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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Oct 05. 2024

자라나는 몸만큼 경험도 자라는 아이들

우리도 미니멀 라이프 가자!!

우와 넓다!

손바닥만한 신혼집에서 시작한 살림은 조금씩 넓어져, 지금은 30평형대 집에서 산다. 첫째와 둘째는 온 집안을 누비며 넓다고 신나게 뛰어다녔다. 베란다 공간은 이미 자기들 차지다. 꼬마 테이블과 꼬마 의자를 옮겨놓고 꽁냥꽁냥 둘만의 세계를 펼쳤다.

사는 게 그렇듯, 넓다고 좋아했던 보금자리는 어느 순간 10평 남짓 되는 공간으로 변신해 버렸다. 아이들의 짐,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놀이만 해서 쌓여가는 장난감들, 양가 언니들에게서 물려받은 옷 보따리와 넘치는 책들로 우리집은 꽤나 골머리를 앓았다. 우리가 집에 짐을 놓고 사는 건지 짐 속에 우리가 껴들어 살고 있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아무리 정리를 해도 금세 쌓이고 지저분해졌다.

첫째가 5학년, 둘째가 2학년이 되면서 '같이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나 혼자 정리한다 한들 나머지 가족 4명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다 감당할 수 없어서다. 내가 쓴 물건을 아무리 내가 정리하더라도, 4명이 한두 개씩만 정리 안 해도 4~8개가 순식간에 쌓인다(물론 실제로 쌓인 물건의 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짐이 개마고원처럼 집 전체에 넓게 쌓여있을 정도였으니까.

처음에는 투덜대기만 하며 정리의 'ㅈ'자도 모르던 아이들에게 제법 정리 스킬이 생겼다. 일만 시간의 법칙! 세계적인 스타들 뒤에 꼭 붙는 수식어다. 시간을 들일수록 느는 건, 정리의 세계에도 통하나 보다. 지금은 집이 다시 환해졌다. 이게 몇 년 만의 일인지. 여전히 거실에는 레고 조각과 학교 가방이 널부러져 있기도 하지만, ‘정리해라.’ 한 마디면 다시 정돈이 되어 내 기분도 덩달아 정갈해진다.

최종 방 정리 마치고, 한 구석을 꾸며 놓은 딸


정리하는데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 아이들은 무언가를 더 이상 쌓아두지 않는다. 전에는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받아온 예쁜 쓰레기들을 모두 끌어안고, 애물단지 같은 커다란 장난감을 방구석에 처박아 두더니.. 지금은 방에 3단짜리 책장 하나, 책상 옆 선반 하나만 채울 정도로 짐을 줄였다. 전에는 집을 치우더라도 뒤돌아서기 무섭게 어지럽혔는데, 지금은 정리된 상태가 제법 유지된다. 아이들의 다음 목표는, 짐을 '더 줄이는 것'이라고 한다. 미니멀 라이프를 살고 싶은 엄마 마음이 아이들에게도 전달된 걸까? 짐을 줄이면 쾌적한 환경에서, 무엇보다 정리하느라 힘들지 않아도 된다는 걸 몸소 깨닫게 된 것 같다. 역시, 모든 경험은 소중하다.


햇빛이 쨍하고 하늘이 파란 오늘 새벽, 모두가 잠든 시간. 나 혼자 베란다 공간을 차지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짐이 가득했는데, 지금은 나 혼자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독서한다. 내게도 드디어 내 공간이 생긴 걸까? 우리도.. 미니멀 라이프.. 가능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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