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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나리자 Dec 16. 2024

그들의 우정

나의 남자는 참 조용하다.

주변에서는 남편을 선비 같다고 한다.

자세도 참 바르다.

말도 적게 하고 잘 듣기만 한다.

담배는 안 하고, 술은 나와 맥주 한잔. 자신이 먼저 술자리를 만들지 않는다.

집을 좋아한다.

나와는 참 다른 사람이다.

연애할 때는 다르다고 생각을 못했다.

그냥 바른 사람이라 좋다고만 생각했다.


삶의 고민이 자잘하게 많은 나와는 달리 해결할 수 있는 일과 아닌 일, 급한 일과 급하지 않은 일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일을 고민할 때 그것에만 깊이 빠져 있어 내가 다른 이야기를 하면 입력이 안된다.


무엇이든 좀 단순하게 정리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도 단출하다.

결혼식에는 사람이 분명 많이 왔었는데 지금 그가 연락하는 친구는 내가 아는 한 두 명이다.


유유상종이다.

그의 친구들도 그와 그리 다르지 않다.

그중 A친구는 내 남편보다 더욱 특별하다.

자신의 취향이 확고하다.

우리 신혼 때 솔로였던 A가 우리 신혼집에 온 적이 있다. 보통 신혼집에 집들이 선물로 휴지나 세재들은 사 오기 마련인데 A는 그때만 해도 흔하지 않았던 마카롱을 사 왔다. 고급진 포장에 영롱한 마카롱이 쪼르륵 담겨 있는데 어찌나 예쁘던지…


A도 결혼을 하고 둘은 각자의 가정에 매우 충실하게 살았다. 이제 조금은 자신의 건강에 신경을 쓸 나이가 되고 아이들도 자라면서 둘은 가끔 식사를 한다. 식사하고 커피 마시는 저녁 약속을 가끔 잡는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오는지 궁금하지만 남편은 잘 만나고 온 걸로 끝이다. 친구들 만나고 오면 재잘재잘 친구들의 근황을 나누는 나와는 너무 다르다.


그리고 문득 집에 도착한 택배

야채가 한가득 담긴 상자가 도착한다.

다음 날은 토마토가 한 상자.

A다. 건강을 위해 가족들과 먹을거리를 직접 주문하는 남편의 친구 A는 우리 집에도 싱싱한 식자재를 보낸다. 감탄했다. 그의 세심함에, 정성에…


얼마 전 큰 사과 한 상자가 도착했다.

A다.

참 이들의 조용하고 섬세한 우정이 멋지다.

한국 1%의 남자들, 1%의 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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