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학년, 2학년 남자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여느 집과 다를 것 없이 우리 아이들도 이른 나이부터 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첫 시작은 아이 발달 단계에 맞추어 매달 책, 교구와 같이 오던 영상 DVD를 보여주면서부터였다.
호비라는 호랑이 친구가 아이 발달 단계와 같이 응가 연습, 인사 연습 등을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는데 그걸 보고 아이가 따라 할 수 있게 만든 영상이었다.
호비를 시작으로 전 세계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핑크퐁 아기 상어' 동요 영상부터 아이들의 대통령 '뽀로로'까지 점차 만화영상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어려서부터 티브이는 물론 핸드폰, 태블릿 영상에 익숙해졌지만 그때는 그나마 엄마가 틀어줘야지만 볼 수 있는 환경이 되어있었다.
그러다 학교에 입학하며 처음으로 자기만의 휴대폰이 생겼다.
일하는 엄마로서 아이가 학교는 잘 들어갔는지, 하교 후 학원은 제시간에 갔는지, 집에는 잘 들어갔는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있었기에 아이의 위치 파악과 긴급상황 시 연락할 수 있도록 핸드폰을 사준 것인데 다행히도 아이는 전화를 걸고 받는 것 이외에는 핸드폰의 필요성을 못 느꼈는지 핸드폰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핸드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을 보고는 자기도 보게 해 달라 요구하였고 그것이 나중에는 게임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유튜브와 게임은 친구들 사이에서 대화할 주제 거리가 되었고 같이 소통하고 놀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다.
아이들이 저학년 때까지만 하더라도 게임의 중독성이 걱정되어 최소한의 시간만 허락하고 절대 그 이상은 하지 못하게 관리하였다.
게임 말고도 친구들과 같이 놀 거리는 많다고 아이에게도 계속해서 얘기해 주었고 시간이 될 때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이나 놀이터로 나가려 하였다.
하지만 아이들이 점점 커나가며 나의 판단만으로 아이들의 여가시간을 옥죄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찬찬히 아이들의 생활과 친구들과의 관계 방식을 들어보니 아이들은 학교에서는 틈나는 대로 친구들과 다양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같이 뛰어놀기도 하고 종이 접기에 빠져 친구들과 머리 맞대고 종이를 접으며 시간을 보내거나 때론 유행하는 보석 십자수를 붙이고 포켓몬 카드나 스티커를 교환해 오는 걸 볼 수 있었다.
학교 끝나고 틈이 난 시간에 게임 속에서 친구와 한 팀으로 싸우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지만 학원 끝나고 친구와 자전거 타고 놀러 가기도 하고 적은 용돈으로 친구와 불량식품을 먹으며 즐기는 시간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비록 내가 어릴 적처럼 하교 후 무조건 놀이터로 향하는 모습은 없어졌지만 아이들은 학원 갔다 저녁 먹고 게임 속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 따라 그때그때 유행하는 게임을 따라 했고 게임을 같이하며 새로운 친구와 친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가깝게 지내던 친구와 멀어지기도 했다.
게임 속 세상은 이미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고 같이 놀 수 있는 하나의 공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한 강연에서 만났던 강사님이 해주신 말이 떠오른다.
"아이가 하는 게임이 한 타임에 몇 분이 걸리는지 아셔야 해요, 한 번쯤 같이 해보면 더 좋고요. 정확히 알고 자녀와 대화를 한 후 적정한 게임 시간을 정해야지 무조건 시간 됐다고 컴퓨터 전원 버튼을 꺼버리면 안 됩니다. 자꾸 같이 게임하다 나가버리면 친구들이 나중에는 껴주질 않아요."
그 강연을 들었던 날 저녁에 아이의 게임이 한 번 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보고 시간을 같이 정했다. 그렇지만 아이가 하는 게임은 그 후로 수시로 바뀌었고 그때마다 게임시간도 달라졌다. 그래서 처음에 정해진 시간을 자꾸 넘기고 매번 "잠깐만요"를 말해서 몇 번이나 혼을 냈는지 모르겠다. 혼을 내긴 했지만 학창 시절 친구들과 피시방에서 같이 '크아'하던 내 모습이 떠오르고 중요한 순간에 엄마가 컴퓨터 끄라며 혼내던 모습이 생각나 저 마지막 한 판이 얼마나 중요한지, 친구들과 더 게임하고 싶은 게 어떤 마음인지 알아 화가 나면서도 때로는 넘어가 주기도 한다.
게임을 아이들의 놀이문화로 받아들여줘야 한다고 누군가 그랬단다. 맞다. 게임 속 세상도 아이들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곳이고 하나의 놀이문화인 것도 안다. 하지만 부모가 되어보니 저러다 혹시나 우리 아이가 게임중독에 빠지는 건 아닌지, 눈 나빠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무니 게임만 하는 모습이 썩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더욱 나의 과거도 그랬으면서 아이에게 우리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똑같이 안된다 하고 혼내고 했던 것 같다.
이미 게임 속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같은 반 친구들을 거기에서 다시 만나 친해지는 게 아이들에겐 일반적인 모습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이 부디 너무 그곳에서 깊이 빠지지 않도록 지켜봐 주며 옆에서 가끔 흔들어주긴 하더라도 너무 제지하고 못하게 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