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을 삼키다
이끼 낀 폐가 달그락 거린다
주렁주렁 링거 줄 매단 후
알약 한 주먹에 잠시 후 두알 더
밥 한 술 겨우 뜨는 쟁반
침샘에 버틴 암 덩이 긴 시간 훑어 낸
건너편 아낙 밤새 흐느끼고
옆 침대에 누운 할멈
밤새 난리법석 숨소리
희멀건 낯빛들 장승처럼 세워두고
물살에 통곡하며 오가는 바다
가슴 골짜기에 붙은 이끼 씻어 가라는
내 애원 퍼붓는 소나기에 닿았다
내려줄 동아줄은
먼 산에 걸린 먹장구름이면 좋겠다고
난 아직 날개옷이 준비되지 않은 천사라고
알약 한줌 움켜쥐고
아무렇지도 않게 꿀꺽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