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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적인튀김요리 Dec 26. 2020

엄격한 기준, 단짝 친구

첫 번째 책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깔끔하게 꽂는 책꽂이>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작품을 선생님의 관점에서 읽고 소개합니다. 주변에 책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지루하다는 이유로 혹은 길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분명, 그다음의 책을 스스로 찾아 나설 겁니다.



아이들은 '단짝'을 만드는 걸 좋아합니다. 친구들 중에서도 친한 친구, 덜 친한 친구들을 가르죠. 소속감과 안정감을 찾는 어쩌면, 본능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단짝은 또, 아이들의 교우 관계에 특히, 고학년들에게는 참 많은 문제들을 만들어냅니다. 선생님들에겐 골치 아픈 일들이죠. 친구를 뺏어간다, 은근히 따돌린다, 절교를 하겠다, 어제까지 단짝이었어도 살짝 틀어지기라도 하면 험담은 가까웠던 만큼 더욱 거세게 시작됩니다.


<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잘 담아낸 책입니다. 친구 관계에서의 미묘한 감정선을 소름 돋게 구체적으로 적었습니다. 황영미 작가가 이 나이 또래의 아이가 아닐까 싶은 심정입니다. 책 제목 '체리새우'는 책의 주인공 다현이가 몰래 하고 있는 블로그의 이름입니다. 다현이는 5학년 때, 왕따를 당했습니다. '다섯 손가락(미소, 설아, 아람, 병희, 다현)'이라는 단짝 친구들이 생겼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게 될까 봐 항상 마음 한편에는 불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다섯 손가락 친구들의 모습을 읽고 있자면 어딘가 매우 불안하고 위태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균형 있고 건강한 친구 관계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다현이도 그걸 느낀 걸까요? 다현이는 나머지 네 명과 어울리면서도 눈치를 봅니다. 다섯 손가락에서 제외되고 싶지 않은 위태로운 마음입니다. 블로그 '체리새우'가 비밀인 이유도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할까 두려워서입니다.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도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죠. 보통의 친구들은 클래식 음악과는 거리가 머니까요. 학원에도 다녀야 합니다. 공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친구들 때문입니다. 다섯 손가락 안에서의 다현이는 어쩌면, 다현이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다현이에게 너무나 위험한 일이 벌어집니다. 다섯 손가락 모두가 경멸하는 노은유와 짝이 되어버린 거죠. 은유와 가까이 지내기라도 하면 다섯 손가락 멤버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모둠 숙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현이는 은유와 가까이하는 일들이 많아집니다. 역시 이유야 어쨌든, 다현이를 가만히 놔둘 다섯 손가락 멤버들이 아닙니다. 단톡방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하고 모임에 초대받지도 못하죠. 심지어, 황효정이라는 새로운 멤버가 다현이 자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그렇게 다현이는 다시 왕따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다현이는 다섯 손가락 아이들에게 무시를 당하면서도 애를 쓰지만 이미, 단짝이었던 친구들은 한순간에 돌아서 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런 다현이 옆에는 다행히 노은유가 있습니다. 은유는 주변 시선을 신경 쓰기보다 자신을 존중하는 친구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존중하는 것처럼 주변의 친구들도 존중하죠. 은유는 다현이의 취미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 주고 다현이가 하는 생각, 일들을 존중합니다.


다현이는 은유에게서 다섯 손가락 안에서 느끼던 불편함 대신 편안함을 느낍니다. 은유 옆 다현이는 다현이 그대로였습니다. 같이 놀지 않을 수도 있고 같이 놀 수도 있죠.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있고 그렇게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현이의 선택입니다. 은유는 다현이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다현이는 '체리새우' 블로그를 공개로 바꿉니다. 다른 사람 눈치를 보는 대신, 자신을 찾기로 한 거죠. 이젠 다섯 손가락이 뭐라 하든 상관없습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고 외치면 되니까요.



나는 은유에게 고개를 바짝 들이대며 말했다. "아! 우리 단짝 친구 아니지? 단짝 친구는 내 스타일 아니거든." "당연하지! 우리 단짝 친구 아니야. 그냥 친구야." 내 말에 은유가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 (187쪽)


친구란 무엇일까요?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대번에 긍정적인 대답들이 돌아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친구들에게 대단히 엄격합니다. 넌 내 친구니까 그러면 안 돼. 넌 내 친구니까 취향이 같아야 해. 넌 내 친구니까 화장실에도 같이 가야 해. 넌 내 친구니까 쟤랑은 놀면 안 돼. 넌 내 친구니까. 아이들과 친구에 대해 교우관계에 대해 그 속에서의 '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서로를 단짝이라는 이름으로 제한하고 가두는 것이 친구를 아끼는 마음, 친하게 지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물음표를 던져줄 수 있는 좋은 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많은 책 - https://www.instagram.com/childwith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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