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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eall Jun 10. 2020

편안해서 좋다!

 여전히 좋은 이 세상

편안하다.

V 언니, E 언니, 그리고 R 언니와의 만남은 항상 편안하다.


우리는 6월 초에 공원에서 만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Covid-19로 인해 소셜 디스턴싱이 필요하다며 모두 공원에서 만나자고 했다. R 언니가 우리가 먹을 음식을 준비하시고, 요즘 바리스타 수업을 듣고 있는 V 언니가 커피를 준비하기로 했다. 이 모든 건 그 전 주에 톡으로 미리 조율한 후 결정한 바다. R 언니는 항상 우리 모두에게 공평한 제언으로 리더 역할을 잘하신다. 그래서 우리 세 명은 그냥 따르기만 해도 만족스러운, 흡족한 만남이 된다.


우리가 만나기로 한 전 주부터, 갑자기 쿠팡 물류 센터 관련 Covid-19 확진자가 증가했다. 예정되어 있던 고1, 고2 등교도 또다시 연기되었다. 윤니는 “고3은 사람도 아니냐고.”라고 외치며 등교했다. 왜 고 3만 학교에 가야 하는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며 등교했다. ‘귀여워라. 어차피 갈 거면서’, 참 귀엽기도 하다.


확진자가 증가하든 등교가 연기되든

그래도 편안했다.

변함없이 약속을 지킬 언니들이기에.


“삐이~ 삐이~~~”

긴급 재난 문자(Emergency Alert)가 매일 울렸다. 우리 도시에서 확진자가 2명, 3명, 1명 연이어 매일 나왔다.


그래도 편안했다.


약속 당일, 하늘이 심술을 부릴 기세다. 뿌옇고 흐리다. 이제껏 날씨가 우리 약속에 방해가 된 적은 없었다. 당연히 나갈 준비를 한다. 약속 시간에 맞추어 씻고 화장하는 중에 톡이 울린다. V 언니가 올린 톡이구나. 날씨가 추우니 공원이 아니라 실내에서 만나자는 내용이다. 화장을 마무리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기에 급급하여 톡에 들어갈 수가 없다. 어쨌든 나가면서 더 자세히 보던가 공원 쪽으로 가면서 보면 되니까 하고 출발한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걸어가려고 했는데 자동차로 가야 하나. 결정하지 못한 채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다. 휴대폰 벨이 울린다. R 언니 전화다. 갑자기 비가 많이 와서 음식점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그곳으로 오라고 하신다. 그리고 차를 가져올 거면 언니네 아파트에 세우라고도 하신다.

참, 편안하다.

약속 시간을 맞추느라 톡 읽을 여유가 없었다. 내가 톡을 읽지 않은 걸로 되어 있으니 직접 전화로 알려 주신다.

정말 내 스타일이다.


V 언니, E 언니, 그리고 R 언니는 여러 면에서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시고 나와 비슷한 태도로 사람을 대하신다. 행여 조금은 달라도, 서로 다른 점이 있어도 그냥 얘기를 들어주고 그냥 서로를 챙긴다.


참, 좋다!


갑자기 비가 무척 쏟아졌지만,


언니들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통통 튄다.

언니들을 만나러 가는 마음이 편안하고 참 좋다!




https://youtu.be/wrFsC1ldJEc​​  


(여전히 좋은 이 세상, “Il Mo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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