아하는 찬반 논제이기도 하고 가장 열띤 시간이다. 나와 아이들이 찬성의 입장과 반대의 입장이 되어 토론을 하면 재미있었을 텐데, 제한된 시간에 끝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에 쫓겨 시간 체크만 열심히 한 것이 아쉽다.
찬반 논쟁은 못 하고, 아이들의 생각만 들어봤는데, 아이들은 일제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 수 있다."이다. 이유는, '소라가 있으니까', '가고 싶으면 가면 되니까'와 같은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