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호통치는 손님들
길게 말하지 말자. 내 입만 아플 뿐
우리가 가게를 인수한 곳은 경기 광주의 어느 동네였다. 라이딩 코스가 잘 되어있어 자전거, 오토바이 타는 무리들이 가게 앞을 연신 지나다니는 곳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타지 사람들이 주 고객일 줄 알았는데 장사를 하다 보니 동네 사람들이 더 많이 오는 곳이었다.
작은 동네에 새로 온 우리가 궁금하셨는지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시면서 반겨주셨고 하루가 멀다 하고 자주들 오시니 단골분들 얼굴을 금세 익힐 수 있었다.
안부를 물으며 들어오시는 손님, 밭에서 캐왔다며 감자 한 봉지 건네는 손님까지 시골이라 그런가 좀 더 가깝고 정겨운 느낌이 드는 동네였다.
그렇지만 모든 손님들이 다정하고 친절하진 않듯 여기에도 툴툴거리고 화를 내는 손님들이 있었다.
남편분과 오신 여자손님이 주문하면서 육개장이나 해물짬뽕을 찾으셨는데 우리 매장에서 판매하는 메뉴가 아니라 없다고 안내해 드리면서 혹시 고기 들어간 짬뽕은 싫으시냐고 여쭤보았다.
그랬더니 "아니요?! 제일 비싸고 좋은 걸로 주세요 저 돈 있어요!"라며 갑자기 언성을 높이 시기 시작하셨다.
속으로 '왜 이렇게 소리치시지?' 싶은 마음이 들면서 "그럼 차돌 짬뽕으로 드릴까요?" 여쭤봤다. 내 마음대로 골라서 주문 넣을 수는 없기에 한 번 더 여쭤본 건데 갑자기 여자 손님이 신경질을 내셨다.
"저 한국 사람이에요!! 한국말로 하는데 왜 말을 못 알아 들어요??!!" 라며 쏘아보는데 이게 화를 낼 상황인가? 주문 확인한 게 잘못한 건가? 싶어 어이없으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렇게 화를 내는 분들도 있고 주문을 하시면서 "이거 하고, OO 좀 가져와"라고 반말과 명령조로 말하시는 분들과 불러놓고 말없이 젓가락으로 접시를 툭툭 치며 리필해오라는 분들까지 참 기분 나쁘게 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뜬금없이 화를 내거나 기분 나쁘게 하는 손님들 앞에서 표정관리 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손님이랑 싸울 것이 아니라면 그냥 "알겠습니다"하고 넘어가야지.
웬만하면 말이 길어지지 않도록 "네"하고 빨리 그 대화를 마무리 짓는 게 나을 때도 있다.
화부터 내는 손님들이랑은 대화가 안 통하는 경우가 많기에 말이 길어지면 결국 내 감정만 나빠지고 손님과 입씨름하다 결과도 좋지 못하게 되기에 말을 길게 안 하려고 한다.
지금보다 어릴 땐 내가 어리니 만만해 보여 그렇게 하나 싶었지만 많은 손님들을 겪어보니 그렇게 행동하는 분들은 누구에게나 그러는구나 싶어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려 한다. 그럼에도 가끔씩 기분이 나빠지는 건 나도 아직 마음이 그리 넓지 않은 것 같아 수양을 더 해야겠다 싶다.
'말' 때문에 정말 자주 상처받지만 다정하고 부드럽게 말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고 말끝마다 '감사합니다' 인사해 주는 손님들 덕분에 기운을 얻는다.
'주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님을 너무나 느끼며 이렇게 좋은 손님들에겐 한 번이라도 더 필요하신 게 없나 들여다보게 되고 웃어드리게 된다.
그래도 이 불경기에, 수많은 중식당 중에서 우리 가게를 찾아주시는 것이기에 좋은 손님이든 싫은 손님이든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그래도, 가능하다면 화내지 말고 나쁘게 말하는 손님보다 예쁘게 말해주시는 손님들이 많이 오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