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by HeySu

블로그에 아이가 그린 그림을 모으고 있다. 아이는 자신의 해야할 일을 모두 마친 늦은 저녁, 편안히 소파에 기대 앉아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그림을 그린다. 가끔은 스케치노트에 직접 연필로 그리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노트북에 슥슥 그린다. 완성되면 늘 내게 다가와 설명을 곁들이는데, 그녀의 세계관에 자주 깜짝 놀란다. 아이 머릿속에서 펼쳐졌을 세상의 모습과 각각의 스토리들이 색색깔깔 다채로이 살아나 어우러지고 생생하게 구현된다. 유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아이의 그림작품은 꾸준히 보관해오고 있다. 불과 얼마 안된 몇 년 전 작품들만 꺼내어 보더라도 그렇게 뭉클할 수가 없는데, 아이가 어른 된 시점에 함께 열어보게 될 그 보물함 속 그림들이 얼마만큼의 큰 감동을 불러일으킬지… 벌써부터 심장이 쿵쾅댄다. 아이는 자신이 자라며 상상하고 꿈 꿔왔던 모든 세계들과 순간의 추억, 그리고 다채롭고 사랑스러웠던 감정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난 아이의 그림에서 아이 마음을 읽고 때때로 안도한다. 아이가 쓰는 색감들이 너무 고와서 울컥하기도 한다. 스토리가 행복해서 웃음이 난다. 가끔씩 엄마를 주인공으로 하는 그림에서는 파스텔 빛으로 물든 자연풍경과 (내가 좋아하는 곳들이다) 그림 속 나의 온화한 미소를 보게된다. 가끔씩 호되게 쓴 소리하고 펑펑 울려대는 엄마인데도,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는 아이 마음이 너무나도 고맙고 미안스럽다. 아이들의 사랑은 부모의 사랑보다 더 조건이 없고 무한하다더니, 그 말의 진의를 온 마음으로 이해하겠다.

늘 아이의 그림은 다음 회차가 손꼽아 기다려진다. 나는 그녀 그림의 찐 덕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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