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29일 우리나라 최초로 '사진'이 중심이 된 미술관이 개관했다.
바로 창동에 들어선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다.
내가 알기로 세계 곳곳에 사진 전문 미술관을 운영하는 도시는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기억한다. 그마저도 거의 미국에 있는 편이고 심지어 유럽에도 몇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까운 곳은 도쿄 정도가 생각난다. 이러니 사진을 중심으로 하는 미술관이 서울에 생겼단 소식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진이란 장르가 기록을 넘어 예술의 영역으로 보다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쁜 마음도 컸다.
개관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가고 싶었으나 여유롭지 않은 마음을 탓하며 두 달을 뭉그적거리다 이번 주에 다녀오게 됐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관심을 가진 것은 바로 [광채光彩: 시작의 순간들]이었다.
정해창
임석제
이형록
조현두
박영숙
우리나라에서 사진이 예술로 인정받기까지 힘써온 많은 분 중, 5인의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한국 사진계의 여명을 밝힌 인물로 평가 되며, 조선인 최초의 개인 사진전을 열었던 '정해창 작가'
리얼리즘 사진을 본격적으로 이끌며 노동자의 고단함보단 그들의 당당함을 보여주었던 '임석제 작가'
현대 사진의 리얼리즘과 여러 사진 집단의 중심에 서며 후배 양성에 힘썼던 '이형록 작가'
한국 사진계에서 독자적인 추상 사진의 선두에 섰던 '조현두 작가'
사진 기자로 활동하며 여성의 권리에 대해 애썼던 '박영숙 작가'
이들의 작업물은 식민지, 전쟁, 가난, 서민의 삶, 여성의 일상 등 한국 사진사가 걸어온 길과 역사를 담은 작품이었다. 이토록 의미 있는 전시를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전시 기간이 10월 12일까지인데 가을이 오기 전 몇 번이고 재방문할 예정이다.
근래에 봤던 어떤 사진 전시보다 깊은 메시지를 던져주었던 시간이었다.
*이번 주는 휴가 기간이라는 핑계로 짧은 한 토막의 글만 남기게 되었습니다. 대신,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을 방문했던 날의 시선을 남기고 갑니다. 언제나 응원해 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더운 여름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신다면 이번 전시는 꼭 한 번 다녀오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