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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적인튀김요리 Dec 31. 2021

학교폭력,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

열아홉 번째 책 <연의 편지>


<깔끔하게 꽂는 책꽂이>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작품을 선생님의 관점에서 읽고 소개합니다. 주변에 책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지루하다는 이유로 혹은 길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분명, 그다음의 책을 스스로 찾아 나설 겁니다.



<이태원 클라쓰>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주인공 박새로이가 학교폭력을 당하는 친구의 모습을 외면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고 퇴학을 당하는 모습을 보며, 참 멋지더군요. 그런데, 우리 학교에서는 박새로이와 같은 아이들이 많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쉽게 방관자가 되곤 하죠. 박새로이처럼 퇴학까지는 아니더라도 보복을 무서워하는 경향과 방관자 효과(제노비스 신드롬)가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연의 편지>의 주인공 소리는 전학을 갔습니다. 지민이가 당하는 학교폭력을 향해 '하지 말라'고 얘기한 다음부터 소리가 폭력이 타깃이 되었기 때문이죠. 소리는 전학을 간 새로운 학교에서도 알 수 없는 긴장과 두려움을 느낍니다.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방관자가 신고자가 되어주길 우리는 바라지만, 자신에게 돌아올 수도 있는 화살이 무서운 아이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도 불편합니다. 


저, 조금 후회했어요. 그 애를 도와준 걸. 나도 그냥 가만히 있을걸 하고. 하지만 그랬다면, 훨씬 더 후회했을 거예요. (15쪽, 1화)


그런 소리가 전학을 온 교실의 새로운 책상에서 의문의 편지 한 통을 발견합니다. 학교를 소개해주는 편지입니다. 새로운 환경의 두려움과 긴장을 느꼈던 소리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편지였습니다. 덕분에 반 친구들 이름을 외우게 되고, 학교 곳곳을 알게 되고, 학교의 특징들을 하나씩 배우게 되죠. 편지는 다음 편지의 위치를 알려주며, 끝맺음을 합니다. 소리는 고마운 편지를 보내준 '정호연'을 찾아보지만, 학교에 '정호연'이라는 학생은 없습니다.


대신, 다음 편지를 찾는 장소에서 박동순을 만나게 되죠. 동순과 소리는 닮은 점이 있습니다. 동순도 소리처럼 방관자가 아닌 신고자가 되었다가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또, 두려움과 분노에 사로잡힌 동순을 도와준 인물 역시, 소리를 돕고 있는 의문의 편지를 보낸 호연이었습니다. 언제나 함께였던 동순과 호연은 갑자기 호연이 전학을 가게 되면서 인연이 끊어졌습니다. 동순과 소리는 호연의 편지를 함께 찾기로 합니다. 동순은 갑자기 사라진 친구 호연을, 소리는 자신을 도와주는 고마운 친구 호연을 위해서입니다.


다음 편지를 찾던 둘은 또다시, 방관자와 신고자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편지를 찾던 중에 우연히, 유출된 시험지를 발견하게 된 것이죠. 둘은 고민합니다. 신고자가 되어, 다시 감당하기 어려운 두려움과 긴장, 분노를 느낄지, 아니면 이전과는 다르게 상관 없는 일에 대해 모른 척해야 할지 말이죠.


돌려주지 않는 게 맞는 것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아마 호연이도 우리가 그런 식으로 편지를 얻는 건 바라지 않을 것 같아. (198-199쪽, 9화)


둘은 다시 방관자가 아닌, 신고자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호연이를 위해서, 자기 자신을 위해서 말입니다. 둘은 호연의 여덟 번째 편지와 유출된 시험지를 바꾸자는 안승규의 비겁한 제안을 거절하고 교무실에 유출된 시험지를 신고합니다. 


소리야 안녕. 잘 지내니? 난 여기서 그럭저럭 적응해가고 있어. 친구도 몇몇 사귀고 밥 먹거나 등하교도 같이 해. 같은 반 친구들도 좋은 애들 같아. 하지만 여기에도 괴롭힘은 있더라. 내가 당하는 게 아닌데도 너무 무서웠어. 내가 다른 사람의 부당한 일에 나서서 그만하라고 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네 덕분이야. 네가 나에게 그렇게 해주었기 때문에, 나도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었어. 고마워. (187-194쪽, 8화)



결국, 소리와 동순, 호연은 누군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던 용기 있는 인물입니다. 우리 학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해자를 더욱 강력한 가해자로 만들어버리는 방관자를 줄이고 가해자에게서 피해자를 구하는 방법은 친구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외면하지 않는 것입니다.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친구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소리낼 수 있고, 누군가의 용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힘을 더할 수 있는 마음을 길러주면 어떨까요? 서로에게 마음 쓰는 작은 일의 위대한 힘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면 어떨까요? 그런 마음의 하나씩 모여 아이들을 서로서로 보호할 수 있다면, 폭력은 영원히 학교에서 지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연의 편지>는 네이버 웹툰에 연재되었다가 이야기를 모아 단행본으로 출간된 작품입니다. 글로 소개한 제 글에서는 담지 못하는 그림이 이야기와 어우러져 훨씬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아이들과 함께 눈으로 보고 또,  읽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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