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남자는 참 조용하다.
주변에서는 남편을 선비 같다고 한다.
자세도 참 바르다.
말도 적게 하고 잘 듣기만 한다.
담배는 안 하고, 술은 나와 맥주 한잔. 자신이 먼저 술자리를 만들지 않는다.
집을 좋아한다.
나와는 참 다른 사람이다.
연애할 때는 다르다고 생각을 못했다.
그냥 바른 사람이라 좋다고만 생각했다.
삶의 고민이 자잘하게 많은 나와는 달리 해결할 수 있는 일과 아닌 일, 급한 일과 급하지 않은 일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일을 고민할 때 그것에만 깊이 빠져 있어 내가 다른 이야기를 하면 입력이 안된다.
무엇이든 좀 단순하게 정리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도 단출하다.
결혼식에는 사람이 분명 많이 왔었는데 지금 그가 연락하는 친구는 내가 아는 한 두 명이다.
유유상종이다.
그의 친구들도 그와 그리 다르지 않다.
그중 A친구는 내 남편보다 더욱 특별하다.
자신의 취향이 확고하다.
우리 신혼 때 솔로였던 A가 우리 신혼집에 온 적이 있다. 보통 신혼집에 집들이 선물로 휴지나 세재들은 사 오기 마련인데 A는 그때만 해도 흔하지 않았던 마카롱을 사 왔다. 고급진 포장에 영롱한 마카롱이 쪼르륵 담겨 있는데 어찌나 예쁘던지…
A도 결혼을 하고 둘은 각자의 가정에 매우 충실하게 살았다. 이제 조금은 자신의 건강에 신경을 쓸 나이가 되고 아이들도 자라면서 둘은 가끔 식사를 한다. 식사하고 커피 마시는 저녁 약속을 가끔 잡는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오는지 궁금하지만 남편은 잘 만나고 온 걸로 끝이다. 친구들 만나고 오면 재잘재잘 친구들의 근황을 나누는 나와는 너무 다르다.
그리고 문득 집에 도착한 택배
야채가 한가득 담긴 상자가 도착한다.
다음 날은 토마토가 한 상자.
A다. 건강을 위해 가족들과 먹을거리를 직접 주문하는 남편의 친구 A는 우리 집에도 싱싱한 식자재를 보낸다. 감탄했다. 그의 세심함에, 정성에…
얼마 전 큰 사과 한 상자가 도착했다.
A다.
참 이들의 조용하고 섬세한 우정이 멋지다.
한국 1%의 남자들, 1%의 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