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by HeySu

비가 잔뜩 내린 날이었다. 장우산을 손에 꼭 쥐고 흔들리지 않도록 팔에 힘을 주었다. 동생과의 약속으로 서둘렀던 아침이었다. 장마 기압의 영향인지 머리도 흔들흔들 눈근육도 처진 채 졸음이 왔다. 출근 시간이 살짝 지나 최악의 붐비는 상황은 아니란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피 수혈하듯 카페인을 응급 조치 해야 하는 상황이었달까- 동생을 만나자마자 모닝커피로 수다의 포문을 연다. 비도 오고 하니, 통창이 펼쳐진 카페 안에서 각자의 책을 잠시라도 읽자던 만남의 목적 하나는 가방안에서 고개 한 번 내밀지 못한채 무거운 짐으로만 오늘을 함께 하게 됬다. 때론 이렇게 의도치않게 목적은 수정되고 다른 방향으로 유연하게 틀어지기도 한다. 유연한 만남이라 편하고 좋은 것. 그저 마주하고 함께 하는 시간자체가 마치 모든 법에 상위하는 헌법처럼 가장 우선되는 제 1의 만남의 목적인 것이다.

동생을 만나면 늘 맛난 것을 먹이고 싶다. 가끔 너무 내 뜻대로 가는걸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동생은 나의 메뉴 제안에 흔쾌히 응해주고 맛있게 즐겨준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나 동생 표정을 살피는 것으로 언니된 자로서의 뿌듯함을 즐기며 좋아라 하는게 소소한 나의 낙이다. 대차고 실행력 있고 꼿꼿하여 나보다 나은 점이 훨씬 많은 아이인데도, 4살차의 터울 탓일까 아이마냥 보살펴줘야할 것 같은 마음으로 내 깜냥에 딴건 몰라도 맛있는 밥이라도 잘 사먹이자 하는 생각이 자주든다. 오늘같은 ‘오늘’이 많이 쌓여 친구같은 언니 동생으로, 서로에게 편안함으로 존재하기를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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