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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동길 Nov 01. 2020

포레스트 검프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 1994.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제작: 파라마운트 픽처스

각본: 에릭 로스

원작: 윈스턴 그룸     


# 디딤돌과 걸림돌 그러나 같은 돌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 You never know what you're going to get. Also dose our life select how to follow, there is possibility also the result of life changing.”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 어떤 초콜릿을 먹을 수 있을지 절대 모른단다. 우리 삶도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거란다."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커다란 돌. 그 돌을 운명이나 걸림돌로 판단한 나머지 앞으로 나아가기를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디딤돌이나 받침돌로 생각하고 성장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인가?       


여기 세 사람이 서로 다른 삶의 자리(환경, 조건)에서 서로 다른 모습의 트라우마와 시련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은 마주한 시련과 고통을 거부할 수 운명이라 생각합니다. 댄 중위입니다. 그는 운명에 순응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조상들처럼 전쟁 중에 죽는 것을 명예로운 죽음이라고 믿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선택합니다.

     

한편 주인공 포레스트의 영원한 사랑. 제니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저주하고 회피하며 퇴보하는 삶을 선택하다가 결국 여러 가지 중독 증세와 병을 앓고 있지만 치료하기를 포기합니다.     


그리고 포레스트 검프. 그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장애를 가졌습니다. 몸과 정신이 경계선 이하입니다. 하지만 그는 장애가 가져온 시련과 고통을 극복하고 오히려 그것을 디딤돌로 삼아 더 높은 곳으로 껑충 뛰어오르며 성장합니다.     


# 같은 삶의 자리, 그러나 서로 다른     

새털 하나가 바람에 실려 소도시의 거리와 하늘을 떠돌고 있습니다.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거리의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던 새털은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 있는 포레스트 검프의 발 옆에 떨어집니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양태의 트라우마가 우리와 함께 살아갑니다. 같은 삶의 자리를 공유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요. 우리가 주목할 세 사람 중에서 이야기의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 그는 불편한 다리, 경계성 지능을 가진 외톨이 소년입니다. 그는 헌신적이고 강인한 어머니의 보살핌과 콩깍지 첫사랑 소녀 ‘제니’와의 만남으로 사회의 편견과 괴롭힘 속에서도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고 성장합니다.     


포레스트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 장애를 가졌다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인정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딱 두 사람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포레스트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지해 주었습니다. 엄마와 제니였습니다.     


제니: “너 바보야?”

검프: “엄마 말이 지능이 좀 낮은 것뿐 이래.”

제니: “Run! Forrest Run!”     


교정기를 찬 채 걸어야 했던 포레스트. 그는 또래들이 괴롭힐 때마다 그들을 피해 달리고 달립니다. 그러다가 누구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지요. 선천적인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라는 편견과 그런 시선에 사로잡힌 사회를 벗어나기까지, 그들이 채워준 교정기가 저절로 벗겨질 때까지, 비난과 비웃음을 탈피하기까지. 그는 달리고 달렸습니다.     


“Run! Forrest Run!”     


그리고 또 한 사람. “Run! Forrest Run!”. 이 목소리의 주인. 포레스트의 첫사랑이자 변함없는 지지자였던 제니. 그녀는 알코올 중독 홀아버지의 성적 학대로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아버지를 피해 옥수수 밭에 숨어 이렇게 기도합니다.     


“하느님, 제가 여길 벗어나 멀리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새가 되게 해 주세요.”     


어린 포레스트의 삶에 유일한 응원자였던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자꾸 퇴보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대학 유니폼을 입고 '플레이 보이'지에 나왔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하고, 밤무대 스트립 가수로 전전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울 정로도 문제 있는 여자로 살아갑니다. 트라우마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여러 가지 중독 증세도 계속됩니다.     


마지막으로 나머지 한 남자. 댄 중위입니다. 댄 중위도 트라우마에 시달리지요. 그는 부대원들을 전쟁 중에 잃고 자신의 양쪽 다리까지 잃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죄책감과 불구가 되었다는 좌절감, 특히 그가 강하게 믿고 있는 자신의 운명과 가문의 운명인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자책감과 죄책감으로 심한 트라우마를 겪습니다. 자신을 살려준 포레스트를 미워하면서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술, 마약, 섹스에 빠져 지냅니다. 그리고 마침내 야곱처럼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신과 한 판 씨름을 하게 되지요. 그날 이후,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 걸림돌이라는 기회     

역경을 기회로 삼은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중에 에이미 멀린스(Aimee Mullins)라는 여성은 종아리 뼈가 없는 불구로 때어 났지만, 의족을 끼고 1996년 장애인 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또 많은 이들이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는 해리포터의 저자 조앤 롤링(Joanne Rowling)은 소설가로 명성을 얻기 이전에 이혼과 생활고와 가난했던 시절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고 지금은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부끄러운 이력을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하느님이 주신 세 가지 은혜 덕분에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첫째, 집이 몹시 가난해서 어릴 적부터 구두닦이, 신물팔이 같은 고생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둘째, 태어날 때부터 몸이 몹시 약해 항상 운동에 힘써왔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셋째, 나는 초등학교도 못 다녔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다 나의 스승으로 여기고 누구에게나 물어가며 배우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았다.”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말입니다.     


# 인간의 네 가지 차원(세계)     

인간은 자기가 알고 있는 세계보다 더 많은 세계를 살아가는 존재이지요. 피조물 가운데 유일하게 말입니다. 자신이 그것을 깨닫든 그렇지 못하든 인간은 성장하면서 네 가지 차원을 살아가게 되는데요.     


이 네 가지 차원(세계)은 움직임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우선 0차원부터 알아보면 이렇습니다.     


차원이 없다는 말은 점이라는 이야기지요. 0차원은 점입니다. 점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차원이라는 말이 성립이 되는데요. 점이 시간과 공간 사이에서 움직이면서 선이 생기게 되지요. 이를 두고  1차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후, 혼자이던 선이 움직임을 잃지 않거나 다른 선들과 만나면서 ‘면’이 생기게 되지요.  2차원입니다. 그리고 역시 면이 움직임을 지속하거나 다른 면을 만나면서 새로운 차원이 형성되는데요. 3차원 입체입니다. 마지막으로 입체가 활동하며 입체를 뛰어넘었을 때, 또 다른 차원에 도달하게 되는데요. 4차원 초입체라고 합니다.     


사람에 따라서 어떤 사람은 차원이 없는 영(0) 차원의 세계와 1차원적인 세계에만 머무르며 그런 단순한 차원의 삶을 지향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들은 2차원, 3차원, 4차원의 삶을 왕래하거나, 그중 어느 한 차원(세계)에 머무르기도 하지요. 이를 물리학이나 수학적으로 해석하는 것보다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면 아주 중요한 것들을 깨닫게 되는데요.     


# 성장을 위하여     

인간은 3차원과 4차원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면서도 더 낮은 차원의 삶을 선택할 수도 있고 더 높은 차원으로 뛰어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제니와 댄 중위, 그리고 포레스트의 삶을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알코올 중독에 빠진 아버지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니는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수 활동도 하고 반전 운동도 하였으며, 히피 생활도 해보지만, 술과 마약, 섹스와 같은 중독성이 강한 행위를 동반한 위험한 도피는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맺게 되었습니다. 제니의 불안정한 영혼은 포레스트의 끝없는 지지와 사랑을 받아줄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편 댄 중위의 변화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데요. 댄 중위의 변화에는 다음과 같은 외부적인 요소가 작용했습니다. 1. 포레스트의 변함없는 지지와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2. 포레스트의 필로스 사랑과 정성을 마음을 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이며, 3. 그가 믿고 있던 운명만큼이나 ‘아가페적 사랑의 존재’를 끝까지 놓지 않았기에 가능했습니다.     


마음의 근육은 부정적인 믿음과 긍정적인 믿음을 식별하지 못하지요. 오히려 인간의 마음과 감정, 감각들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편향되기 쉽고 두려운 상황에 더욱 민감합니다. 때문에 성장을 위한 동기와 조건 중에서 '외부적-긍정 요소'의 여부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외부적 긍정 요소는 배고픔과 외로움을 해결해 줄 뿐만 아니라 소속감과 편안함과 안전감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또한 가족과 공동체는 갈등과 고민들을 해결해 줄 수도 있고, 자유와 해방감, 더 나아가서는 성취감까지 제공해 줄 수도 있지요. 이처럼 외부적 긍정요소인 장소와 환경, 지지자들의 여부는 한 사람이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과 성찰에서 얻어진 자의식과 같은 '내부적-긍정요소'는 그 어떤 성장 요소들보다 값지고 중요합니다. 즉 외부적인 성장 요소도 중요하지만, 내부적인 요소가 더욱 중요합니다.     


외부적인 요소는 사고의 전환을 가져오기 힘들지만, 내부적인 요소에 의한 사고 전환은 강력한 힘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한 자아에게 동력이 되고 용기가 되며 잠재력을 깨우지요. 차원을 통합하고 마침내 차원을 자유롭게 옮겨 다닐 능력도 갖추게 되는데요.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을 죽일 정도로 엄청난 것이 아닌 이상, 고난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신은 모든 이에게 장애를 선물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극복하고 딛고 일어설 힘도 주었습니다. 포레스트는 누구보다도 빨리 달릴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습니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을지라도 말이지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네 악동들에게 시달린 덕분에 자신의 잠재능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부정적인 약점을 보완하는 것보다 이미 자신 안에 존재하는 긍정적인 차원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더욱 발전시키는 것 긍정심리학의 핵심 원리입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시기가 찾아와도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끊임없이 몰입하고 도전할 수 있는 능력, 생각과 감정을 긍정적인 상태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습니다. 시련과 절망의 순간이 누구에게 찾아오듯이 말이지요.     


포레스트는 자신의 장애와 그로 인한 따돌림, 외로움, 전쟁터에서 전우의 죽음과 연인의 떠나감과 같은 부정적인 상황에 마주할 때마다 달렸습니다.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에 빠지 않았고 절망스러운 순간이 찾아와도 잠겨 있지 않았습니다.     


‘지금-바로-여기’, 현재에서 4차원적이고 통합적인 차원의 자기를 발견하고 행동하는 것. 그것은 분명 추락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 역설적인 에너지이자 또 다른 새로운 기회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반드시 떨어진 만큼 추락한 만큼 다시 솟아오를 수 있는 원동력과 힘.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되새기면서 우리 모두 "RUN!"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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