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후쿠오카

by 윤기




일본에서 맞은 세 번째 아침, 1월의 마지막 목요일이었다.


"즐거운 여행 되셨나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허술한 기계음이 정막을 깨며 말을 걸어왔다.


조금 전이었다.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에 앉아 창밖의 회색빛 도시를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신호등에 적색 불이 들어왔고 엔진 소리가 잦아들자 기사님은 분주해졌다. 그는 양손에 휴대폰을 쥐더니 얼굴을 가까이 대고선 알 수 없는 일본어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1초도 되지 않아 AI가 그의 말을 번역해 주었다. 여행지를 떠나는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였다. 지긋이 나이가 든 어른에게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백발노인의 다정함과 센스가 무척 귀여워 순간 푸핫! 하며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즐거운 여행이었냔 말에 외향인은 주저리 떠들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지만 빈약한 회화 실력 덕분에 강제로 내향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인사만큼은 씩씩하게 밀어냈다.


"아리가토 고자이마스! 하하!"


해외에 나가면 주문이나 인사처럼 간단한 말은 현지어를 쓰려고 노력한다. 그들의 언어를 쓸 때면 설익은 억양에도 놀라움과 반가움, 그리고 약간의 즐거운 표정이 돌아오는 게 좋아서다. 어색한 일본말을 건네는 사이 택시는 어느새 공항 앞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 후쿠오카를 떠날 시간이었다. 얼마 전, 유명한 아이돌 가수와 그녀의 가족을 태웠던 걸 수줍게 자랑하던 귀여운 택시 할아버지와도 헤어져야 했다. 안전하고 안락하게 주차를 마친 백발의 기사님은 우리 가족의 짐을 손수 내려주고 허리를 몇 번이나 숙인 후에야 천천히 몸을 돌렸다. 떠나는 택시의 뒷모습을 보자, 호텔에서 나를 보며 "박 상?"이냐고 묻던 기사님의 눈빛이 떠올랐다. 바보같이 그제야 그의 이름이 궁금해졌다.


'존함이라도 여쭤볼걸...'


결국, 좋아하는 사진작가의 이름으로 그를 기억하기로 했다.


'사요나라, 모리야마 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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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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