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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 Jul 07. 2024

일 년, 반환점을 돌며...

스물일곱 번째 주, 꾸준한 글쓰기에 대하여



작년 11월 말이었나...

12월과 11월 그 어디쯤에서 다시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나도 마감일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다 [브런치 북] 연재 글쓰기 시스템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1년이면 52주, 기왕 다시 시작하는 거니까 꼬박 쉰다섯 번의 연재를 해내고 싶었다. 그렇게 스스로 마감의 압박을 씌워야 글쓰기란 루틴의 미션을 완수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였다.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누가 감시하는 것도 아니고, 기다리는 독자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최소한 스스로 창피하진 말자며. 그때 그 마음을 상기시키며 반환점을 돌아 하반기에 들어서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웃기다 싶지만, 처음엔 신이 나서 이것저것 계획을 세웠다. 그때는 대단한 각오로 임했으니 그럴만했다. 52주간 쓸 주제를 12개로 나누고 그것을 몇 번씩 몇 주자에 써먹을 건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적어보았다. 하지만 야심 찼던 계획은 단 2주 만에 깨지고 말았다. 원래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게 없다. '주간정산 2024' 브런치 북은 시작부터 어설픔 그 자체였다.


매주, 아니 매일이 새롭지만 그걸 되뇌며 기록한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냥 있었던 일 쓰는 게 무슨 대수냐 싶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불과 며칠 전 일을 기억해 내는 것도 쉽지 않았고, 보다 어려웠던 건 당시 느꼈던 감정까지 끄집어내는 것이었다. 글로 풀어내는 것도 문제였지만 글감을 찾고 가기에 감정까지 입히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익숙하지 않은 일이니, 처음에는 기억에 의존하다 나중에는 메모를 활용했다. 순간 느낀 감정과 단어 정도만 그때그때 메모해서 글을 쓸 때 다시 기억해 낼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에는 조금 귀찮기도 했지만 적응하고 나니 매우 훌륭한 시스템이었다.


한 주 한 주를 그렇게 채웠다.

내가 보낸 한 주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한 자리가 두 자리가 되었고, 어느새 앞자리의 숫자는 1에서 2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게 6개월을 한 주도 미루지 않고 마감을 지켜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글감이 떠오르지 않았을 때도 있었지만 무엇이든 기어코 끄집어내어 발행 버튼을 눌렀다. 창피함은 나의 몫으로 남겨 둔 채 그렇게 했다. 부끄러움 보단 나와의 약속이 더 중요했으니까.


꾸준하게 뭘 한다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무슨 일을 하든 매일매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나의 우상 영감님(알렉스 퍼거슨 경)이 그러셨다. 매일도 아니고 일주일에 몇 번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건데 그것조차 버거웠다. 아마도 왜 이 짓을 하기로 한 건지에 대한 의미가 희미해졌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때 다시 생각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뭘까?' 그랬다. 나를 위해서였다. 누구도 아닌 나를. 머릿속에서 수백 번, 수천번씩 떠오르는 생각 중에 꼭 지키고 싶은 것들이 있었고, 그것을 활자로 남기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생각만 아니라 나라는 존재 자체가 기록되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런 이유로 오롯이 나의 이야기를 써보자 했던 거였다.


글쓰기도 꾸준함을 필요로 한다. 글 쓰는 행위 자체만 꾸준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평소 밖을 돌아다닐 때도, 누군가와 대화하면서도 꾸준히 글감을 찾았다. 상대에게 실례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일상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늘 글감을 떠올리고 메모장에 감정까지 간략하게 적어두었다. 그것들로 블로그에 일기를 쓰고 그중 더 깊게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정해(혹은 몇 가지를 합치거나 다른 것이 될 때도 있었지만) '주간정산 2024'에 연재 글로 발행했다. 연재용 글감을 빨리 찾으면 수요일쯤 간략히 초고를 쓰고 일요일엔 살을 더 붙이고 다듬어서 퇴고를 했는데, 이런 루틴이 생기기까지 4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앞으로 몇 년을 더 해야 글쓰기가 어렵지 않게 될까. 아마 글쓰기를 내려놓지 않는 이상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상반기를 마감하고 하반기에 들어가는 이번 주. 6개월 간 마감의 압박에서 허우적 댄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쓰고 보니 두서없는 글이 되고 말았다. 뭐 언제는 안 그랬겠냐만 이번 주는 더더욱 이렇게 쓱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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