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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세울 만한 점은 없지만 기특한 내 아이들

by 세아

우리 아이들은 남들보다 특별히 무언가를 잘하는 아이들이 아니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운동이나 그림을 빼어나게 잘하지도 못한다.


며칠 전 큰 아이 방과 후로 하고 있는 축구 수업에서 몇 개의 학교들이 모여 친선경기를 열어 응원을 다녀왔다.
가기 전부터 긴장된다고 배가 아프다는 아이를 보며 얼마나 잘하고 싶길래 긴장까지 되나 웃음이 났다.

큰 아이는 2학년 때까지만 하더라도 친구들은 잘하는데 자기는 못해서 놀림당하면 어떡하냐고 걱정이 많아 축구 수업을 권유해도 거부하던 아이였다.

그러던 아이가 3학년이 되더니 먼저 축구 방과 후에 등록해 달라더니 한동안은 축구 수업 때 배운 잔기술을 나한테 보여주며 자랑을 하고는 하였다.

울면서 안 배운다던 아이가 이제는 제법 자라서 못해도 배워보려 용기를 내고 자기가 배운 것을 뽐내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컸고 또 많이 변했구나 싶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기도 하였다.

경기장에 도착하니 친선경기답게 '경쟁보다 즐거움, 결과보다 성장'이라고 현수막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풋살 경기장에서 진행하였는데 우리 학교는 11명이 참가하여 8명이 뛰고 3명이 후보 선수에 올려놓고 돌아가며 교체하였다.

경기를 보며 발이 보이지도 않게 빠른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 아이는 딱 봐도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자기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중간중간 계속 교체를 당하였지만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그런 아이를 보며 잘하는 친구들 옆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신나게 경기에 참여하는 아이를 보며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에서 뛰어난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또는 시작부터 티가 난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우리 아이들이 학업에서든 어떤 것에 도전해 봤을때건 엄청나게 잘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정말 보통의 평범한 아이들이지만 그래도 나는 좋다. 앞으로 자신보다 더 뛰어난 친구들을 수도 없이 보고 자극도 받을 테지만 거기서 주눅 들지 않고 괜히 시샘하지 말고 진심으로 축하해 줄 줄 아는 아이들로 자랐으면 좋겠다.

또 자기만의 잘하는 것을 찾아서 즐기고 성장할 수 있는 아이들로 자라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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