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일기 대신 영어 넋두리 한 잔 ~
‘영어 일기’가 영어 공부에 좋다
는 말은 외국어 공부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말일 것이다.
나 역시 2019년 ㅡ 척추 골절로 침대에만 꼼짝 없이 누워있어야 했던 때 ㅡ에 한 전화 영어 사이트를 통해 영어 일기를 꾸준히 써보았던 경험이 있다.
기간은 1년 정도.
한 번 쓸 때 대략 4-5 문장으로 작성했었음.
모르는 단어는 ‘파파고’로 열심히 검색해가며 작성함.
일기를 쓰면 필리핀 선생님이 댓글로 짧은 감상을 달아주셨고 포인트도 적립되었기에 나름 지속적으로 쓸 수 있었음.
결과적으로 ‘일기 쓰기’는 분명 큰 도움이 됐다.
일상 생활에서 쓰는 표현들(빨래하다, 빨래 널다, 산책하다 등)도 알게 됨.
병원에 다녀온 날에는 ‘물리치료’ ‘정형외과’와 같이 낯선 표현들도 사용해 봄.
‘원어민이 쓰는 1000문장’처럼 남이 쓰는 표현이 아니라 ‘내가 쓰는 1000 문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오직 ‘나의, 나에 의해, 나를 위한’ 표현들을 익힐 수 있었음.
그러나 일기의 치명적인 단점도 분명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쓰기’ 그 자체에서 오는 단점이었다.
일반적으로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그렇듯, 가장 실력을 높이고 싶은 분야는 대개 ‘말하기’이다. 말하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요리를 잘하려면 요리를 많이 해봐야 하고, 운전을 잘 하려면 운전을 많이 해보아야 하듯이 말하기도 말을 많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일기는 명백한 ‘쓰기’였고 자칫 입도 ‘뻥긋’ 안 하는 시간이 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실제로 그랬다.)
일기 쓰는 것의 장점을 살리면서, 말하기(speaking)과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리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스터디 일원인 영준이었다... (고마워) 영준이는 선희 언니, 그리고 나와 영어 스터디를 결성했을 때부터, 자신이 알고 있는 영어적 지식이나 노하우를 기꺼이 공유해주고 있었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라며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주었다.

바로 그 갓(God) 영준에게, 우리말로 일기를 쓰되, 그것을 즉각 영어로 말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더니, 영준이는 매우 매우 환영하는 태도로 수긍해주었다.
그리하여, 회사를 마치고 저녁 8시나 9시경 우리는 동네 카페들을 기웃거리며 차 마시고 + 일기 쓰고 + 영어로 말하기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우리만의 용어를 빌자면 이건 사실상 ‘영어 넋두리’였고 Nerd's Grumbling이었다.
[참고]
Nerd는 병신이란 뜻이고 Grumbling은 툴툴 대는 거다.
넋두리랑 바로 맞바꿀 수 있는 말이 없어서....=_=
한 마디로 병신들의 넋두리란 뜻.
왜냐하면, 각자 30분 정도씩 우리말로 글을 썼던 주제는 대개 이랬기 때문이다.
영준: 코로나 때문에 사교육 시장이 많이 위축된 상태라 심각하게 이직 고민 중. 자리 잡아야 되는데...
나: 남들 보기엔 안정적인 생활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경제적 곤란에 처해있음...
이런 주제로 우리말로 글을 쓰고 나면, 각자 자기 글을 영어로 번역해 말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영준이는 당연히 영어를 나보다 잘하기 때문에, 내가 번역하는 문장들을 좀 더 자연스럽게 고쳐주거나 유용한 표현을 알려주었다.
또 영준이는 자기 글을 술술 영어로 잘 말했기 때문에, 그걸 듣는 나는 나름대로 ‘듣기 Listening' 공부한다 생각하고 집중해서 듣다가 안드로메다로 가곤 했다.
사실 이 영어 넋두리(Nerd's English)를 진행한 회수는 10월 9일부터 4-5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은 좀...... 괜찮았다. 아니, 많이 괜찮았다.
고것이 괜찮았던 이유는 (9)화에서 설명해야지! (글이 너무 길어져서요...허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