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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에게 꼭 남겨주고 싶은 습관, 책 읽기

by 세아


어려서 우리 집에도 여느 집과 같이 어린이 동화 한 질의 전집이 있었다. 무슨 내용의 책이었는지 기억도 안 나고 잘 읽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심심할 때면 그 책들을 펼치고, 쌓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우리 집에 어린이 책이 그렇게 많지 않았던 반면 엄마는 책을 틈틈이 읽으셨다.
워낙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셨던 엄마는 책을 끼고 살았다고 할 만큼 문학소녀셨다. 주부가 되어서도 책을 자주 읽으셨는데 그에 비해 우리에게 동화책을 자주 읽어주시지는 않았던 것 같다. 대신 엄마는 꼭 잠자리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부터 전해 내려 오는 옛이야기, 재미있는 짧은 이야기 등등 들었던 이야기도 또 듣고 싶어 매일 밤 엄마를 조르곤 했다.

깜깜한 방안에 누워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상상하며 나는 상상하는 힘을 키웠던 것 같다.
하지만 상상하는 것을 좋아했던 만큼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었다. 작가의 꿈을 가졌으면서도 책을 읽고 싶을 때 몰아서 읽을 뿐 다독을 하는 습관은 없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엄마의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자라서였는지 가끔씩 길을 잃고 머리가 복잡해질 때면 나는 대형서점을 찾아 책을 보고는 하였다.

어느 시절에는 소설에 빠져있기도 하였고 어느 때는 여행기에 또 어느 때는 에세이에 꽂히기도 하였다. 그 시절 나의 감정과 나의 고민들이 이끄는 방향으로 책도 골라 읽었던 것 같다.
그렇게 책은 언제나 자연스럽게 내 옆에 있었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며 나는 우리 아이들의 삶에도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였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태교라는 명목하에 책을 읽어주었고 앉아있을 수 있을 때부터는 시기에 맞는 책들을 구매해 열심히 보여주고 읽어주었다.
무슨 책이 좋은지도 몰라 문화센터 밑에 층에 있던 아람출판사에 들려 다양한 종류의 전집을 몇 질씩이나 사들이고는 하였다.

아이들이 글을 읽지 못할 때는 앉아서 동화책을 수십 분씩 읽어주다 목이 아파 그만 읽자고 내가 먼저 일어서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엄마가 동화책을 읽어주면 좋아서 책을 여러 권 들고 언제나 달려왔었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무조건 책을 읽어주고 재우려 노력하였고 지금도 되도록 자기 전 한 권이라도 읽어주려 하고 있다.

그러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스스로 책을 읽게 되면서 조금씩 고비가 찾아오기도 하였다. 그림보다 점점 글밥이 길어지자 큰 아이는 특히 책 읽는 걸 힘들어했었다. 엄마의 욕심에 아이 나이만을 고려하여 고른 책들과 인플루언서가 추천하는 명작들의 책을 읽으라고 내밀었지만 아이에게는 버거운 책들이었는지 몇 장 읽다 어렵다며 책을 덮어버리는 날들이 늘어났다.

어른들도 기대했다 막상 읽어보니 생각했던 내용과 달라 실망할 때도 있고 읽다 어려워 책을 덮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에게 좋은 필독서라는 이유로 강요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아이 학년보다 수준은 낮을지라도 책에서 흥미를 잃지 않는 것에 목표를 두고 읽고 싶은 책을 읽도록 내버려 두었다.
저학년의 문고 책은 얇고 글밥도 적은 것이 많아 그래도 다가가기 쉬웠는지 한 권, 두 권 완독 하는 책들이 늘어갔다.

아직도 큰 아이는 글밥이 너무 길다고 느껴지는 책들은 펼쳐보기도 전에 겁을 먹고 지루할 거라는 생각에 읽어보려고조차 안 한다. 반면 저학년인 둘째는 제법 두꺼운 책도 읽고 재미있는 책이다 싶으면 앉은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읽어버린다. 가끔 너무 빨리 완독 하여 정말 제대로 읽은 게 맞은 걸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버려 둔다.

아이들은 평일엔 30분, 주말엔 1시간 책을 읽어야 원하는 게임이나 유튜브를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가끔 책은 대체 왜 읽어야 하냐고 큰 아이가 불만 섞인 말투로 물을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주저 없이 말을 한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시야가 넓어진다고, 그러면 네가 나중에 무슨 일을 결정할 때 생각을 하며 조금이라도 더 올바른 길, 바른길을 선택할 수 있게 해 줄 거라고.
또 책을 읽으며 많은 상상을 할 수 있게 되고 창의력이 생기기 때문에 네가 되고 싶어 하는 게임 유튜버를 하기 위해서 남들과 다른 차별성을 두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해준다.

단순히 책을 읽으라고 강요만 하지 않고 책을 읽음으로써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말해주면 아이는 제법 수긍하는 듯한 표정을 진다.

그리고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 나는 될 수 있는 한 티브이를 시청하거나 핸드폰을 하지 않고 같이 책을 읽으려고 한다. 엄마가 같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아이들 옆에서 같이 책을 본다.

나의 아이들도 책을 옆에 두고 고민이 있거나 마음이 힘들 때 책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
길이 보이지 않아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얻고 싶을 때 책에서 그 해답을 얻게 되길 바란다.

수학 문제를 잘 풀고 영어를 잘하는 것보다 우리 아이들이 책을 영원한 친구로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함께 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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