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즐기면 영어가 늘까? (10)

결국엔, 자기만의 방식으로

by 윤슬

‘영어를 즐기면 영어가 늘까?’라는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8월 즈음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시간은 참 빠르고, 별로 하는 것도 없는데 잘만 지나가는 것 같다.


처음 이 글을 썼을 때도 그랬다. 3개월이면, 나름 긴 시간이니까, ‘뭐가 되어도 되어 있지 않을까’, ‘영어가 많이 늘어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에 부풀었었다.


그러나, 나는 서점가에서 화려하게 주목 받는 ‘영어 천재’류나 ‘미드 쉐도잉으로 원어민을 발라 버릴 수 있는 부류’의 인간은 아닌 것 같다.


영어 공부에 본격적으로 시간을 투자한 지도 어언 3년이 다 되어 가는데, 여전히 영어 레벨 테스트에서는 중급이 뜬다. (내가 생각해도, 고급 수준은 아니다, 인정...)


더군다나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쯤에는 역설적으로 영어 공부에 회의감도 와 있었다.

아무리 해도 잘 안 되니까, 내가 그동안 영어를 못 한 건 ‘재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영어와 맞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허무함이 있었다.


그러나 기록의 힘은 강하다.


순진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영어를 즐기면 영어가 늘까?’라는 글을 10편 쓰면서, 나는 여전히 ‘중급’ 수준의 외국어 학습자이지만 하나 깨달은 게 있다.


영어를 공부하려 하지 말고, 영어를 즐기려고도 하지 말고,

‘영어’라는 단어를 빼고 무언가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영어가 따라오게 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목적을 잊어버린 채 무언가를 하다보면 다른 목적도 달성되게 하라는 것이다.


외국인 속에서 자존감을 잃지 않는 연습을 하다보니, 영어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었고,

친구와 넋두리를 털어놓다보니 알음알음 영어 표현도 배울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사람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영어를 즐기는 방법이 있겠지만, 적어도 10화의 이 기록은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있다.


'영어를 즐긴다'는 것의 정의도 너만의 방식으로 새로 쓰라고.


그래, 결국 인생은 지피지기이다. 자기에게 맞게, 오직 자기만의 방식으로 걸어가며 길을 만들어야 한다. 영어도 그런 인생의 일부에 속한다.


나에게 '영어를 즐긴다'는 것은 '영어라는 목적을 잊는 일'임을 되새겨보며, 이 정의에 따라 계속해서 무언가를 즐기고, 영어는 따라오게 할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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