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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적인튀김요리 Jan 09. 2021

언어의 역사성과 사회성의 충돌

다섯 번째 책 <프린들 주세요> + <책상은 책상이다>


<깔끔하게 꽂는 책꽂이>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작품을 선생님의 관점에서 읽고 소개합니다. 주변에 책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지루하다는 이유로 혹은 길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분명, 그다음의 책을 스스로 찾아 나설 겁니다.



언어는 변합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새로 생기기도 하며, 없어지기도 하죠. 이것을 언어의 역사성이라고 말합니다. 내비게이션이라는 단어가 새로이 태어나거나 자장면이 짜장면과 함께 인정되기도 하죠. 한편, 언어는 약속입니다.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암묵적인 약속인 만큼 마음대로 바꿀 수 없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언어의 사회성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언어의 역사성과 사회성은 충돌하는 개념입니다. 언어는 변화를 꾀하지만 한편으로는 변화를 경계하죠. 오늘 소개할 두 책은 두 가지 언어의 특성을 의미 있게 다룬 책입니다. <프린들 주세요>와 <책상은 책상이다>입니다. 두 책이 각각 충돌하는 언어의 특성을 다루고 있는 만큼 같이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프린들 주세요>의 주인공 닉은 우리가 알고 있는 Pen 대신 Frindle이라는 엉뚱한 말을 새로이 지어 유행시킵니다. Pen이라는 단어를 지키려는 기성세대와 Frindle이라는 단어를 유행시키는 신세대의 낱말 전쟁입니다. Frindle은 신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 나갑니다. Frindle을 시작으로 촉발된 낱말 전쟁은 사회의 문화들을 하나씩 바꾸어 나갑니다. 언어가 우리의 사회, 문화 전반에 끼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결국 Frindle은 Pen을 대체할 수 있는 낱말로 사전에 실리게 됩니다.


"그래 봤자 소용 없어요. 이제 프린들은 어엿한 말이 되었어요. 처음에는 제 것이었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저도 그렇게 하겠어요. 하지만 이제는 안 돼요."


<책상은 책상이다>의 주인공은 평범하고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던 사물들의 이름을 바꾸어 부르기 시작합니다. 침대를 그림이라고 부르고 책상은 양탄자로 의자는 자명종이라고 부르죠. 그는 부단한 노력 끝에 완전히 자신만의 언어 체계를 완성합니다. 그 결과 자신의 속한 사회의 언어 체계는 완전히 무너지게 되죠. 결국 그는 세상과 단절되고 맙니다. 더 이상 그는 사람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 사람들도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침묵하게 되었고 다시는 대화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그때부터 말을 하지 않았다. 자기 자신하고만 이야기했고 인사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프린들 주세요>와 <책상은 책상이다>는 각각 언어의 역사성과 언어의 사회성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두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내지만 결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됩니다. 닉은 많은 부와 명성을 얻게 되지만 회색 망토를 입은 노인은 단절을 얻게 되죠. 두 주인공의 결과가 달랐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닉은 처음 프린들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면서 자신의 친구들을 포섭합니다. 그리고 맹세를 하게 하죠. 다시는 펜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고 프린들만 쓰겠다는 맹세입니다. 닉은 새로운 단어에 역사성을 부여하기 위해 사회성을 먼저 부여합니다. 약속을 만드는 거죠. 반면, 회색 망토의 노인은 새로운 단어 체계를 만들기 위해 혼자서만 부단히 노트를 정리하며 애를 씁니다. 그는 새로운 단어에 역사성은 부여하고 있지만 사회성을 부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언어의 사회성은 역사성의 선행조건입니다. 실제로 국립국어원에서도 매년 사회성에 근거해 형성된 신조어들을 모으고 몇 년간의 추이를 지켜본 뒤 그 언어에 생명을 부여할지 말지 결정합니다. 역사성을 부여하는 작업입니다.



<프린들 주세요>와 <책상은 책상이다> 두 책은 언어의 특성에 대한 흥미로운 논의를 전개할 수 있는 상반된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두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결과의 질적인 차이를 생각하며 언어의 특성들을 이해해볼 수 있는 좋은 교재입니다. 앞서 다룬 사회성, 역사성뿐만 아니라 자의성, 기호성, 규칙성, 창조성도 모두 다룰 수 있을 좋은 책입니다.


또한, 아이들은 SNS를 매개로 엄청난 신조어를 만나고 또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두 책을 통해 자신들의 언어생활에 왜 신중해야 하는지도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무조건적으로 신조어의 유행이나 흐름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이후의 언어 체계가 바뀌고 나아가 우리 사회와 문화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을 이해함으로써 자신들의 언어생활에 대한 책임의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책을 연달아 읽으며 언어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온작품읽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더 많은 책 - https://www.instagram.com/childwith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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