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넋두리의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에 대해
‘넋두리’
가 무엇인지 인터넷에서 한 번 검색해 보았다.
넋두리: 불만이나 불평을 혼잣말처럼 하소연 하는 것.
이란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넋두리는 술 친구에게나 할 수 있는 행위다.
가족들에게는 걱정을 끼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비추. 친한 친구 사이라 해도, 맨 정신으로 자꾸 넋두리를 하게 되면, 한 번이야 괜찮지, 차츰 상대방에게 ‘성가신 존재’나 ‘민폐’가 되기 십상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현대인은 넋두리를 속으로 삼키며 산다. 괜찮은 척하다가 속이 시커멓게 썩어 들어가는 줄도 모른다. 인생은 원래 그런 거라며 외롭게 산다.

그런 의미에서 영준이와 나의 영어 넋두리는, 영어를 빙자한 ‘무한 넋두리 허용 타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맘껏 넋두리 하세요. 호호호.’ 하며 한 사람당 1시간씩 넋두리 서비스를 주었으니까.
즉 우리는,
1. 먼저 괜찮은 카페를 물색함. (매번 괜찮은 카페를 방문하는 것 자체에서부터 힐링됨.)
2. 30-40분 정도 그날 넋두리 할 주제를 떠올리고 우리말로 일기 씀.
(대체 뭣땸시 맘이 힘든지 정리해 봄.)
3. 일기를 영어로 바꿔서 말해 봄.
(말하는 것 자체가 힐링이라고 상담학에서는 그런다..고 한다.)
이런 과정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한 번 해보고 난 뒤 우리의 반응은 이랬다.
나: 너 이거 재미있어? 난 이거 재밌는데.
영준: 나도 진심 재밌어.
정확이 이것이 왜 재미있는지 그 당시에는 명확히 알지 못했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알 것 같다.
영어 공부를 떠나서, ‘각자의 일상을 글로 정리하고, 공유하는 것, 또 공감 받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큰 정신적 만족감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뭐 무료 상담소도 아닌데 힐링 되지, 푸념을 털어놔도 애초에 암묵적 동의를 했던 컨셉이니 상대를 비난하거나 지루해하지도 않지.... -_-b 또 말하다보면 풀리기도 하고, 상대방이랑도 돈독해져서 절친 되기 십상이었다.
영어 공부 측면에서도 당연히 도움이 되었다.
다음 사진은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썼던 우리말 넋두리이다.
매달 월급이 왜 텅장이 되는지에 대한 회의감을 썼던 건데, 이걸 영어로 바꿀 때 영준이가 원어민들이 많이 쓰는 표현을 알려주었다.
가령, 아래 문장은 다음과 같이 영어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
“스트레스 받으면 먹는데 돈을 쓰는 나는 100만원을 배달의 민족에서 다 써버리는 건 아닐까?”
Once I got stress, It made me poor, wasting my one million won to delivery app.
여기서 Once는 일단 ~하면, 이라는 표현인데, 고등학교 때 분명 배우긴 했었지만 입 밖으 잘 내지 못한 표현이었다. 그런데, 이 일기를 구어체에 가까운 영어 넋두리로 바꾸어보려 하자, 내 입에 붙지 않은 기본적인 표현들이 무엇인지가 쉽게 변별이 되었다.
또 ‘,wasting ~’처럼 영어에서 -ing를 사용해 문장을 길게 만들 수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하면서, ~하니’ 등등 우리말에서 연결어미가 들어갈 부분에 웬만하면 ing를 써도 될 만큼 -ing의 용법이 무궁무진했다.
즉 영어 넋두리의 효과를 정리하면,
1. 심신 안정, 친목 도모에 도움이 됨.
2. 자기의 일상과 관련된 표현들을 익힐 수 있음.
3. 스피킹을 늘리는 데 도움됨.
4. 만남 자체가 재밌어서 즐기게 됨.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인데,
‘더 주되고 재미난 목적’이 앞장 서는 가운데, ‘영어’란 놈도 슬그머니 따라와 주는 패턴으로 일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7)화에서 깨달았던, ‘목적을 잊으면 목적이 달성되는 희한 얄궂은 원리’를 다분히 따른다는 점.
*주의: 물론 영어 넋두리를 진행할 때 어느 정도 영어 실력이 있어, 다른 사람을 보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영어의 향상도 따라오리라 예상함.
이제 대망의 (10)화에서는 이 기록물을 남겨보며, 내가 깨닫게 되었거나 변화된 것을 한 번 정리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