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환상적인튀김요리 Jan 20. 2021

부모님을 선택할 수 있다면

여섯 번째 책 <페인트>

<깔끔하게 꽂는 책꽂이>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작품을 선생님의 관점에서 읽고 소개합니다. 주변에 책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지루하다는 이유로 혹은 길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분명, 그다음의 책을 스스로 찾아 나설 겁니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처음'이 존재합니다. 처음을 마주한 우리는 실수를 반복하기도 하고 숱한 어려움도 겪죠. 우리가 이룬 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족 중 누구도 선택하지 않았지만 가족이 되었고 가족 모두에게 처음 일어난 일입니다. 모든 게 서툴기만 합니다. 실수와 어려움 투성이죠. 때로는 화도 내고 때로는 짜증도 내죠. 그 어려움은 학대, 가출, 자살 등  일어나선 안 되는 일들로 번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가족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실수와 어려움을 없애고 더 완벽한 가족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소개할 <페인트>는 아이들이 직접 부모님을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던 때, 국가는 NC(Nation`s Children)를 설립하고 부모가 여러 가지 이유들로 아이를 키우려고 하지 않을 때, 정부에서 그 아이를 데려와 아이를 키우는 정책을 펼칩니다. 그렇게 NC로 보내진 아이들은 열아홉 살까지 길러지고 열셋부터 열여덟까지는 자신의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부모 면접권(Parent`s Interview)이 주어집니다.


NC의 아이들은 그 면접권을 Pa-Int, 페인트라는 은어로 부르죠. <페인트>의 주인공 제누는 열일곱입니다. 부모 면접이 가능한 열여덟까지 단, 1년 만을 남기고 있습니다. 좋은 부모를 소개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가디들은 부모 면접에 영 소극적인 제누가 안타깝기만 합니다. 열아홉이 되면 NC를 떠나야 하지만, 부모 선택 없이 나간 사회 속 NC의 아이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가디로서는 안타깝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디는 더 좋은 부모, 조건이 좋은 부모를 제누와 연결시켜주려고 노력합니다. 제누가 마음에 들어 할 수 있도록 말이죠. 하지만 제누는 부모들의 완벽한 조건과 어쩌면 포장되어 있는 듯한 대화 속에서 기시감을 느낍니다. 실수와 어려움이 없는 가족은 가족이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제누는 서로 사랑하지만 때로는 싸우고 짜증도 부리면서 조금씩 조각난 마음들을 맞추어가는 것이 가족임을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부모도 완벽하지 않고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자신도 완벽하지 않다는 걸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부모를 선택한다는 것은 부모가 아기를 낳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든 자기 아기에 대해서 엄청난 천재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들보다는 잘났으면 좋겠다는 마음 정도는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 환상이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부모에 대한 우리의 기대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만날 부모만큼은 진심으로 아이를 아껴 주고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지성과 교양을 갖춘, 완벽한 사람일 것이라는 기대. 그러나 몇 번의 페인트를 거치면서 알게 된다. 우리도, 그들도, 조금씩 문턱을 낮추고 어느 정도 타협하는 심정으로 변한다는  것을 말이다." (206쪽)



소설 <페인트>는 제누를 둘러싼 이야기를 통한 주제 의식 이외에도 가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치들이 많습니다. 페인트에 성공하고도 돌아온 노아, 설레는 마음으로 첫 페인트에 도전한 아키, 학대의 슬픈 기억을 NC의 아이들이 되풀이하지 않도록 마음을 쏟으면서 고민하는 가디들까지.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우리 가족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소설입니다.


어쩌면, 아이들이 읽는 것뿐만 아니라 부모님이 함께 읽어보면 더 의미 있는 책 읽기가 되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아이들은 몇 점짜리 아이들일까요? 부모님은 몇 점짜리 부모님일까요? 100점짜리 가족은 있을 수 있을까요. 점수로 결론 내릴 수 없는 가족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새로운 사회에서 부모를 고민하는 아이들을 통해 가족의 기준과 가치를 들려주는 <페인트>였습니다.


더 많은 책 - https://www.instagram.com/childwithbook/

이전 04화 언어의 역사성과 사회성의 충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