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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혜 Oct 30. 2022

'추억'에 관한 사색 - 너답게 편하게 있어도 돼

지나치게 밝거나

지나치게 자신에게 엄격하거나

지나치게 잘해야 된다 생각하거나

지나치게 눈치를 보거나

지나치게 잘 참거나

지나치게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은

상처가 많은 사람입니다.

자신이 아이일 때부터 환경이

어른처럼 스스로 많은 것을 해냈어야 했고

그래서 실수하면 안 되서

잘하려는 마음이 지나치게 강해 스스로 힘듭니다.

따뜻한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이 "애쓰지 않아도 돼. 그냥 너답게 편하게 있어도 돼."라고 

하는 말을 들을 때 그 사람은 눈물이 날지 모릅니다.


"너답게 편하게 있어도 돼." 

.

.

.


 대학교 3학년 때까지도 나는 너무나 심하게 눈치를 봤고 불안한 마음이 커서 사람을 대하기가 힘이 들었었는데 그런 나에게 편하게 있어도 돼, 라고 말했던 두 사람이 기억이 난다.

  그 중 한 명은 대학교 때 어학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공대생 오빠로 말수가 별로 없는 편이었고 필리핀에서 바나나 잎으로 고기를 구워먹던 도중 배탈이 나서 한참 동안 설사로 고생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다.

 그 오빠와 나를 포함한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모두 대학교 2~4학년생으로서 (취업 포기했다며 껄렁하게 주머니에 손 꽂고 다니는 복학생 오빠들도 몇 있었지만), 그래도 청춘이었고 열뗬고 모여 다니기 좋아했으며 시끌벅적하게 취한 밤에 시덥잖은 말들로도 크게 웃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분위기가 너무 힘들었고, 특히나 낯선 사람들과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하면 딱히 할 말도 없는데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심하게 시달렸었다.

  그런 나와 어느 날 같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던 공대생 오빠가 했던 말이 "정혜야, 불편하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돼. 굳이 웃지 않아도 돼." 이런 류의 말이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나는 그 말을 들었을 당시에 몸이 얼어버릴 것 같았다. 고마우면서도 동시에 매우 불쾌했기 때문이다. 모른 척 해줬으면 좋을 안간힘 쓰는 내 마음을 너무나 투명하게 들추어 버리는 것 같아서... 자존심이 상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당시 그 오빠도 나에겐 나와 별 다를 바 없이 술자리에서 조용한 편이었고, 게다가 꽤나 유명한 설사쟁이! (죄송)였기에 그의 말이 조금 씨알이 안 먹히긴 했다.

  하지만 십여 년이 흐른 지금, 친하지 않은 누군가의 카톡 프로필에 올라온 글귀들을 보니 그 때 그 오빠의 말과 그때의 분위기가 생생하게 환기된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그 말이 어쩌면 그 오빠가 스스로에게 들려주었던 말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 생각을 해내기까지 그 오빠는 어떤 삶을 살았었던 걸까 궁금하고. 모든 게 아련하고 그리웁게 다가온다.

 편하게 있으란 말, 이제는 나도 누군가에게 해줄 수 있는 어렵지 않은 조언이지만, 십여 년이 흐른 지금, 나 자신에게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다.

나는 지금 정말 나답게 편안하게 있는 걸까?

여전히 아등바등 애쓰고 있진 않은가?

그렇다면 너무 애쓰지 말 것...

세상에는 애쓴다고 달라지는 일보다는 그대로 인정할 때 서서히 달라지는 일들이 더 많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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