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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적인튀김요리 Jan 03. 2022

모든 아이는 그 자체로 아릅답다

스무 번째 책 <아름다운 아이>


<깔끔하게 꽂는 책꽂이>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작품을 선생님의 관점에서 읽고 소개합니다. 주변에 책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지루하다는 이유로 혹은 길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분명, 그다음의 책을 스스로 찾아 나설 겁니다.



얼마 전, 장애로 휠체어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 장애인이 흡연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고 혀를 차며, "장애인이 저래도 되는 거야?"라며 수군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들 손에도 버젓이 담배가 걸려 있는데도 말이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출발점이 다릅니다. '보통'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끼고 있는 색안경이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장벽을 만들어 놓기 때문입니다. 장애를 논하기 전에, 장애인 역시 인간이고 장애 아동 역시 그저 어린아이일 뿐인데 말입니다.


<아름다운 아이>는 안면기형이라는 보기에 흉한 장애를 안고 태어난 어거스트가 처음으로 학교에 들어간 후 1년 간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입니다. 이야기 전체를 끌고 나가는 건 어거스트의 이야기지만 독자에게 말을 거는 화자는 어거스트, 올리비아(누나), 서머와 잭(친구), 저스틴, 미란다로 바뀌어 진행됩니다. 어거스트와 어거스트 주변의 인물들을 화자로 삼으면서 같은 사건과 상황을 받아들이는 작중 인물들의 감정과 생각들을 담아내는 독특한 구성입니다. 덕분에 정말 두꺼운 책이지만, 간결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어거스트는 엄마의 권유로 중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어거스트에게는 첫 학교 생활입니다. 많은 아이들에게는 학교에 간다는 일이 일상적이고 한편으로는 따분한 일이기도 하지만 어거스트에게는 또, 어거스트 가족에게는 두렵고 힘든 용기가 필요한 중대한 선택이었습니다. 어렵게 학교에 가기 시작한 어거스트에게 가족이 아닌 새로운 사람들이 함께 하게 됩니다. 하지만, 학교 생활이 녹록지는 않습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어거스트는 친구가 될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왕따가 되어 버리죠.


내가 평범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아무도 나를 평범하게 보지 않기 때문이다. (8쪽)


줄리안을 필두로 어거스트가 '전염병'이라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합니다. 접촉이라도 하게 되면, 옮아버린다는 소문입니다. 아이들은 자연스레 어거스트를 멀리하고 어거스트는 그런 아이들의 시선을 익숙하게 여깁니다. 어거스트는 이미 무뎌져 있습니다. 어거스트를 진심으로 대해주는 친구도 몇 있습니다. 잭과 서머죠. 서머는 처음에는 측은한 마음에 어거스트와 식사를 함께 하지만, 대화를 하면 할수록 재밌고 좋은 친구라는 사실을 깨닫고 진심으로 어거스트를 좋아하게 됩니다. 책이 끝나는 마지막까지 어거스트를 어거스트 그대로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는 좋은 친구입니다. 잭 역시, 교장 선생님의 부탁으로 어거스트의 적응을 돕는 역할을 도맡아 하지만 나중에는 진심으로 어거스트의 진면목을 알게 되고 좋은 친구가 되죠.


'치즈 터치'가 떠올랐다. 그 책에서 아이들은 길바닥에 붙은 곰팡이가 핀 오래된 치즈를 만지면 세균에 감염된다며 벌벌 떤다. 우리 학교에서는 내가 바로 그 곰팡이가 핀 오래된 치즈다. (121쪽)


그러던 중, 잭과 어거스트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잭이 어거스트 자신을 뒷담화하는 걸 들었기 때문입니다. 잭은 "만약 내가 걔처럼 생겼다면, 진짜, 나는 자살할 것 같아."라고 말하죠. 어거스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아무도 자신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친구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믿었던 잭까지 자신의 친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어거스트의 기분을 말입니다. 감히 가늠이 잘 되지 않네요.  


잭은 자신에게 말도 걸지 않는 어거스트를 보며 혼란스러워 합니다. 이미, 어거스트와 다니는 게 가장 즐거운 일인 잭에게는 모든 게 뒤죽박죽입니다. 잭은 서머의 힌트를 통해 어거스트가 갑자기 자신을 멀리하는 이유를 알아챕니다.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게 되죠. 줄리안을 비롯해 자신이 어거스트와 다니는 걸 희한하게 여기기에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었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잭은 용기를 내 진심으로 어거스트에게 사과를 건네고 다시 어거스트와의 관계를 회복합니다. 대신, 잭 역시 전염병에 옮은 아이가 되어 어거스트와 함께 왕따가 되긴 했지만 말이죠.


잭 이외에도 친구들의 마음들은 조금씩 열려 갑니다. 캠프에서 그동안 어거스트를 따돌려 왔던 마일즈, 헨리, 아모스와 함께 어거스트를 괴물이라고 놀려대는 패거리를 무찌르는 추억을 만들며 친구가 되기도 하죠. 이 일은 어거스트를 향한 그리고 어거스트를 따돌리는 데 가장 앞장섰던 줄리안에 대한 학교 아이들의 태도가 변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어거스트는 결과적으로 1년을 잘 보냈습니다. 일 년 동안 특정 분야에서 주목할 만하거나 모범적인 성과를 보인 우등생에게 수여하는 '헨리 워드 비처 메달'을 모두의 축하와 박수 속에서 받았으니까 말이죠.


자신만의 매력으로 그의 힘으로 모두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자가 가장 위대한 사람이다. (462쪽)

어거스트 풀먼의 금언 - 누구나 살면서 적어도 한 번은 기립박수를 받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세상을 극복하니까. (474쪽)



<아름다운 아이>의 주제로 '장애', '친구'를 소개했습니다. 주제를 장애와 친구로 정해 보기는 했지만, 책이 주는 여러 가지 메시지를 고려했을 때 아쉬운 대목입니다. 올리비아, 저스틴, 미란다, 어거스트의 엄마와 아빠 등 어거스트 외의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더 다양한 주제의 이야깃거리들이 던져지기 때문입니다. 짧은 추천 글에 제한된 이야기밖에 담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장애, 친구, 가족, 인권, 자아 어떤 주제로 작품을 읽더라도 의미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챕터마다 다른 주제를 가지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도 좋겠다 싶습니다. 읽어보고 장애, 친구 이외의 더 적합한 작품 읽기의 맥락을 고려해보시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한 가지 더, <아름다운 아이>는 영화로도 제작된 작품입니다. 문학이 시각적으로 새롭게 표현되는 모습을 보며 더 다채로운 이야기로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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