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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적인튀김요리 Jan 06. 2021

모모와 시간 도둑

네 번째 책 <모모>


<깔끔하게 꽂는 책꽂이>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작품을 선생님의 관점에서 읽고 소개합니다. 주변에 책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지루하다는 이유로 혹은 길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분명, 그다음의 책을 스스로 찾아 나설 겁니다.



우리는 현재를 살아갑니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사회와 환경들은 미래의 행복을 말하며 우리들의 현재를 괴롭히기도 하죠.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고 행복하게 논하기보다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걱정하고 준비합니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좋은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 많은 부와 명예를 갖기 위해서 말이죠. 그럼 아이들이 이다음에 좋은 대학, 직업 많은 부와 명예를 누리게 되면 미래의 행복을 위한 걱정과 준비는 끝이 날까요?


오늘 추천하는 책 <모모>의 이야기는 오래된 이야기입니다만, 현재와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주인공 모모는 주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인물입니다. 사소한 이야기, 심각한 이야기를 들어주곤 하죠. 사람들은 그런 모모에게서 위로를 받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한 명씩 한 명씩 모모에게 이야기를 해주던 친구들이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라는 회색 신사들 때문입니다. 회색 신사들은 현재의 시간을 아끼는 만큼 미래의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해주겠다는 말로 현재를 희생시키는 시간 도둑들입니다.


모모의 친구들은 회색 신사의 말을 믿고 더 열심히 그리고 효율적으로 일을 합니다. 많은 시간을 저축하고 절약하죠. 현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미래를 위해 쓸모없는 현재는 저축합니다. 모모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래를 위해선 아무런 쓸모가 없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현재를 희생시키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미래를 희생하게 됩니다. 


"시간을 아끼는 사이에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것을 아끼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98쪽)


그들은 시간을 아주 많이 저축하고 절약했지만 오히려 자신의 시간은 잃어버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진짜 시간은 시계의 시침과 분침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모는 사람들이 잃어버리고 있는 시간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회색 신사들의 만행을 소리치고 친구들을 구하려 애쓰지만 이미 시간 아니 어쩌면, 시계의 노예가 되어버린 친구들은 전혀 응답하지 않습니다.


이때, 모모를 호라 박사가 찾습니다. 어쩌면, 모모를 데리고 온 거라고 해야 맞겠네요. 호라 박사는 언제나 없는 거리에 아무 데도 없는 집에 사는 시간을 관리하는 인물입니다. 어쩌면, 시간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호라 박사는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자기 대신  모모에게 회색 신사들과 싸우도록 부탁합니다. 결국 모모는 회색 신사들을 모두 처리하고  이 세상의 진정한 시간을 다시 살려냅니다. 모모의 친구들을 포함한 세상의 사람들은 덜 열심히 살고(?)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대신 진정한 '시간'이 생기게 되었죠. 모모와 이야기를 하러 모모를 다시 찾는 이들도 많아지게 됩니다.



"진정한 시간이란 시계나 달력으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291쪽)


작가는 <모모>를 통해 시간이란 한없이 계속되는 영겁과 같을 수도 있고 한 순간의 찰나와 같을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에게 시간이란 무엇일까요. 현재의 행복은 미래의 행복에 필요조건일까요, 충분조건일까요. 많은 학원을 다니고 괴로워하는 아이들을 보고 목표하는 대학을 책상에 써놓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과 진로나 미래가 아닌 고민과 현재를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모>는 아이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공평하게 가지고 있는 시간에 대한 책입니다. 400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 초현실적인 배경 설정 탓에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성인까지 자라며 가슴에 새겨야 할 이야기들이 구석구석 많이 담겨 있습니다. 천천히 함께 읽고 이야기하면서 우리 모두를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 많은 책 - https://www.instagram.com/childwith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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