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랑을 주제로 한 꼭지 글을 쓰고 있다.
사랑이라... 사랑하는 게 너무 많아서 고민이었다. 뭘 쓸까 하다가 '사진'에 대해 쓰기로 했다. 정확히는 사진 그 자체보다 사진을 사랑한 '나'에 대한 고백을 담은 글이었다.
사진을 사랑하게 된 계기와 직업으로 갖고 싶던 마음. 그중에서 커머셜 포토그래퍼가 되고 싶었던 이유. 그리고 열정과 고통으로 가득 찼던 스튜디오 생활. 이후의 방황까지. 원고를 줄이고 줄였는데 7,000자 가까이 되고 말았다. 내가 맡은 꼭지의 분량은 고작 3,500자가 전부인데... 마음 같아서 10,000자는 쓰고 싶지만 주어진 분량에 맞추기로 했다. 결국 글을 잘라내고 옮겨서 겨우 근처에 맞췄다.
사진에 대한 사랑 이야기를 쓰며 수없이 과거로 여행을 다녀왔다. 재밌기도 했고 때로는 힘들기도 했지만 많은 감정 중에서 가장 큰 건 그리움이었다. 사진 그 자체보다 그토록 열정적으로 사진을 사랑했던 내가 그리웠다.
그때의 나는, 미치도록 사진을 사랑했었다.
지금은 그때의 나를 만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사랑을 해봤던 '나'를 마주할 수 있어 행복하다.
동네 단골 카페에 앉아 있다 보면 재밌는 일이 자주 생긴다.
대단한 에피소드가 있어서 재밌는 건 아니다. 그냥 흘러가는 사람들, 조금 더 흔적을 길게 남기고 가는 사람들의 온기와 이야기가 쌓이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이날도 다른 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카페에 앉아 있는데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가 가게 유리를 넘어 물잔을 비추고 있었다. 그냥 그 순간이 좋아 카메라를 들었다. 사진을 찍는데 주문을 받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장님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그 순간도 기록하고 싶어 몰래 몇 장을 찍었다. 그리고 사장님께 말씀드렸다. 흘러가는 모습처럼 사장님이 배경에 등장했다고.
사장님이 자기는 사진 찍는 거 좋아한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그래서 이번엔 대놓고 찍어보기로 했다. 그가 포즈를 취하고 나는 몇 장을 더 찍었다. 사진을 보여줬는데 매우 흡족해해서 앉은 자리에서 필름 스타일로 보정을 했다. 완성본을 드리자 사장님은 어린아이처럼 신나 했다. 물론 실제 매우 어린 나이이긴 하다. 그런데 그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찍히는 순간에 서로 즐거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에 대해 질문해 봤다. 잠시 잊고 있던 기분이었다. 그때 알게 됐다. 예전에 내가 어떤 마음으로 가족과 친구들을 찍었었는지. 행복한 순간을 남기고 싶어 사진을 찍었고 그걸 기록하는 것조차 행복이었다.
행복의 선순환. 그 중심엔 '나'와 '사진'이 있었다.
금요일이었다.
9개월 만이던가... 오랜만에 절친을 만났다. 이 친구로 말하자면 나의 절친 중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람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같은 반이 된 이후로 몇십 년의 시간 동안 우정을 쌓아온 사람. 이 나이쯤 되면 다들 '사는 게 바빠서...'란 비슷하지만 저마다 약간씩 다른 이유로 얼굴 한 번 마주하기가 어렵다.
나도 그렇지만 친구도 역시나 체중이 늘지 않고 잘 유지 중이었다. 이 나이가 되면 건강 문제, 체중 문제가 1순위가 되는 것 같다. 그다음엔 돈 문제...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먼저 묻는 게 있다. 바로 오늘의 착장. 초등학생 때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던 친구와 나였다. 우리는 주말이면 잠실에 있는 백화점과 문정동에 있는 상설매장을 다녔다. 물론 조금 더 자라서는 무서운 형들이 있는 동대문 시장과 이태원 시장을 함께 누비기도 했다. 이날도 만나자마자 두 손을 한 번 세게 맞잡고 나선 옷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그럴 수 있다는 게 좋았고 편했다. 세월이 흘러도 친구와 나는 역시 '우리'였다.
나이를 먹으며 각자 고유한 스타일로 패션 라이프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사는 방식도, 모습도 조금 차이가 있었다. 친구는 이직을 고민 중이었다. 지금 회사에 불만이 크기보단 이제 조금 더 안정적이고 길게 일할 수 있는 곳과 고민 중이었다. 이직하게 된다면 연봉은 조금 낮아져도 괜찮으니 내놓은 돈만큼 삶의 질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회사에 다니지 않는 내가 딱히 해줄 조언이랄게 없었지만 도전과 실행을 주저하는 친구가 이쯤에서 문을 닫아 버릴까 봐 한 마디만 조금 강하게 던졌다.
이직을 하든 하지 않든, 어느 쪽이든 좋으니 네가 그걸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엔 서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친구는 알겠다고 했다.
다음에, 겨울이나 혹은 봄 즈음.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면 그가 A와 B를 고를 수 있는 위치로 가는 중이라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처럼 친구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옷 이야기나 실컷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