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인종, 피부색, 성별 등에 상관없이 모든 권리를 누려야 한다.
파라과이의 인종은 과라니족 등의 원주민과 스페인인의 혼혈이 90% 이상이다. 혼혈이 대부분이어서 아이들의 얼굴색과 생김이 정말 다양하다. 원주민에 가까운 얼굴을 한 아이들도 있고 완전히 유럽인처럼 생긴 아이들도 있다. 유럽인의 얼굴도, 원주민에 가까운 얼굴도 아이들은 참 예쁘다. 피부가 정말 까만 아이들은 그 나름대로, 피부가 하얀 아이들은 그 나름대로 다들 예쁘다.
해외 어디를 여행가도 항상 인종차별을 받아 본 경험이 있었는데, 파라과이에서는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 피부가 검은 편이고, 한국인에 가깝다기보다 과라니족에 가까운 얼굴 생김을 갖고 있어서였을까, 그곳에서 사람들과 섞여 사는데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는 인종차별과 견줄만한 큰 문제가 있다.
파라과이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의 삼국동맹과의 1865년부터 5년간 지속된 전쟁에서 국민의 절반을 잃었다. 어른 남녀의 성비는 1대 9가 되었고, 여초 사회화로 비극적인 사회관습들이 생겨난다. 일부다처를 법으로 인정하고 성범죄를 범죄로 여기지 않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일부다처의 법은 80년간 지속되다가 1950년에 폐지되었지만 이 남성우월주의의 관습이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래서 아이들의 가정엔 문제가 정말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녀를 많이 두는데, 아주 이른 나이에 아이를 가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 가정에서 엄마 혹은 아빠가 다른 아이도 부지기수다. 부모가 가정에서 버젓이 저지르는 일들로 인해 아이들이 받는 상처가 말도 못하게 많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중학생만 되어도 성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높은 나라이지만, 과연 아이들의 행복지수도 그러할지 의문이다.
교육적으로 심히 열악하다. 아이를 많이 낳기 때문에 학생 수가 많아서 모든 학년이 오전, 오후반으로 나누어 수업을 받는데, 아이들이 기본적인 생활권과 교육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교실의 책걸상이 심각하게 엉망이고 교과서도 모든 아이가 다 가질 수 없다. 너덜너덜한 헌 교과서를 둘이 함께 볼 수 있으면 다행이다. 정말 더운 나라임에도 교실에 에어컨은커녕 두 대 있는 선풍기마저도 작동이 잘 되지 않는다.
아이들인데, 대부분이 자신의 동화책을 한 권도 가져보지 못했다. 교과서도 없는데 동화책은 사치인 것.
그런데,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의 책 한 권이 생겼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NGO ‘마음 맞는 이들’이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한 권씩 나누어 주었다. 아이들의 행복한 미소에 나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아이들은 작은 행복에도 미소 짓는다.
아이들의 미소는 모든 이들을 미소 짓게 한다.
아이들은 사랑받아야 한다. 인종, 태생, 성별로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 교육을 받아야 하며 의식주의 기본적인 생활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가난한 아이들은 여전히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은 매정하다. 이 현실, 바뀔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