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신축의 실상
절대 이런 종류의 글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오늘은 그 한계에 달한 것 같다.
2년 여 전, 전원생활의 아련한 꿈을 안고 먼저 전세로 시작하기로 하고 강화도로 터를 정했다.
신축주택이라 나름 불편함 없이 2년을 보내면서 계속 이 곳에 머물건지, 아님 다시 도시로 돌아갈 것인지, 아예 집을 짓거나 사서 완전히 정착할 것인지.. 여러가지 변수를 놓고 고민한 끝에 전세계약 만기를 10개월 여 남기고 일단 전세는 끝내고 내 집 마련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처음에는 집 짓기는 엄두가 나지 않아 기존에 지어진 집을 찾는데 열중하였다.
주어진 예산에 내가 원하는 집은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내 의견도, 와이프 의견도 모두 만족시키는 집은 어쩌면 이 곳 강화에는 없는 듯 보였다. 그다지 많은 발품을 팔지도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씩 지쳐 가기 시작하다가 문득 집을 짓는건 어떨까? 라는 용기가 발동되었다.
건축에 건(建) 자도 모르는 문외한인 내가 무슨 집을 짓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지금 생각해 봐도 분명 무모함 그 자체였다.
그 발상에 단초를 제공하게 된게 탁구 모임에서 만난 고향 선배의 조언(?)이었는데, 그 선배의 집이 내가 짓고자 하는 곳 근처였고, 그 집을 구경하게 되고, 그 동네 전원주택 단지를 어떤 업자가 다 했다는 말과 그 업자의 집을 그 단지 내에서 짓고 있다는 설명, 무엇보다 작은 예산으로 규모 있는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업자의 달콤한 유혹(?).. 등등에 혹해 너무나도 무모하게 빨리 집짓기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평소 직관을 나름 믿는 성격인데다가 그다지 실패한 경험이 별로 없던 나로서는(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다) 그 결정에 한치의 의심 조차 하지 않았으니... 이건 사람을 너무 믿는 순진함인지, 아님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감성인지.. 지금 생각해 보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직진모드가 어마어마한 내홍을 일으킬지 그 당시에는 전혀 예측이 되지 않았었다.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예를 들어 보면..
첫째, 다른 업체를 찾아 볼 생각도 하지 않고, 비교 견적 하나 받아보지 못했다는 점
둘째, 계약서라고 업자에게 받은게 너무나도 허술하고 도무지 안전장치라곤 거의 없는 서류 하나 달랑 믿고 사인해 버렸다는 점..(내 의견 하나 넣지 않고 구두로 약속 받은게 거의 전부이다)
셋째, 계약금으로 거의 건축비의 절반을 주고, 그것도 모자라 잔금이라고 겨우 1천2백만원(거의 건축비의 5%수준) 남기고 업자의 강압적인 요청에 의해 중도금 조로 지급한 점
넷째, 내 딴에는 업자에게 잘 하면 좋은 집이 나올 것이라는 지극히 순진무구, 아니 어리석은 생각에 4개월 정도 현장 노가다를 자처했다는 사실..
다섯째, 결국 정해진 공기(4개월)는 훌쩍 지나가 버리고 완공 되지도 못한 집에 날짜가 도달해서 강제 이사할 수 밖에 없게 된 점
이렇게 나열한 것 말고도 차마 설명할 수 없는 갈등과 고뇌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사한지 벌써 3개월이 넘었는데 외부 벽체 마감이나,내외부 조명, 내부 인테리어 보강공사 등 여러가지 일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남겨져 있고, 무엇보다 준공서류를 설계사무소에 넘겨주어야 준공허가 심사가 날 것인데 아직도 그 서류를 넘겨주지 않고 버티고 있다.
그 업자는 우리 집 바로 옆집 공사를 발주 받아 지금은 그 집 공사를 하고 있으면서 나에게는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말만 반복하곤 한다. 다음 주, 다음 주 하면서 말이다.
아파트 생활과 도시 생활만 하다가 인생 말년에 접어 들면서 팔자에도 없는 시골생활을 하겠다고 결정한게 너무너무 후회가 된다. 아니 그냥 전세로만 살아보고 말지 라는 후회가 동해안 파도처럼 밀려 들어온다.
지금 가장 큰 데미지는 나의 정신 건강 상태이다.
거의 매일 그 업자에 대한 분노가 가슴 한 가득 쌓여있어 어떻게 할 수도 없이 폭발 일보 직전인 것이다.
오늘은 애궂은 강아지가 짖어대는 것에 화를 참지 못해 와이프와 목청 높여 싸우기까지 했으니.. 게다가 그 결과로 교회 지인 분들과 함께 하기로 한 저녁식사에도 참석지 못하는 지경까지 되어버렸으니.. 도대체 왜 내가 이런 말도 되지 않는 고난을 겪어야 하는지 가슴이 터질 것 같다.
그 업자는 도대체 왜 이런 횡포를 부리는걸까? 명절 선물에, 김치까지 해서 현장 사람들에게 갔다주고 수시로 식사대접 하고, 무엇보다 계약서에는 잔금을 1억여원 남기고 완공 후 치르기로 한 조항을 내가 스스로 어기고 중도금을 요구할 때마다 주는 나름의 배려를 했는데.. 돌아온 것은 이런 횡포 뿐이니..
게다가 공사비를 거의 1천만원 더 달라는 요구까지 수용했는데... 나는 정말 바보일까?
거실과 천장까지 높이가 무려 7.5m나 되어 겨울 내내 추위에 떨면서 가스비 걱정에 전전긍긍하는건 내 선택의 무모함 때문이라고 해도 마무리 공사가 되지 않고 준공 허가가 나지 않아 외부 창고 구조물 조차 쿠팡에 주문도 못하는 이 난감한 신세로 이사 온 그대로 쌓아 둔 여러가지 잡다한 짐들을 보면서 내내 한숨과 분노만 삭히고 있다.
나는 언제쯤 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텃밭을 일구면서 공기 좋은 시골생활을 꿈 꾸고자 했던 나의 꿈은 벌써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모든 것이 부정적인 생각으로 바뀌어 버렸고 심지어는 해서는 안될 생각까지 문득 나를 찌르곤 한다.
혹시 전원주택 신축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간곡히 전하고 싶다.
정말 신중히 생각하고 생각해서 결정하고, 진행하더라도 여러 업체를 만나보고 정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적은 예산으로 좋은 집을 짓는다는 생각은 일치감치 버리는게 좋다.
세상에 공짜 없다는 말은 만고의 진리이다. 돈 들인만큼 결과가 나온다. 그리고 철저하게 법적인 장치를 꼭 해 두기 바란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생겼을 시에는 고충은 감수해야 한다.
하루하루가 너무나 소중하고 아까운 시간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이인데 이렇게 속앓이만 하는 내가 스스로도 싫고 화가 난다.
결국 위 경련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