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하루

by 윤기





아침부터 시작된 두통이 하루 종일 나를 짓누르던 목요일이었다.


일찍 잠든 탓에 새벽 5시가 되자 잠에서 깼다. 거실로 나와 영화를 봤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해가 뜨고 있었다. 해가 뜨는 걸 볼 때쯤, 서서히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소파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상념이 켜켜이 쌓여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 사이, 나갈 준비를 할 시간이 되었다. 장인어른 생신 축하 자리에 가야 했다. 가족들과 점심을 먹고 카메라를 찾으러 홀로 용산으로 향했다. 서비스센터 문이 보이고 나서야 기억이 났다. 바보같이 배터리를 챙겨 오지 않았다는 게. 두통이 더 심해지자 집으로 가고 싶어졌다. 아니, 가야만 했다. 전자랜드 상가를 나와 신용산역에서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한 번을 갈아타고 나서야 동네에 도착했고 약국에 들렀다. 두 알을 먹으라는 약사의 말이 또렷하게 기억나지만 나는 그의 말을 듣지 않는다. 웬만해선 진통제를 먹지 않는 탓에 한 알로도 충분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욕실에서 정돈을 마치고 나와 타이레놀 한 알을 입안에 털어 넣은 후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았고 잠이 들었다. 4시간 30분 동안.


시계는 8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허무했다. 나의 목요일에 벌써 어둠이 내렸다는 게. 어두컴컴해진 집안을 조명으로 밝히고 생각에 잠겼다. 밀려오는 허망함과 텁텁함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랐다. 그러고 보니 더 이상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그럼에도 짜증스러운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 건 왜일까?


나갈 채비를 했다. 오른쪽 패딩 주머니엔 낮에 찾아온 카메라가 꽂혀 있다. 집을 나와 걷는다. 옆 동네 방향으로, 발길이 닿는 대로. 곧 아파트로 바뀌게 될 동네를 지나자 어느새 영동대교 아래였다. 찻길을 건너 고요해진 성수동을 걸었다. 낮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성수동의 밤길을. 5.53km를 걷고 나서야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 앞에 섰다.


주머니 속 몇 장의 사진이 하루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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