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를 닮고 싶다.
지난해 가을이 막 시작할 무렵 노란 국화를 사서 집 앞에 심었다. 가을이 지나 화단이 지저분해졌기에 국화를 정리했었다.
국화는 한해살이로 알고 있어서 뿌리째 뽑았다.
그리고 그 옆으로 구근식물인 튤립을 세 송이를
심었다. 튤립이 예쁘게 피었다 지고 다시 화단을
정리하는데 작년 국화 있던 자리에 싹이 올라왔다. 올라온 잎을 자세히 보니 국화다.
작년에 정리하면서 뿌리째 뽑지 못한 게 조금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올라오는 것이었다.
국화 뿌리가 겨울 내내 살아 있었다는 것도
신기하고 다시 싹을 틔우는 것도 신기했다.
국화는 여름 내내 쑥쑥 자란다. 아무래도 입만 이렇게 나오다 추워지면 그냥 지겠다 싶었다.
다시 자라기는 했지만 꽃까지 피우지는
못할 것 같았다.
가을 같지 않았던 날씨 사이에서 국화꽃이 피었다. “나 여기 살아 있어요~”
하듯 노란 국화가 피었다.
그것도 송이송이 피었다.
우리 가족들은 국화에 생명력에 감탄하며
가을 국화를 대견하게 바라봤다.
지난주 첫눈답지 않은 많은 양의 눈에 화단의
나무들이 축축 기울었다. 눈 이 너무 무겁게 쌓여
손도 못 대다가 좀 녹자 나무들의 눈을 좀 털어내
주었다. 기울어서 부러질 것 같았던 나무들이
살아난다. 그러고 나니 국화가 생각났다.
잊고 있었던 국화. 눈을 손으로 치워내니
국화가
또 말한다.
“나 여기 살아 있어요~”
쓰러진 줄기를 세워주고 꺾인 꽃을 집에 가지고
들어와 작은 화병에 꽂아 둔다.
꽃을 정리하고 밖에서 들어오지 않고 놀고 있는 둘째를 부른다. 아이가 나와보란다.
짠! 고사이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예쁜 국화눈을 가진 눈사람!
버텨준 국화 덕에 우리 가족이 모두 행복하구나!
국화야, 너를 닮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