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고와지는 맛
차근차근 하나씩
정량에 맞게 재료들을 준비하며
반죽을 만들어내는 시간은
나에게 명상과 같다.
반죽을 완성시키기 위해
밀가루를 채치고
초콜릿을 다지는 단순 노동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딱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달달한 향을 맡으며
나만의 명상 시간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반죽은 오븐에 들어갈 준비를 다 마친 상태다.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준 이 기특한 녀석에게
대단한 맛까지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븐을 열면, 언제나 감동한다.
허여멀건한 밀가루 덩어리가 무어라도 되어서 나와준 것이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다.
사실 밀가루와 설탕과 버터가 만나면 뭔 짓을 해도 맛있다.
나의 인생에도 제일 소중한 몇 가지만 존재한다면
그럭저럭 달달한 인생이겠구나 싶다.
쿠키를 만들면서 얻은 교훈치고는 꽤나 쓸모 있다.
밀가루를 채치면서 나를 성가시게 한 잡다한 생각들도 같이 채쳐진 듯하다.
호두와, 초콜릿, 설탕, 버터, 밀가루가 잔뜩 들어간 나의 '초콜릿 호두 청크 쿠키'
호두를 삶고, 굽고, 조각내고, 초콜릿과 버터를 큐브 모양으로 자르고 등등 전처리 과정이 한가득인 이 친구는 여러 생각으로 마음이 괴로울 때
꼭 한번 만들어보길 추천한다.
생각 정리 레벨 별 네 개짜리 코스다.
초콜릿의 달콤함과 호두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너무나 맛있다.
크기도 커서 한입에 누릴 수 있는 즐거움도 어마어마하다.
큰 덩치로 달콤하고 고소한 향기도 잔뜩 내뿜어준다.
이렇게 달콤한 향을 맡는다면
어떤 고된 마음도 고와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