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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댓말 쓰는 아이들

by 세아


나의 아이들 둘 다 나와 남편에게 존댓말을 쓴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어서 이것이 특별(?) 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어렸을 적부터 무조건 존대를 하도록 시켜야겠다 굳은 결심으로 가르친 것도 아니었고 나 역시 친정 부모님께 존댓말을 쓰지 않아서 집안 분위기가 존댓말을 쓰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다만 내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반복적으로 아이들의 말투 중 지적하고 고쳐 주었던 부분이 있었다.
아이가 나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때 "~줘", "~해줘"라고 하면 "~ 주세요라고 해야지", "~해주세요라고 해야지"라고 꼭 고쳐주었다. 그리고 아이가 다시 고쳐서 말하면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고 아이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때 아이의 말을 잡아주면서도 대단한 걸 기대하고 고쳐주었던 게 아니라 어른에게는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했던 것 같다.

우리 아이들도 때로는 존댓말을 쓰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매번 아이를 다그치거나 고치려 하지는 않았다.
다만 점점 습관이 되어 커나가면서는 계속 존댓말로 말을 하게 된 것 같다.

처음엔 우리 아이가 부모에게 존댓말을 쓴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어색한 것', 조금은 '특별한 일'로 받아들인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 친구 엄마들이 우리 아이가 나에게 존댓말을 쓰는 걸 보고 대부분 놀라는 걸 보면서 '이게 왜 놀랄 일이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또 한 번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아이가 나에게 존댓말로 쫑알쫑알 말을 하니 담임선생님이 "엄마한테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네요"라고 말씀을 하셨다.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니 다른 집 아이들은 부모에게 존댓말을 잘 쓰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끔 엄마들이 아이들이 존댓말을 쓰는 걸 보면 어떻게 교육을 시켰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내가 무슨 교육을 따로 시켰었나?' 기억을 더듬어 보다 어릴 때 내가 아이의 말끝을 고쳐주었던 것이 생각나 말해준다.
그러면 엄마들은 "아... 그랬구나 나는 그냥 내버려 뒀는데"라고 하나같이 말한다.

아이들이 이제 초등학생이 되고 고학년이 돼가니 엄마에게 하는 말투들이 거슬리고 이제라도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쓰라고 압박하지만 이미 굳어진 말투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

내 친구 아들은 존댓말을 쓰려니 엄마랑 사이가 멀어진 것처럼 느껴져 싫다고 안 쓰겠다고 했다고 했다.
나도 어릴 적 엄마, 아빠에게 존댓말을 쓰려니 어색했던 적이 있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존대를 쓰려니 말도 안 나오고 영 어색해서 존댓말 쓰기를 떼려 치웠었다. 나 역시 존댓말을 쓰면 엄마와 괜히 사이가 멀어진 느낌이 들 것 같은 기분이 나 쓰기 싫어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존댓말을 들으려는 의도로 아이의 말투를 고쳐준 건 아니었지만 우리 아이들은 부모에게 존댓말을 쓰는 아이들로 자랐다.
더 커봐야 알겠지만 아직까지는 부모에게 존댓말을 쓰면서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다. 아이들이 커나가며 자기 생각이 생기면서 자주 부딪치고 말로 투닥거리는 일들이 늘어나는데 그때마다 반말로 내 말을 받아쳤으면 진짜 더 열받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 아이들도 대화하다 반말로 몇 마디 할 때가 있다. 한두 번은 그냥 넘어가지만 계속 그런다 싶으면 한 번씩 꼬집어 말한다.
"그런데 너 왜 자꾸 엄마한테 반말로 말하니?"
그러면 아이는 아차 싶어 하며 다시 끝에 존댓말을 붙여서 말을 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는 단순히 말투를 고쳐주려 지적했다면 지금은 아이가 어른들에게 올바르고 예절 바르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더 신경 쓰며 지적하는 것 같다.

가끔 큰 아이가 자신도 친구들처럼 비속어를 쓰고 싶다 말할 때가 있다.
욕이나 상스러운 표현들을 하는 것이 재미있어 보이고 친구들과 같이 해보고 싶은 어린아이의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꼭 아이에게 당부하고 정확히 알려준다.

"말을 하는 것은 너의 자유이지만 너의 말로 인해 누군가 너를 오해하거나 네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그것에 대한 책임은 너한테 있으니 그걸 알고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욕을 하다 선생님한테 혼이 나도 너의 책임이고 너의 말로 친구와 오해가 생기고 싸움이 나도 너의 책임이다. 너의 말, 행동 모두 너의 책임이니 네가 잘 생각하고 해라"
친구들하고 있을 때는 아이도 여느 아이들처럼 어른들이 듣기에 좋지 않은 말을 쓰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어른들 앞에서는 그런 말을 사용하지 말라고 여러 번 말을 해주었기에 선생님이나 다른 어른들 앞에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거라 믿고 있다.

존댓말은 상대방을 존경하고 예의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라고 한다.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을 어려서부터 익힌다면 어른에 대한 공경, 존경심을 잃지 않고 예의 바른 아이로 자라나는데 큰 몫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단연 그 교육의 시작은 가정에서부터 이루어질 것이다.

존댓말을 쓴다는 것이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작은 그 하나가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지금 내 아이가 어리다면 기회다.
말투 하나의 변화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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