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시간 속을 걸으며 봄의 향연을 즐기고 있다. 수많은 꽃망울이 톡톡 피어나 얼굴을 내밀며 세상 구경을 만끽한다. 며칠 전에는 봄이 지난 듯 한여름의 태양이 찾아와 사람들의 옷을 바꿔 입혔다. 이렇게 시간의 흐름 속에 봄이라는 계절이 지나가고 있었다.
엊그제 저녁부터 촉촉한 봄비가 내리고 있다. 일찍 찾아왔던 태양의 열기를 식히기라도 하듯 다시 봄의 시간 속에 머물 수 있었다. 차분하게 내리는 빗줄기는 요란하지도 않고 마치 음악의 선율처럼 고요함 속 리듬을 타게 해 주었다.
어둠 속에서 내리는 봄비는 무엇을 쏟아내는지 아침이 되니 저녁과는 다르게 성난 빗줄기처럼 세차고 요란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쾅쾅’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면서 세상을 향해 퍼붓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실 우리도 살다 보면 답답함을 꺼내놓아 목 놓아 부르고 싶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혼자 삭히거나 동굴 속으로 들어가 침잠하기도 한다.
봄비, 이름이 참 예쁘다. 그러나 오늘 아침, 내리는 비는 성난 봄비다. 무엇이 그렇게 표출하게 했을까? 마치 무언가를 우리에게 전하는 마음 같기도 하다. 사실 봄비라고 해서 차분하게 내리기만 하겠는가? 우리의 감정이 다양하듯 봄에 내리는 비도 여러 색을 띨 것이다.
그럼에도 봄에 내리는 비는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매력을 품고 있다. 마치 어깨를 ‘툭툭’ 치며 곁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친구 같기도 하다.
봄에 찾아오는 너는 나를 감성 속에 빠트리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네가 찾아오는 날에는 나를 이끌고 커피 향 속에 머물게 하고 컴퓨터를 열어 자판을 두들기게 한다.
그렇게 너와 만나는 시간은 나에게 또 다른 선물과 같은 시간이 되어준다. 봄비, 봄에만 만날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너의 품속에서 너와 나의 향이 버무려져 너를 맘껏 느껴본다.
너의 공간으로 가득 메어주는 빗소리는 나의 텅 빈 마음을 가득 채운다. 봄비와 마주하는 순간 또 다른 쉼의 공간이 되어주고 모든 시름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준다. 네가 찾아온 오늘 아침이 따뜻한 이유다. 너를 만나 나는 잠시 행복한 시간을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