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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적인튀김요리 Feb 05. 2021

나의 존재에는 조건이 필요할까

일곱 번째 책 <강남 사장님>


<깔끔하게 꽂는 책꽂이>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작품을 선생님의 관점에서 읽고 소개합니다. 주변에 책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지루하다는 이유로 혹은 길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분명, 그다음의 책을 스스로 찾아 나설 겁니다.



"기존 유튜브를 다룬 작품들이 유튜브를 향한 어린이의 단편적인 욕망을 다뤘다면 이 작품은 한 발 더 깊이 들어가 유튜브의 뒷모습까지 파헤치려고 하는 시의성 있는 소재가 특별했다." (심사평 중에서)


사실, '유튜브'의 양면을 다룬 책인 줄만 알고 대뜸 사서 읽었던 책입니다. 비룡소 황금도깨비상을 수상했다는 점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채 구입한 까닭에 한몫을 했죠. 물론, <강남 사장님>은 유튜브 이야기도 다루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가장 핵심적인 소재이기도 하죠.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자존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강남 사장님> 속 첫 번째 주인공, 강남냥은 고양이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주 '성공한' 유튜버 고양이이죠. 두 번째 주인공, 지훈이는 아빠의 사업 실패로 '망한' 집안의 아이입니다. 집안이 망하면서 좋은 집에서 그렇지 않은 집으로 이사 가야 했고, 전학도 가야 했죠. 고작 열두 살의 지훈이는 기울어진 집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수상한 아르바이트를 시작합니다. 유튜버 강남냥의 집사 일입니다. 간식 준비부터 영상 촬영, 댓글 관리 심지어는 발톱 관리까지 해야 합니다. 허드렛일을 도맡는 일이죠.


물론,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원룸의 월세와 맞먹는 월급을 주는 이 꿀알바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돈만 벌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지훈이는 학교에서 '강남 밥맛'으로 불립니다. 전학 온 학교에서 부러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지 않다 보니 생긴 별명이죠. 말을 꺼낼 때마다, 강남, 강남 했던 것도 한몫을 했습니다. 지훈이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집이 망했다고 무시당할 바에는 혼자인 게 나으니까요. 지훈이는 집안이 무너지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잃어버렸습니다. 돈이 없으니 우리 가족은 행복할 자격이 없고, 새로이 친구를 사귈 자격이 없으며, 한가하게 꿈꿀 여유도 없다고 생각하죠. 자존감이 무너진 겁니다. 


"뭐라고요? 저 왕따 아니에요. 제가 애들이 싫어서 제가 멀리하는 거예요. 제. 가. 요. 지질한 애들하고 친구 하느니 혼자가 좋아요." (52쪽)


그런데 갑자기, 그 유명했던 유튜버 강남냥이 망하게 됩니다. 지훈이보다 더 먼저 강남냥과 함께 일했던 정실장의 욕심 때문입니다. 하루아침에 무너진 강남냥을 보며 지훈이는 강남냥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낍니다. 과거의 영광을 버리지 못하면서 고집을 부리며 자존심을 지키려고 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이죠. 결국, 조건에 상관없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하고 내팽개치는 강남냥의 모습이 곧, 자신의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그제야 지훈이는 자신의 생각이 어리석었음을 알게 된 것이죠. 자신의 존재 자체에는 어떤 자격 조건이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지훈이는 다시, 친구들에게 다가가고 작지만 소중한 꿈을 키우고, 가족과 함께 작지만 따뜻한 공간에서 복작복작 살아갑니다. 조건은 단 하나도 변하지 않았지만, 지훈이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으니까요.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작아지는 때가 있다. 이제는 안다. 당당히 살기 위해서 어떤 자격이 필요하진 않다는 걸. 사장이든 알바생이든 개든 고양이든 모두 다 마찬가지다." (113쪽)



<강남 사장님>은 유튜브 이야기도 물론, 들어있지만 강남냥이라는 '성공한' 유튜버와 김지훈이라는 '망한' 집안의 아이가 만나 서로의 존재를 위로하고 보듬는 이야기입니다. 집을 세우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아니 어쩌면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지훈이와 진정한 사랑과 행복한 삶이 필요했던 강남냥의 이야기이죠. 제가 이 책의 주제로 '유튜브'가 아니라 '자존감'으로 꼽은 까닭입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양면에 대한 이야기는 책의 곁가지로 다루기를 제안합니다.


사실, 좀 비약적으로 느껴지는 희망적이고 아름다운 전개에 읽는 아이들이 살짝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 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화적 허용(?)으로 충분히 이해할 만한 부분이라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이 부분마저도 읽어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전개 과정을 바꿔보거나 결말을 새롭게 써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더 많은 책 - https://www.instagram.com/childwith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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