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찾는 알바 사장님
일주일 후에 나가달라는 구두 퇴사 통보
사장님한테 구두 퇴사통보를 받은 것도 아니고
그에게 이쁨을 받던 매니저한테 통보를 받은 거라
카페 마감일을 하고 집에 가서 알아보니
한 달 전에 퇴사 통보를 하지 않으면
[해고 예고수당]이라는 거 줘야 하는 법이 있어서
그날 사장님께 문자를 드렸었다.
"퇴사예고를 한 달 전에
해주셔야 하는데 이번 주에 나가라고 하셨으니
근로기준법에 따른 30일분의 통상임금을
주셔야 할 것 같아요"
근데 보낸 문자에는 답을 안 하시고
그다음 날에 내가 근무하는 시간에 카페에 나오시더니
한 달간 유예기간을 줄 테니 그 사이에
나가달라고 말을 바꾸셨다.
(얼마나 급하셨으면 내가 일하는 날
나 대신 일할 매니저와 함께 와서
매니저는 일하게 하고 나는 손님 테이블에
앉아서 퇴사해 달라는 말을 또 들었다.)
문자엔 답 없으셨던 사장님이
그 밤에 준비해 오신
퇴사 이유를 적어온 a4용지를 내밀며
읽어보라고 하시는데
당일날 얘기하자는 말도 없이
갑자기 내가 출근하는 시간에
기습 찾아온
사장님도 당황스럽고
갑자기 일어난 이 상황이
다 당황스러웠다.
사장: "한달 유예기간 줄테니까
그 안에 다른데 찾아보고 나가"
나 : "이번주까지만 하라고 하신거아니에요?
그래서 해고예고수당 말씀드린건데요?"
사장: "그건 구두로 한 거라 효용 없어
한 달 유예 줄 테니 그 안에 나가"
이 대화로 3번 이상 돌림 대화를 했다
사장: "네가 지금 납득이 안 가나 본데
그래서 네가 지금 원하는 게 뭔데?"
나 : "저는 30일분 통상임금이요"
사장 : "그걸 주기 힘들다니까? 나 돈 없어"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했지만
더 이상 말싸움 하기 싫고
옆에 손님 있는 장소에서
더 이상 창피하기도 싫어서
더럽고 치사하다
사인하고 당일 나가겠다고 하고
돌아선 내 뒷모습에 외치는 한마디
"지금까지 대화하면서 있었던 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쳐주겠다"
대단한 아량이시네요
(밖으로 나오자마자 앞에서 울면 자존심 상해서
참고 참았던 눈물, 콧물이 쏟아져서
마스크로 다 흡수했었다.
그때 전화하자마자 와준 친구들아
고맙다,, )
진짜 그 사장한테
연락할 일 물론 지금까지도 없지만
그때는 전화로 해결할 일이 있어서
카페 그만두고 며칠 뒤에
전화를 하니 때마침
그 사장 옆에 그의 아버지가 있었나 보다
그걸 어떻게 알았냐면
이 이야기들이
본인 아빠한테 알려지면 안 됐는지
점점 목소리를 작게 하면서
"아 옆에 아빠 있다고"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나이 먹을 대로 먹은 사람 입에서 나올 문장인가?
'어쩌라는 거지,,??' 황당하였지만
그래도 내가 어떤 그릇을 가진
사람에게 퇴사통보를 당한 건지 알게 돼서
그때 나왔던 것에 감사하고 있다.
그 사장님 말고도 사실 지금까지
나이만 많다고 어른이 아니라는 건
깨달으면 살고 있지만
그땐 그 문장이
그해에 들은 최고의 명대사였지 않나 싶다.
카페 아르바이트하면서 느낀 점은
역시 어느 곳에 가던 일하는 사람이
제일 중요했고
기대감으로 시작했던
카페 알바의 로망은
현실과 전혀 달랐다는 점
갑자기 퇴사통보를 당하는 일도 있고
세상 살면 다양한 일 많이 겪으면서 산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정말 생각만 해도 울컥울컥 하는
일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앗싸 이야기보따리 하나 더 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