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였습니다. 내년 연재는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 고민했던 게 말이죠. 작년은 일상에서 만나는 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게 주제였지만 올해는 하루를 보내며 쉽게 흘려버린 행복 조각을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을 적어 보았습니다. 그게 벌써 열한 달이 지났네요.
시작은 한 편에 3-4 조각 정도의 짧은 단상을 사진과 함께 적어보려고 했습니다. 한 주가 7일이니까 그 절반쯤 되는 날의 이야기를 담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렇게 몇 편의 행복 조각을 발행해 보니 '이마저도 쉽지 않구나...' 하는 걸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저런 핑계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일에 소홀했던 순간도 있었고 아무리 찾으려 애써 보아도 손에 잡히지 않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야 말로 실험을 해보기에 적당한 때라고 생각했어요. 행복이라는 게 애쓴다고 찾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말이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 않지만 가능하다'입니다. 연재를 기획할 땐 딱히 어려운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막상 매주 마감을 하려 하니 어디에 숨어 있을지 모를 자그마한 행복을 찾는다는 게 때로는 강박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마음을 마주하는 게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뭐 어쩌겠습니까.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삶인 것을요. 하지만 어둠 속에 있더라도 희미한 빛은 늘 곁에 있었고 그 빛을 믿고 이곳저곳을 더듬거리다 보면 쉽게 지나쳤던 행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경험이 반복면서 제게는 꽤 단단한 믿음이 되었어요. 행복도 애쓴 만큼 모습을 드러낸다는 걸요. 그래서 저의 '행복 조각 찾기' 실험은 성공으로 기억될 겁니다.
커다란 건 어디에 있던 누가 보든 눈에 잘 띄게 마련이죠.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온 행복은 크기만큼이나 더욱 충만한 감정을 안겨주지만 이런 행복은 삶에서 자주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반면 작은 행복은 늘 곁에 있었어요. 반복되는 일상과 고단한 마음을 위로해 주던 건 찰나를 스치고 갔던 자그마한 행복이었거든요. 짧은 순간에 남기고 간 빛이 스며들 때 우리는 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그제도 어제도 무사히 지나올 수 있었던 것 같고요. 그래서 제가 행복 조각에 집착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애써 챙기지 않으면 사라져 버릴 행복 파편들을 어떻게든 붙잡아 두고 싶었던 거죠. 그런데 올해, 마흔여섯 편의 행복 조각을 쓰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하잖아요. 큰 행복도 노력하면 자주 만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기록한 사진과 글의 존재감이 비록 작을지라도 차곡차곡 쌓이자 어느새 큰 행복이 되었거든요. 그것뿐만이 아니었어요. 글을 쓰며 만나고 소통하게 된 작가님들과의 인연이 행복 주머니를 더 크게 부풀려 주었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았다면, 행복 조각을 찾으려 애쓰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던 고마운 순간이죠. 적고 보니 올해 제게 찾아온 큰 행복 중 하나가 '작가님들'이었네요. 이렇게 새삼 또 감동을 받습니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11월에 연재를 마치고 12월은 휴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년 동안 매주 글을 써오며 비워내는 시간의 절실함을 느꼈거든요. 그래서 이번 달은 내년에 연재할 주제를 고민하는 시간으로 행복을 채우려 합니다.
일 년 동안 저의 [일상의 숲 행복의 조각]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이 제게는 가장 큰 행복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글을 읽고 댓글을 남겨 준 분들께 특별히 더 깊은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2025년 12월,
늘 나의 마감을 신세 지던 카페 OHIO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