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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리자 Nov 18. 2024

가을 산책

대입 수능 시험날

초등학생 작은 아이는 10시 등교하고

중학생 큰아이는 학교를 안 간다.

다음날도 안 간다. 목금토일! 신났다!

금요일 큰아이와 작은 아이를 함께 등교시켰다.

모처럼 큰아이와 둘만의 시간이다. 아이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납일이 늦어진 책들을 반납하기 위해

도서관에 갔다.

날도 좋고, 도서관은 조용하고…

큰아이도 괜찮아하는 모양이다.

이리저리 도서관을 다니다 근처 아빠 회사도

있는데 함께 점심할까 아이에게 묻는다.

사실 전날밤 남편에게 아이만

오케이 하면 함께 점심을 먹자고 해놓은 상태였다. 아이가 아빠보다 엄마를 편안해하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 아빠의 잔소리에 반응하는 걸 보며

점심을 함께 하는 건 아이의 선택에 맡겨보기로

했던 것이다. 엄마와 딸이야 사춘기 때,

커가며 티격태격하면서도 짝꿍 흉이라도

보려면 옆으로 슬며시 와 언제 그랬냐는 듯

팔짱 끼면 그만이지만

아빠와 딸 사이는 한 번 멀어지면 관계회복이

어려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나는 항상 둘 사이의

조율자가 되고 만다.

그리 그 역할을 하고 싶지 않지만…


아이는 좋단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아이에게

비밀로하고 함께 점심을 먹었다.


한식을 좋아하는 큰아이는 오늘 메뉴가 너무 마음에 든단다. 엄마아빠 사이에서 동생 없이 밥을 먹으니, 우리의 관심은 오롯이 큰아이에게 맞춰진다.


흡족한 점심을 하고 아빠와 헤어져 우리 둘은 미용실에 간다. 둘이 깔끔하게 헤어컷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큰아이가 동생 하교하면 함께 산책을 하자고

한다. 함께 있으면 싸우기만 하더니

오늘 엄마아빠와 보낸 시간이 만족스러웠나 싶다.

자신에게 온 엄마아빠의 관심이 점심밥만큼 맛있고 배불렀나 보다. 동생과 함께 하는 산책도 즐거워

보인다.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부모의 사랑이

가득 차 넘쳐야 하나보다.

세 모녀 함께 하는 가을산책이 너무나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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