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할 때 살살하세요

by novel self


예쁜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법인데 그날은 그저 맘 속으로 ‘아이, 예쁘네’ 생각만으로 그쳤다.


이러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댄스 자리 때문이다. 두 번째 줄 가장 왼쪽 자리(7번 자리)에 서던 B회원이 요즘은 그 자리에 서지 않고 있다. 왜 그 자리에 서지 않는 걸까. 그 자리에 서던 EJ가 피트니스를 그만두었으니 7번 자리가 공석이다. 7번 자리는 B회원이 차지해도 되는 자리인데 B회원은 왜 거기에 서지 않는 걸까. 도리어 왜 7번 뒷자리인 내 왼쪽 13번 자리에 서는 걸까. 13번은 JM회원이 주로(출석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오는 날엔 주로) 섰던 자리다. B회원이 뒤로 물러 서니 JM회원도 한 줄 뒤로 물러난 상태다. A회원도 다시 나와서 자리가 더 필요한데, 내 오른쪽 자리도 이제는 S회원 자리여서 그 자리엔 다른 사람이 설 수 없다. 이 자리 저 자리를 헤매다 보면 결국 어디에도 고정 자리가 없게 된다. 우리 댄스 자리 룰을 잘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만약 고정 자리가 비었다고 명단에 이름을 쓰고 눈치 없이 그 자리에 서면 묵언의 미움을 받게 된다. 그것으로도 자리 룰을 알 수 있다. 코로나 19로 댄스를 했다가 말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쉬었다가 다시 시작할 때마다 자리 문제가 발생한다. 어찌 된 일인지 몰라도 이번 댄스 재시작부터 B회원은 내 왼쪽 자리에 서고 있다. 그래서 E회원도 A회원도 내 왼쪽 자리에 설 수 없고 A회원은 내 오른쪽 자리에도 설 수 없다. 그래도(속내는 몰라도) E회원은 재빨리 19번 자리를 잡았다. 여러 번 자리 문제를 경험한 노하우다. 그런 와중에 A회원은 내 오른쪽 자리와 뒷자리에서 계속 서성이고 있다. 만약 B회원이 예전에 섰던 7번 자리로 돌아가면 어떻게 될까. JM회원이 13번 자리에 설까. 그건 모를 일이다. 미래는 알 수 없다.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더욱더 알 수 없다. 세 번째 줄 네 번째 줄이 매일 조율 안 된 자리로 불편한 나열을 보여주듯, 무르익지 않은 사람들은 (두루 보지 못하고) 자신만이 먼저이기에. 세 번째 줄까지는 안정적인 정렬이었는데 왜 이렇게 허물어지게 된 걸까. 어쨌든 시간은 계속 흐르고 곧 남은 자리도 차겠지. 마음이 편치 않다.


이유, 또 하나는 요즘 댄스 회원들 건강이 좋지 않아서다. 두 번째 줄 HJ회원을 시작으로 한 사람씩 아프기 시작했다. HJ회원은 허리를 다쳐서 한 달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그에 이어 A회원도 다시 허리를 다쳤다. 나는 알레르기가 올라와서 일주일간 쉬었다. C회원은 목과 발이 아프다고 했고 J회원도 갑자기 허리가 아파 물리치료를 받았다. Y도 팔을 다쳐 침을 맞느라 일주일간 나오지 못하고 있다. 나와 동갑 회원뿐만 아니라 동생 회원들도 이런저런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과도한 움직임은 관절염을 유발한다. 자신 몸에 맞지 않게 (자신 몸의 뼈, 연골, 관절 상태에 맞지 않게) 운동하거나 동작이 과하면 관절통이 생긴다. 우리 선생님이나 Lia Kim 동작을 보면 도도하다(댄스를 모르는 초보들이 보기엔 조금 뻣뻣해 보일 수 있다). 이처럼 무용 고수들은 절도 있는 동작의 묘미가 돋보인다. 반면 댄스 동작에 욕심이 과한 사람들은 몸짓이 흐느적거린다. 그러면 몸의 여러 부위가 차례대로 아프게 된다. 몸을 많이 쓴 운동선수들처럼 말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현대인들은 운동 관련 통증이나 일상생활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내가 모르는 다른 회원들도 어딘가 아프겠지만, 현재 내가 아는 건 이 정도다.


이렇게 자리 문제에다 아픈 회원들이 많다 보니 흥이 나지 않는다.


모두들 아픈 데는 나이도 나이지만 누구든 자기 몸에서 약한 부분이 있다. 나는 무리하면 알레르기가 올라온다. 원래 땀이 나지 않던 피부였는데 댄스를 하면서 땀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땀이 날 때는 조금이어도 바로 닦지 않거나 씻지 않으면 작은 크기지만 발갛게 뭔가 올라온다. 가려울 때도 간혹 있다. 흰 피부인 사람들은 대개 이러하지만 나는 더 예민한 것 같다. 운동 동작 면에서는 손목이 가장 약하다. 그 다음으로 (체중이 증가한 이후로) 발목이 약하다. 평소에 댄스, 요가, 필라테스 중 어떤 운동을 하든 손목 통증 방지를 위해 손목 아대를 착용한다. 발목을 위해서는 뛰는 동작을 자제한다. 댄스에서는 발목을 조심하고 요가와 필라에서는 손목을 조심하는 편이다.

이번에 병원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더 당부하며 말했다.

“운동할 때 살살하세요. 그리고 항상 몸을 조심조심, 뭐든 무리가지 않게 하세요.”

“네, 그래요. 운동할 때 컨디션에 따라 동작을 정확하게 하지 않고 설렁설렁하는 편이고요. 스트레칭도 제 몸 상태에 맞춰 적당히만 해요.”

이렇게 말하며 생각해 보니, 실은 조금 무리했다. 오랜만에 줌바 댄스까지 들어가 버렸다. 다이어트 댄스 3일 위주로 하다가 줌바 댄스 하루를 더 해서 연달아 4일을 운동했다. 주사를 맞고 연고에 약까지 받아오며 궁리했다.

‘이유를 하나 더 찾아보자. 운동을 하루 더 했다고 알레르기가 올라오랴.’

‘아, 환절기구나.’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는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예전엔 환절기여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왜 이러지.

‘나이를 한 살 더 먹었구나.’

이젠 계절의 성격이 바뀔 땐 조심해야 하나. 대략 3월과 9월에는 조심해야겠구나. 당분간은 내 체력에 맞추어 주 3일 정도만 운동해야겠다.

‘이젠 나도 몸을 사려야 하는 나이인가, 흐 이젠 그런 나이인 걸까...’

(202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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