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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양자 Dec 13. 2024

시 꾸러미

날개가 준비되지 않은 천사

긍정을 삼키다


이끼 낀 폐가 달그락 거린다


주렁주렁 링거 줄 매단 후

알약 한 주먹에 잠시 후 두알 더

밥 한 술 겨우 뜨는 쟁반


침샘에 버틴 암 덩이 긴 시간 훑어 낸

건너편 아낙 밤새 흐느끼고

옆 침대에 누운 할멈

밤새 난리법석 숨소리


희멀건 낯빛들 장승처럼 세워두고

물살에 통곡하며 오가는 바다

가슴 골짜기에 붙은 이끼 씻어 가라는

내 애원 퍼붓는 소나기에 닿았다


내려줄 동아줄은

먼 산에 걸린 먹장구름이면 좋겠다고

난 아직 날개옷이 준비되지 않은 천사라고

알약 한줌 움켜쥐고

아무렇지도 않게 꿀꺽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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