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우주적인 오해, 열네 번째
신호를 보낸 후 티소론의 지란은 매일 같이 홀로 밤을 샜다.
그는 자신의 안테나가 끌어낸 이 접촉이 티소론 문명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사건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혹시 우리가 잘못 해석한 건 아닐까? 단순한 춤이 아니라 경고나 조롱이었다면? 혹은 이 짓궂은 군무가 다른 의미로 왜곡되어 전달되었다면? 지란은 그런 경우를 수없이 시뮬레이션했고, 영상의 프레임을 하나하나 다시 분석했다. 반복된 분석 끝에 그는 ‘혹시 벌집을 건드린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철학적 명료함에 과학적 정교함을 추구하는 그의 성향상, 혹시 본인이 무언가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가슴이 조여왔다.
그래서 그는 만약 정말 그들과 직접 만나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첫 마디로 무엇을 전해야 할지를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관점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해한 것이 틀렸다면, 그건 단지 우리 눈이 작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렇게 적었다. 어쩌면 사과와 설명, 정체성과 의도를 모두 담은 한 문장이 필요했다.
지란은 이 문장을 117개 버전으로 변형해 저장했고, 일부는 수신자의 언어에 따라 다른 어투로 전달될 수 있도록 다중 언어 패턴을 적용시켜두었다. 어느 누구도 묻지 않았지만, 지란은 답을 준비하고 있었다.
또한 그는 티소론의 역사와 철학을 기반으로, 외계 문명과의 조우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오해를 정리한 책을 쓰기 시작했다. 제목은 ‘가장 우주적인 오해’.
이 책은 티소론 문명이 지닌 인문학적 고민과 허탈함, 외부 문명과의 접촉에서 발생한 소동을 정리하려는 시도였다. 그는 이 작업을 통해 외부 문명이 타 종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를 제시하고자 했다. 단순한 관찰에 가까웠던 문서는 점차 더 깊은 사유와 사례들로 채워졌고, 어느 순간 그는 깨닫게 되었다. 외계와의 조우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며, 매번 강렬해질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