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김새도 성격도 너무나 다른 아들 둘을 키우고 있다.
내가 봐도 우리 아이들은 서로 생김새가 닮은 구석이 없다. 어떤 아이들은 누가 봐도 형제, 자매인지 알 수 있을 만큼 빼닮았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런 느낌이 없다.
그리고 남들이 봐도 역시 그런지 한 번도 "둘이 닮았네"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 없다.
반면 나는 어려서 연년생인 언니랑 어딜 가든지 "똑같이 생겼네"라는 말을 들었다.
심지어 "둘이 쌍둥이니?"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었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면 나와 언니는 서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거울 앞에 서보기도 했다.
"야 너랑 나랑 뭐가 닮았다는 거야?"
"몰라, 전혀 안 닮았는데"
서로 내심 기분 나빠한 건지 우리는 진짜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 섞인 표정으로 서로를 보고는 하였다. 삐쩍 마른 몸과 비슷한 키를 빼고는 피부색도 다르고 생김새도 너무 다르다고 우리는 생각했다.
이런 나의 경험과 반대로 우리 아이들은 한 번도 그런 소리를 들은 적 없는 만큼 닮은 것 같지 않다.
생긴 것도 그런데 성격은 정말 너무나 다르다.
큰 아이는 정 많고 나눌 줄 아는 착한 성격이지만 예민하고 짜증도 잘 내며 눈물도 많다.
둘째 아이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욕심도 많고 고집도 있지만 집중력이 좋고 잘 웃으며 넉살이 좋다.
그래서 둘이 뭔가 안 맞아 투닥거리다 보면 결국 눈물 흘리는 건 첫째다. 자기 분에 못 이겨 짜증을 내다 억울한 마음에 눈물부터 흘리는 첫째는 자기 할 말 딱 하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둘째가 자기를 무시한다 생각한다.
반면 둘째는 자기도 형이 한 만큼 받아치는 거라며 억울해하는 입장이다.
매번 싸움의 원인이 이런 이유의 패턴이다.
그런 둘을 보고 있으면 어쩌면 내가 낳았는데 둘이 이리도 다를까 싶어 신기하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도 언니랑 이렇게 달랐지 싶다.
남들이 보기에 외관은 쌍둥이처럼 닮았을 수도 있지만 성격은 정말 달랐다.
나는 낯가림이 심하고 남들 앞에 나서는 걸 부끄러워했지만 그만큼 또 주목받고 나서는 것도 좋아했다. 친구들이랑 우르르 몰려다니며 활발하게 뛰어노는 성격이었지만 남한테 싫은 소리를 잘 못해 참는 편이었다.
반면 언니는 극도로 남들 앞에서 나서는 걸 부끄러워하고 싫어했다. 친구들이랑 우르르 몰려다니는 성격도 아니고 조용조용한 편이었다. 하지만 할 말은 똑 부러지게 하고 참지 않고 말하는 성격이었다.
그래, 나도 언니랑 엄마 뱃속에서 나왔다는 것 빼고는 닮은 구석이 별로 없는데 우리 아이들도 똑같은 거겠지 싶다.
저 둘도 엄마, 아빠가 같다는 것 빼면 결국 다른 인격체인데 둘이 맞지 않아 싸우는 것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나도 결혼하기 전 집을 나오기 전까지도 언니랑 가끔 투닥거리고 서로 마음에 안 들어 싸우기도 했다. 속으로 '진짜 안 맞아'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20년을 넘게 살았는데도 너무 안 맞아 싸웠는데 우리 아이들은 고작 같이 산 지 9년밖에 안되었으니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가끔씩 싸우다 먼지 나게 나한테 맞아도 보고 서로 같이 못 놀게 떨어트려도 본다. 그러면 처음엔 "너 때문이야!, 형아 때문이잖아" 그러던 아이들이 또 슬슬 같이 놀고 싶어서 내 눈치를 보며 다가온다.
"엄마 형아랑 같이 놀면 안 돼요?"
"OO야 이것 봐봐"
라며 슬쩍 서로에게 다가간다.
둘이 짜기라도 한 듯 우리가 언제 싸웠냐는 표정으로 이제 안 싸우겠다 다짐을 하고 신나게 돌아서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사이좋게 지낼 걸 왜 그리 싸운 건지 울화통이 터지다가도 웃음이 나온다.
남자아이들은 사춘기 때 확 돌아서서 서로 말도 안 하고 지내는 형제들이 많다는 말도 들어봤다. 그런 걸 생각하면 그래도 저렇게 싸웠다 화해했다 재밌게 지내는 모습이 낫겠다 싶기도 한다.
여느 집 자식들같이 서로 사이좋고 우애가 넘치는 사이는 아닐지라도 그냥 지금만 같아라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