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톡, 꺄톡”
사진이 올라왔다. R 언니가 브라운 갈대와 핑크 뮬리 사진을 올리셨다. 나와 다른 언니들 모두 경탄하며 가을을 느꼈다. 우린 느끼고만 있을 수 없어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만나기로 약속했다.
약속한 날, 언제나처럼 R 언니네서 모여 우선 ‘백운애 꽃’이라는 음식점으로 출발했다.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어떤 도로로 갔는지 전혀 모른다. 뒷좌석 내 옆에 앉은 E 언니와 얘기 나누느라 정신없었고, 가끔 운전석 R 언니와 조수석에 앉은 V 언니와도 얘기하느라... 흐흣, 수다에 빠져 있어서다. 항상 신랑 차를 타든, 언니 차를 타든 얘기 하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백운애 꽃’은 고기 쌈밥 정식집이었다. 나물반찬이나 쌈을 셀프로 가져와야 했다. 기본 반찬이 세팅되기 시작하자 화장실에 가서 손부터 씻고 왔다. 이미 음식점에 와 본 적 있는 R 언니가 나물 반찬을 더 가져오셨고, 쌈을 좋아하는 E 언니는 여러 가지 쌈을 더 가져오셨다. 먹다가 나물반찬이 모자라자 V 언니가 또 가져오셨다. V 언니가 더 가져온 나물을 내려놓으며 농담조로 말했다.
“이런, 우리 막내는 군기가 빠졌어. 꼼짝도 안 하고 먹기만 하는군.”
‘다음번엔 내가 언니들을 먼저 챙겨야지’,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말했다.
“그랬나. 내가, 으잉. 언니, 다음번엔 제가 가지러 갈게요.”
이번에도 R 언니가 관록의 한마디로 도와주셨다.
“J 복이니까 내버려 둬라. 안쪽 자리에 앉은 것도 J 복이지.”
흐흣, 고마운 한 마디다. ‘R 언니, 땡큐!’
내가 좋아하는 단호박이 들어간 대나무 틀 밥에다 오리불고기에 쌈을 싸서, 들기름 향나는 나물과 같이 먹으니 너무 맛있어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 거기에다 노릇노릇한 고등어구이까지 그저 맛있기만 했다. 입에서 달달한 단침이 계속 나와 맛있게 먹기만 했다.
그래, 난 습관이 되어 버렸다.
집에선 내가 전적으로 신랑을 챙기고 밖에선 온전히 신랑이 나를 챙기는 우리 부부의 룰에 젖어 버렸다. 외식 자리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즐거워하며 맛있게 먹기만 하는 습관이 저절로 자연스럽게 나온다.
‘역시 우리 R 언니, 최고!!!’
V 언니는 늘 ‘똑’ 부러지게 핵심을 짚어 말하신다. 그래도 괜찮다. 기분 나쁘지 않다. 장난기 묻은 애교 섞인 말투여서 오히려 귀엽다.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을 듯 그럴 때마다 언니가 마냥 예쁘다. 그리고 R 언니가 항상 중재해 주시니, 흐흣.
포만감 가득하게 점심을 먹고 나서 R 언니가 청계산을 잠시만 걷자고 하셨다. 모두 오케이를 외치며 나무가 드리워진 산길을 걸었다. 평소 등산을 즐기는 E 언니와 V 언니는 산이 좋아서 웃고, 나와 R 언니는 단풍이 좋아서 웃었다. 나무들 사이에 물든 단풍을 찾아 사진을 찍던 내가 R 언니의 고구마 얘기에 웃음 폭탄이 터졌고, E 언니는 내 웃음소리가 동글동글 구른다며 신기하다며 함께 웃으셨다. 이어 V 언니도 내 웃음 포인트가 매번 희한하다며 웃으셨고, R 언니도 덩달아 웃으셨다.
밝은 우리 웃음소리가 청계산 입구에 울려 퍼졌다.
관록의 언니
내공의 언니
핵심의 언니,
세 분 언니들과 보낸 가을 여행, 참 즐거웠어요!!!
(“가을이 오면”, 서영은)
(2020.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