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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상실의 슬픔

by 꽃피네

"이고녀와 앵두의 사랑싸움에서 질투는 필연적인 사랑의 부산물인데, 패자는 닥칠 상실의 슬픔을 어찌 견딜 것인가! 채앵아! 채앵아!"

라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깊이 탄식하였다.

"한국 속담에는 남편이 첩을 얻으면 길 아래 돌부처도 돌아앉는다는 속담이 있지. 시앗대전이 펼쳐진 거야"

"요강 장수 돈 번다는 그 첩 싸움?"

"그래 맞아. 라비"

나 푸어박과 라비의 대화에 제니 스미스도 합류하였다.

"그걸 그냥 놔둬? 남편이 마약 처먹고 바람피우면 멕시코나 미국에서는 그 두 연놈들을 AK-47 소총으로 따다다닥 갈겨버리는 수가 있어!"

이제까지는 가만히 듣고 있던 아이샤와 파티마도, 마르코도 비분강개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끔 남편의 거시기를 잘라버리지. 나 아이샤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잘라버릴 거야!"

"에구 잘라버리는 건 동서 어느 나라에서나 동일하구먼 우리나라 뉴스에도 가끔 나오거든. 아이샤"

"나 파티마도 맹세하건대 난 그 시앗에게 무쇠 정조대를 채울 거야. 첩년의 밑을 아예 잠가 버리는 거지 머"

"우메 더런 거! 중세시대야? 지금이? 오줌똥은 어디다 싸냐!? 급할 땐?" 제니가 우웩 하는 시늉을 해 보였다.

"아니, 그걸 참고 산다는 거야? 우리 브라질 여자들은 아마 밤중에 사단 낼 거다!

본부인이 세미오토 베레타 92로 두 연놈들을 빵야! 빵야! 하는 거지"라고 말하며 오른손을 들어 반자동 권총을 쏘는 시늉을 해 보였다.

"여기 아주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계시지!' 라비 샤르마가 하체가 붙어있는 샴쌍둥이 아이샤와 파티마를 지목하였다.

"너희 둘은 2인 1 동체잖아. 남편을 둘을 얻어야 할까, 한 남편과 너희 둘이 동시에 결혼해야 할까? 난감하네 참!"

"그러네 하체는 하난데 밤일을 하면 둘이 같이 느낀다니 가성비 끝내주겠네. 남편 1, 아내 2면 마치 편의점 1 + 2 묶음 상품 같기도 하고" 이렇게 말을 내뱉고, 마르코는 커다란 눈을 껌벅이며 샴쌍둥이의 눈치를 살폈다.

"마르코 말 좀 쉽게 해! 간단히 남편 되는 입장이라면 일타쌍피라고 하는 거야. 상체만!"라고 제니가 마르코의 말에 덧붙였다

"우린 두 사람이니 남편도 반드시 둘이 되어야 해! 남편을 하나 얻으면, 둘 중 하나는 첩이 되어야 하는데 그 꼴은 못 보지. 파티마! 그렇지?" 하고 아이샤가 파티마에게 자신들이 다시 태어나면 각자의 남편 하나씩, 둘을 얻자고 하였다.

"이건 좀 심각한 주제네. 만약에 네 남편이 너랑 해대면 난 앉아서 강간당하는 거야. 또한 내가 만약 오르가슴이라도 느끼면 그건 나의 불륜이라고!"라고 파티마가 2 + 2 결혼을 반대하였다.

"그거 말 되네. 여자 상체 둘에, 버자이너가 하나니, 한 사람의 남편도 맞고, 두 남편도 맞는 것 같아. 잘해 봐라.

그런데 이왕이면 다다익선이 더 좋지 않을까? 앵두를 봐. 비밀동아리에서 그렇게 여러 남자 여자들에게 사랑받았다니 난 너무 부러워! " 제니가 아이샤와 파티마를 토닥이며 격려하였다.

"쟤들 구경이나 하자 이 집은 활력이 넘친단 말이야! 아들 하나가 두 여자에게 쌍장가를 들어 팔자에도 없는 시앗 싸움 나겠네!"

"오! 제니 이 집 참 시끌벅적하지? 도대체 이 집 식구들이 몇이야?

딸 다섯 시집가고도 고2 막내 쌍둥이 둘에, 대학 1 학년 딸 쌍둥이 두 명, 4명이나 남아 있으니 어른들 5명에 총 9명, 아직도 대가족이구먼"

마르코의 말이 끝나자, 잠시 중단되었던 라비의 이야기가 다시 이어졌다.

앵두는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이고녀와 시아버지의 행복한 대화를 듣고, 그만 까무러쳤다.

시야가 흐려져 사물이 보이지 않았고. 이성을 상실해 넋이 나갔다.

전등남으로부터 받은 이 처절한 배신으로 인한 들끓는 분노와 좌절감이 젊은 앵두를 조각조각 분해하고 있었다.

앵두의 영혼은 부르짖었다.

"오빠! 지금… 태희 언니 목소리가 왜 내 맘에 콕 박히는 거야?

우리 둘이 쌓아온 모든 게 다 부서지는 기분이야.

근데 왜!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지금까지 속삭였던 모든 약속이 전부 다 거짓말이었던 거야?

채앵인 지금 진짜 울고 싶어. 오빠 때문에… 이런 꼴을 당하면서도 참아야 하는 나 자신이 초라해지고 슬퍼져.

뭣 때문에? 뭣 때문인지도 모르겠어.

오빠! 말해 봐, 내게 왜 이러는 건데?"

이렇게 실성한 사람처럼 한참을 울다 웃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한낮이 되어서도 자신의 방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는 앵두의 이상 행동에 걱정이 된 숯불구이집 이모님이 방문을 두드렸다.

이런 상황이라면 시어머니인 공주가 이고녀에게 큰 힘이 되었듯, 이 이모님 또한 앵두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채앵아,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 하고 이모님이 말을 꺼냈다.

사실을 논하자면, 아무리 양가가 허락했다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2006년 8월 15일의 전등남과 이고녀의 결혼은 2015년 2월 26일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으로 인한 간통죄폐지 전이었으므로 그 결혼은 불법, 불륜의 중복 결혼이었다.

"채앵아, 넌 법적으로 엄연한 그의 아내야. 넌 이제 둘 중, 하나를 선택을 해야만 돼. 간통죄로 두 사람을 고소하고 위자료를 받을래?

그런데 혼인신고를 한지가 얼마 안 되어 그들은 금방 풀려나던지 형량도 적을 거야. 감옥에 안 갈 수도 있다고. 넌 자동 이혼되고, 더군다나 넌 아이도 없잖아.

두 번째는 지금은 꾹 참고 때를 기다리는 건데 어떡할래? 혼인신고 후 5년을 버팅기면 네 몫을 만질 수 있어. 그 돈으로 새 남편 얻어 출발하던지.

기회가 반드시 올 거야 "

"고마워요 이모님, 첨엔 저도 이런 때가 닥치면 위자료나 챙길까 생각하고 혼인신고부터 한 거예요. 난 오빠를 사랑해요. 지금은 오직 오빠만 있으면 돼요"

"그래 어서 일어나 한 술 뜨고 기운차려. 그래야 힘내서 싸우지.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알았지?"

"예 이모님, 고마워요. 좀 있다 바람 좀 쐬러 나갈게요"

결국 앵두는 두 번째 방법, 참고 기다리기로 마음을 정하였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전등남이 이고녀를 취한 것은 여왕벌의 입장에서 보면 생존 경쟁 싸움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것이었다. 다만 셋이서 평화롭게 살아가느냐 혈투를 벌여, 하나를 내몰고 독차지하느냐의 문제였다.

앵두는 전등남을 고3 초부터 사랑했기에 차마 그를 감옥에 보낼 수는 없었다. 또한 그가 감옥에 가는 순간, 간통죄 고소를 하려면 이혼이 되기에, 자신은 영원한 패배자가 될 것이라는 공포가 그녀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다.

식당 이모님의 위로로 분노와 슬픔에서 잠시나마 벗어나자, 영악한 그녀는 이런저런 궁리를 하기 시작하였다.

벽에 걸린 뻐꾸기시계만이 질투의 마법에 걸린 설운 앵두의 친구가 되어주었다.

뻐꾹뻐꾹 "12시!"

"나 좀 내버려 두라고! 엉엉 너까지도 날 괄시하니?"

앵두는 이모님이 나간 뒤, 다시 울다가 웃다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기를 반복하였다.

낼모레면 오빠가 온다.

그런데 일어날 수가 없다. 꾸미오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하고 피부관리도 해야 되는데 상처 난 마음이 질투로 인한 슬픔의 밧줄로 그녀의 육체를 칭칭 동여 묶어 놓았다.

뻐꾹뻐꾹 "3시!"

"알았다고. 되게 귀찮게 구네. 아프리카에서나 편하게 살지, 그 개고생 하면서 한국까지 날아가 탁란이나 하는 주제에 날 깨우냐!

힘없어서 난 못 일어난다고! 이 못생긴… 오빠야!" 뻐꾸기 넌 나빠!"

뻐꾹뻐꾹 "6시!"

"탁란 아직도 덜 끝난 거야? 내가 대신 탁란해줄까? 뻐꾹아 이 나쁜 놈 오빠야!"

이국 땅에서 행여 자신이 사고로 크게 닥친다면, 자신의 정적인 이고녀의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자궁에 자신의 아기를 탁란 하는 방법도 이 뻐꾸기시계가 알려주었다.

그녀는 또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유학기간이 길어지면 여자로서 가장 건강한 이때, 난자를 난자은행에 보관해야지 이런 계획도 세워두었다.

이제 아기가 없어 졸지에 첩의 첩으로 전락했으니 난자보관은 때려치우자. 일단은 만사 제쳐 놓고 아기나 낳자 이렇게 마음 다잡으니 나른한 평온감이 밀려왔다.

이번엔 걱정이 된 이모부님이 미음을 쒀서 가져왔다.

"이거 먹고 정신 차려. 일단 푹 쉬고 그래야 내일모레 오빠가 온다면서 공항에 마중 나가야 될 것 아니야?

"고마워요. 이모부님 잘 먹을게요"

"그래 그래 몸조리 잘하고 일찍 자"

"예 그렇게 할게요 "

뻐꾹뻐꾹 "9시!" "그래 잔다! 자!"

불 꺼진 적막한 방안에 앵두와 뻐꾸기 벽걸이시계가 서로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곧 자정이 지나면 내일, 드디어 학수고대했던 전등남 천재 오빠가 온다. 기운 차려야지. 그래야 아기를 만들지 이렇게 각오를 다지면서 앵두는 잠에 빠졌다.

뻐꾹뻐꾹 "6시!"

"알았어 알았어요! 일어난다고! 한국에서 우리 오빠 내일 오는데 암 일어나야지 일어나고 말고!"


"우리 아기 뿔났네. 네 맘 다 안다. 알아"

"엄마, 질투 안 하려고 했는데 자꾸만 이상한 감정들이 제 가슴속에 쌓여가요"

"그건 질투야. 네가 행여나 큰애를 잃을까 봐 상상하면서 스스로 슬픔에 빠져드는 거지.

남편이 바람피우면 처음엔 화가 치솟다가, 그러다가 질투하고, 비참한 심정을 느끼고,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슬퍼지고, 또 그런 자신이 초라하다고 느끼게 되는 거야"

"엄마, 아빠도 바람피우신 적 있어요?"

"호호 얘 좀 봐. 난 아빠의 공주고 동생인데 날 울린다고? 그리고 바람피워도 난 상관없어요!

어떻게 매일 같은 밥만 먹으라고 강요하겠니! 하지만 아빠는 절대 그런 거 안 하셔. 엄마의 큰 큰오빠거든.

여고생 때 우리 아기가 주고 싶어서 그랬듯이, 난 중2 때부터 주려고 했는데 어쩜! 같이 한방에서 잠잔 적도 많았는데 내겐 손도 안대는 거 있지?"

"어쩜 엄마랑 전 이렇게 똑같죠? 암튼 이번엔 너무 죄송해요"

"우리 아기가 죄송해할 건 없고. 내가 오히려 미안해야 할 일이지. 얘를 저렇게 키워놨으니"

"아니에요 엄마. 전 첨부터 첩살이도 좋고, 독수공방도 좋고, 간통죄로 감옥 갈 각오로 시집왔거든요"

."어쩜 이렇게도 예쁘고 착할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아기"

공주는 이고녀의 통통히 살이 오른 궁둥이를 예쁘다는 듯이 두드렸다.

"엄마. 미안해요. 그런데 자꾸만 화가 나요. 차라리 오빠랑 같이 감옥을 가더라도 걔를 호적에서 파내고, 대신 제 이름을 호적에 올리고 싶었어요.

그러나 오빠가 감옥에 가면 할머니나 엄마가 가슴 아파하실까 봐 여태껏 참아 왔던 거예요.

그런데 쟤가 우리 오빠를 자꾸 우리 여보, 우리 여보라고 부르면서 약을 올려서 그만 쏘아붙인 건데 죄송해요. 엄마"

"알아. 알아. 너네들을 떼어놓을 수 있는 건 이 세상엔 없어. 그러니 울지 마"

공주가 쓰다듬자, 이고녀는 공주의 품 속을 파고들었다. 어깨를 들썩이며 쏟아지는 눈물이 공주의 남색 블라우스를 적셨다.

공주는 가여운 이고녀를 얼싸안고 토닥이며 어루만졌다. 한참 후,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이고녀가 배시시 웃었다.

"엄마 괜찮아요. 다 잘될 거예요. 난 처녀였는데 걘 오빠랑 하기 전에 누구한테 줬대요. 저는 결혼 첫날밤 숫처녀였고, 처녀막 찢어져 오빠가 제 밑에다가 약 발라 주고, 우린 그렇게 첫날밤에 병원놀이 하면서 밤을 새웠는걸요"

"그래? 큰애는 첫경험을 누구랑 했는데?"

"채앵이! 그 앵두랑 했대요. 아휴 분해요. 걔는 딴 남자에게 처녀 주고선, 오빠 총각 따먹고, 깨끗하지도 않은 주제에 앙큼하게 혼인신고를 감쪽같이 해치우다니.

아니 제가 고1 때부터 줄려고 들이댔는데, 오빤 해 달라는 난 안 건들고, 엉뚱한 앵두에게 넘어가다니 너무 속상해요"

"아기야! 누구에게나 처음은 못 잊는 법이야. 넌 처녀결혼 했으니 큰 애와의 추억을 평생 못 잊을 걸. 큰 애도 네 처녀밑에 들어갔던 첫 감각을 절대 못 잊게 마련이야"

마찬가지로 이 바보 같은 녀석이 숫총각을 앵두에게 줬으니 그 첫경험 또한 절대 못 잊을 거야"

"알아요. 엄마. 그래서 앵두가 차라리 고소해 주었으면 했는데 잠잠하네요. 오빠가 전화해도 앵두가 안 받는 거 같아요"

"아가. 넌 흔들리지 말고 그냥 이 집에서 버티고만 있으면 돼. 그러면 앵두는 절대로 이 집엔 못 들어와"

"예 엄마. 앵두가 제풀에 지져 떨어져 나갈 수도 있어요. 그럼, 전 앵두가 낳은 아이도 제 친자식처럼 키울래요"

"이렇게 예쁜 천사가 우리 집에 들어오다니. 앵두 문제는 네 뜻을 따를게. 설마 젊디 젊은 앵두가 서방 없이 혼자 늙겠어? 딴 남자를 찾겠지"

"앵두가 찾는 게 아니고 남자들이 걜 가만 놔두지 않을 거예요. 걘 키도 크고, 정말 예쁘잖아요.

그리고 몸에서 사람을 몽롱하게 꽃냄새가 나요. 무슨 향수냐고 물었더니 걔도 나처럼 화장독 무서워서 비누 외엔 아무것도 안 쓴대요. 엄마나 제 몸에서 나는 솔냄새가 아니에요"

"그래서 내가 결사반대했던 거 아니겠니. 아무튼 우리 아기가 앵두 자식도 키우겠다니 고마워서 어쩌나.

내가 녀석에게 떠나기 전에 단단히 일러야겠다, 그러니 우리 아기는 마음고생 그만해. 알았지?"

"알았어요 엄마" 하고 이고녀는 전등남에 대한 화가 어느 정도 풀렸는지 활짝 웃으며 공주의 뺨에 뽀뽀를 해댔다.

"늙은 엄마가 머 좋다고 뽀뽀까지 하니?"

"엄마가 늙긴 왜 늙어요. 이제 겨우 44세이신데, 동생도 갖겠어요"

"에구머니나! 엄마보고 또 쌍둥이를 낳으라고? 난 못해! 절대 못 해!"

"그만큼 예쁘시다고요! 엄만 최고! 엄마의 튼튼한 엉덩이 좀 만져봐도 돼요? 저희도 쌍둥이 낳게요" 하고 이고녀는 또 뽀뽀세례를 퍼부었다.

"궁금한 것도 많네 우리 아기는.

쌍둥이 출산전문 엄마 궁둥이를 만지고 싶으면 실컷 만져봐라"

"이햐! 진짜 크고 탄탄해요. 이러니까 다 자연분만 하실 수 있었군요"

무엇이든지 한번 했다 하면 이처럼 고집스럽게 계속하는 여자, 그 이름 '이고녀'! 태희였다.

"우리 같이 큰 애 여행 짐이나 쌀까?"

"예. 엄마"

"내일은 큰 애 미국 가는 날이니까, 들어오면 같이 '진짜 엄마'한테 다녀와. 소고기 줄 테니까 가져다 드려.

그런데 우주는 깨가 쏟아지는지 통 얼굴을 안 비치네"

"아이! 엄마도, 우주 그제 왔잖아요. 임신 4개월에, 자기가 제 새언니라며 나오지도 않은 배 내밀며 으스대는 것 보셨으면서…"

이 모녀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전등남의 여행짐을 쌌다.

콘돔도 챙겨 넣었다. 자기 머리카락도 싹둑 잘라 쪽지와 함께.

"나하고 우리 아기한테 성병 옮기면 오빤 그땐 죽는다! 몇 갠지 개수 다 세었으니 쓰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라! 똥개야!"

도대체 사용하라는 말이여? 아니면 사용하면 죽이겠다는 협박인 것이여?

이고녀의 말인지 막걸리인지 헛갈리는 분노와 상실의 슬픔이 담겨있는 쪽지였다.

다음 날 오후 4시, 노트북과 개인용품들, 안데스 산맥의 바람과 밤추위를 막아줄 두툼한 옷가지들을 챙겨 넣은 두 개의 롤러백을 승용차 트렁크에 밀어 넣고, 전등남은 이고녀와 어머니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으로 출발하였다.

2006년 12월 16일 밤 8시 25분,

LA로 출발하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서 최소한 2시간 전에는 항공사 체크인카운터에 도착하여야 했다.

저녁 6시, 전등남은 아내와 어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출국장 안으로 사라져 갔다.

몇 달 전,

LA로 가기 위해, 사랑하는 또 한 명의 아내인 앵두가 굽 높은 구두를 신고, 여기를 지나가지 않았던가.

연보라색 멀구슬 짙디 짙은 꽃향기를 풍기면서, 자신감에 넘쳐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바로 이 출국장 게이트로 걸어 들어가지 않았던가!

갑자기 그때의 가슴 시린 기억들이 몰려왔다.

그렇다!

이고녀는 여태껏 신혼여행을 가지 못하였다. 정작 자신과 여행을 떠나야 할 오빠에게 콘돔을 쥐어주며, 자신의 정적에게 보내기 위해서 배웅을 하고 서 있는, 이고녀는 가슴이 이지러져 도저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전등남은 갑자기 그녀가 오늘밤 얼마나 가슴 아플 것인가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그는 이고녀를 만나려고 다시 출국장 밖으로 달려 나갔다.

7월 29일 앵두가 떠났던 그날 밤, 전등남 자신이 그러하였듯, 그때까지도 이고녀는 어머니와 함께 그 자리에서 오빠 겸 남편이 떠난 출국장 게이트를 지키고 서 있었던 것이다.

사랑하는 남녀 간의 이별은 잠시동안이라도 이렇게 애틋한 법이다.

이고녀는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전등남을 보고 뛰어나가 그의 품에 안겼다. 흐느끼며 우는 그녀를 전등남과 엄마가 토닥이며 위로하였다.

이고녀는 요즘 며칠간, 전등남을 앵두에게 빼앗기는 상상을 하며 슬퍼하였다. 그녀는 앵두를 질투하며 상실의 바다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태희야 걱정 마. 오빤 널 절대로 안 버려. 너와 평생을 같이 할 거야. 그러니 그만 울어. 날 웃으면서 보내주면 안 될까?"라고 하며 약속하자, 눈물을 훔치며 방긋 웃는 이고녀였다.

"태희야, 오빠 다녀와서 같이 일본으로 신혼여행 다녀오자. 내년 3월이면 우에노공원에 벚꽃이 만발할 거야. 우리 태희 업고 다녀야지.

신칸센 히까리 타고 신코베도 들르고, 오사카도 보고, 교토에도 들르자. 아니면 저 멀리 홋카이도 나카시베츠로 떠날까?"

"그래라 우리 아기"

그제야 이고녀의 들썩이던 어깨가 멈췄고, 마치 영화 세트 촬영장에서처럼 한차례의 볼키스 세례가 이어졌다.

한국시간 2006. 12. 16. 밤 8시 25분, 전등남이 탑승한 KE11 인천-로스앤젤레스 대한항공 여객기는 11시간 10분 동안 하늘을 날아, 같은 날 미국 태평양표준시(PST) 2006년 12월 16일, 토요일 오후 3시 35분경 LA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인천공항에서 야간 시간대의 직항편은 한국 시간으로 밤에 출발하여 장시간 비행 후 로스앤젤레스에 당일 오후에 도착하게끔 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 직항편은 비행 중 대부분의 시간을 잠 자기에 좋았으나 전등남은 도저히 잠들 수가 없었다.

바로 슬픔에 찬 아내 이고녀의 모습이 어른거려, 온통 그녀 생각뿐이었다.

그는 떠나오기 전,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앵두는 근본 자체가 아기와는 매우 다르니, 앵두가 낳을 자식을 포기하더라도 그녀를 멀리 하라는 말씀을 들었다.

그래서 앵두를 만나 어떻게 매듭을 지어야 하나 이런 생각에 오는 내내 머릿속이 복잡하였던 것이다.

출입국심사대를 통과하고, 짐을 찾아 나오니, 아이아타(IATA 국제항공운송협회)의 두 글자 항공사코드와 세 글자 공항코드가 출발 및 도착 시간과 함께 안내 전광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러니까 KE는 대한항공을 나타내는 투 레터 코드, ICN - LAX는 인천국제공항- 로스앤젤레스국제공항을 표시하는 쓰리 레터의 아이아타 코드들이다.

평일이라면 수속을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갈 시간은 오후 4시 20분경 정도였으나, 이 날은 한국에서 오는 승객들의 이미그레이션 입국 대기가 길어지는 바람에 오후 5시 30분경에나 겨우 입국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앵두가 전등남을 바로 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겨울철에 어울리는 크림 화이트 원피스 위에 옅은 연두색 재킷을 걸치고, 베이지색 아디다스 운동화로 색깔을 맞추고 있었다.

허리 부분이 주름진 원피스 속에 들어가 있는 29인치 허리의 앵두는 어딘지 좀 펑퍼짐하게 보여 전등남은 그녀의 임신 사실을 감쪽같이 믿었다.

그는 천재였지만 여자들의 신체며 심경에 대한 천재는 되지 못하였다.

그의 일생에 성경험이라고 해봤자 이고녀와 앵두뿐이었고, 그것도 고작 몇 개월씩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몇 개월 동안도 소백산 천문대에서의 천체관측 및 연구 때문에, 두 여자를 가졌음에도 그녀들과의 성생활 횟수는 지극히 적었다.

또한 허리둘레 27인치의 이고녀의 임신 4개월의 배는 치골과 아랫배가 약간 살찐 정도여서, 시장통 사람들조차도 그녀의 임신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니 여자에 대한 눈썰미가 없는 전등남이 앵두가 임신인지 아닌지를 정확히 알아차릴 수 있겠는가.

앵두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펑퍼짐한 앵두의 원피스는 오는 비행기 안에서 다진 전등남의 결심을 눈 녹듯이 녹여버렸다.

전등남은 이렇게 앳된 만 19살 앵두가 대학 내 폐쇄적인 성소수자 모임의 LGBTQ+ 비밀동아리의 여왕벌이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전등남의 눈에 비친 앵두는 이름처럼 오뉴월의 붉디붉은 고운 앵두, 채앵이었다. 앵두나 체리란 과일은 덜 익을 때 따는 과일이 아니다. 비후숙과일이기 때문이다.

체리나 앵두는 바나나, 사과 등 조기수확하는 후숙과일과는 달리, 나무에서 완전히 익었을 때 따야 한다. 이제 며칠 있으면 만 20살이 되려 하는 그녀는 따먹기 딱 좋은 시기의 앵두였다.

앵두를 보자마자, 전등남은 아래가 그만 하늘을 쳐다보며 돌덩이처럼 딱딱해져 버렸다.

전등남을 태운 앵두의 현대 액센트는 I-105E와 I-110 N 고속도로를 거쳐 노르망디 아베뉴로 빠지는 경로로 50여 분 만에 한인타운에서 제일 중심가 바로 옆 블록에 있는 윌셔 플라자 호텔에 도착했다.

윌셔 플라자 호텔은 윌셔 볼리바드 3515에 위치한 4성급 호텔로, 리노베이션 하여 2014년 라인호텔 LA로 새롭게 바뀐 호텔이었다.

전등남과 앵두는 2006. 12. 16 - 2007. 1. 2. 에 걸쳐 1박에 140달러, 18박의 아기만들기 대장정의 미국에서의 또 하나의 신혼 생활에 돌입하였다.

그들은 우선 핏줄도 눈곱만치도 안 섞인 남인데도 불구하고, 앵두를 이렇게까지 잘 보살펴주시는 이 지역 유명 노포맛집인 숯불구이집의 이모님, 이모부님께 감사의 큰절을 올렸다.

앵두의 방은 깨끗하고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어, 이런 하우스 레스토랑 겸 가정집이라면 앵두의 안전한 미국생활이 보장되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날 저녁, 전등남과 앵두는 식당 주인집 이모님으로부터 큰 대접을 받았다.

LA는 겨울이어서 한밤에는 섭씨 10여도 정도, 낮에는 15도 정도로 기온은 다소 쌀쌀한 한국의 늦가을이나 초겨울 저녁과 비슷해서 가벼운 재킷이나 스웨터며 얇은 코트를 입고서 돌아다녔다.

이모님네 숯불구이 식당은 이곳 한인타운에서 이름난 노포맛집으로, 묵고 있는 호텔에서 650미터 거리에 있었다.

엎드리면 코 닿을 정도로 지척이어서 도보로 얼마나 빨리 걷느냐에 따라 팔짱을 끼고 슬슬 걸어도 넉넉잡아 10분 정도면 충분하였다.

전등남은 한인타운에 가 - 주로 이모님네 식당에서- 점심은 일인당 6 - 10달러의 가격 대비 양이 많고, 집밥 같은 정갈한 반찬과 된장국이나 순두부찌개, 얼큰한 김치찌개 같은 뚝배기로 해결했다..

저녁식사 또한 늘 이모님네 숯불구이집에서 일인당 10-20달러가 드는 정통 돼지고기 삼겹살 숯불구이와 안심이나 등심, 소갈비 바비큐를 구워 최대한 든든히 먹어야만 했다.

앵두가 밤일하려면 잘 먹어야 된다면서 그렇게 주문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저녁에는 밤새워 앵두 밑의 짙은 멀구슬 꽃향기를 음미하였다. 밤일이 끝날 즈음에는 젊은 나이여서 그런지 다시 배가 출출해졌다.

그래서 나중에는 포장해 가서 야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앵두의 체력에 대항해야 했을 정도였다.

이 서구형 미녀인 앵두는 내추럴 브라선이 지탱해 받치는 작은 멜론 크기의 탱탱한 가슴과, 숨결을 불어대면 온몸에 소름이 돋아나게 하는 감각적인 귓바퀴와 긴 목선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등은 안데스산맥처럼 쭉 뻗은 척추선을 자랑하였으며, 허리며, 옆구리며, 움츠리는 겨드랑이가 참 여자여자였다.

앵두의 앙증맞은 발과 쭉 뻗은 다리, 다른 여자들 1.5배, 두 배나 되어 보이는 38인치의 애플힙을 두 개로 가르며 나타난 허벅지는 그를 늘 미치게 하였다.

그 딴딴한 꿀벅지를 벌리면, 도톰한 둔덕 치골을 덮은 시커먼 거웃 아래, 온통 멀구슬 보라색 꽃향기로 유혹해 대는 비밀의 성이 있었다.

그 성문을 열고 들어가면 - 속꽃 입술이 작아 도끼자국을 하고선 꽉 닫힌 - 예쁜 뚜껑 속의 핑크밑이 이미 홍수가 난 앵두즙을 가두고 있었다.

또한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사이며, 검갈색이 내려가 안쪽에선 핑크색으로 번진 항문 속까지, "오빠 왜 이제야 왔어? 그 벌로 내 똥꼬까지 키스해 줘야 해" 하고 온몸 구석구석을 키스해 달라고 이 젊은 육체는 요구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전등남이 의무를 충실히 다하면, 이제는 그녀가 올라가 달덩이 같은 엉덩이를 벌리고 밑에 깔린 그의 얼굴을 덮어버렸다.

푸어박의 코델리아, 전등남의 이고녀가 극도로 흥분하면 나타나는 향기, 앵두가 늘 자연스럽게 뿜어내는 보라색 멀구슬 꽃향기가 여러 남자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을 것이리라!

지금 앵두 밑의 그 향기가 전등남을 애태우며 폭발을 유도하고 있었다.

앵두는 과거 비밀동아리의 다수의 남녀를 지배했던 거대 골반의 여왕에서, 지금은 한 남자만의 여자로 멀구슬은 물론, 줄사철이며 순정의 솔향기마저 내는 꽃으로 진화하는 중이었다.

아무리 악하고, 더러운 갈보들에게도 처한 환경에 따라, 진정으로 사랑해서 한 남자의

아이를 낳으려 한다면 은은한 줄사철과 솔향기도 더러는 나는 법이다.

이 3가지 꽃향기는 아기를 잉태하고자 하는 젊은 여자들의 여성 냄새다. 여자의 젊은 자궁은 3가지 꽃내음을 풍기는 여자 최대의 스펙이다.

앵두는 그 무기로 철저하게 18일 밤낮 동안, 전등남을 완전히 지배하였다.

이번엔 진짜 임신이 확실하였다.

앵두의 잉태 임무를 다한 전등남은 2007년 1월 3일 오전 11시경, LA 국제공항에서 일행과 합류하였다.

전등남과 그의 일행은 공항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뒤, 그날 오후 2시 30분, 라탐항공 직항편 보잉 787 드림라이더를 타고, 그다음 날 1월 4일 칠래 현지시간 오전 6시에 산티아고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하였다.

10시간 45분의 비행 끝에 드디어 아이아타(IATA) 국제항공운송협회 3자리 코드 SCL이라고 반짝이는 안내 전광판이 있는 산티아고국제공항 입국장에 도착한 것이다.

1월 5일 금요일 9시, 아침식사를 든든히 마친 일행은 한국천문연구원이 보내준 차량편으로 북쪽으로 루트 68번 도로를 타고 라스 캄파나스까지 직선으로 씽씽 달렸다.

산티아고에서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까지 거리는 대략 백 마일쯤(160km), 소요 시간은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 정도, 주말에는 더 걸릴 수도 있었다.

해발 천백 미터 고지에 위치한 세로 톨롤로 산 입구에서, 범미주천문대, 특히 미국이 중점 투자하여 설립한 천문대 본건물까지는 아직도 1천여 미터를 구불구불 굼벵이처럼 기어서 더 올라가야 했다.

칠레 코킨보 지역, 세로 톨롤로 산 정상, 2,207m에 있는 범미주 천문대(CTIO)에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고 가팔랐다.

라스 캄파나스에서 라 세레나를 경유하여, 가파르게 올랐다가, 내리 쳐 박혔다가 다시 기어올라가는 구불구불한 산 도로, 때로는 비포장 도로 위에 바싹 마른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4시간 내내 흥분을 안고 달려온 길이었다.

일행들은 본건물이 있는 세로 톨롤로 산 정상에 다가감에 따라 공기가 점차 희박해져서 약간 피로감을 느꼈다.

일행이 탄 차가 산 정상에 이르자, 전등남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성스러운 땅에 입술을 대자, 유령들은 라비의 이야기에 맞춰 바람의 말, 풍마(風馬) 룽타를 불렀다.

순간 오방색 불교 경전과 만트라 - 진언을 담은 타르초가 사방에서 나타났다.

사방에서 모인 타르초 중앙의 한가운데의 깃발 꼭대기에 그려져 있는 한 마리의 풍마인 룽타가 살아 움직여, 바람 부는 대로 하늘아래 지붕을 넘어, 순식간에 안데스 이 고지대 별들의 땅에 발굽을 내디뎠다.

티베트의 불교의 풍마 룽타는 “지혜와 자비의 보석이 연꽃 안에 있다”는 '옴 마니 반메 훔 진언-만트라를 물고 와, 관세음보살의 자비와 지혜를 통해 깨달음에 이르고자 하는 염원을 세상에 뿌렸다.

라비는 베다 경전인 리그베다에 등장하는- 지혜, 영감, 득도를 담은 가야트리 만트라를 태양신 사비트리에게 바쳤다.

“저희는 신성한 빛의 창조자, 가장 고귀한 존재인 사비트리의 영광스러운 광휘를 명상합니다. 그 빛이 우리의 지성을 깨우쳐 인도하소서.”

이어 아이샤 시디크와, 파티마 시디크의

알라를 기억하는 행위를 뜻하는 디크르를 무릎을 공손히 꿇어 "알라훔마! 알라훔마!" 하고 '두아'를 바쳤다.

상체가 둘, 하체는 하나- 공동 소유의 하나의 자궁과, 하나뿐인 질구의 슬픈 숙명을 안고 태어난 샴쌍둥이의 기도였다.

"오 알라! 알라이시여! 당신의 은혜로 다른 이 없이도 저희를 풍요롭게 하소서.”

이어 제니 스미스와 마르코 폴로는 하나님을 목자로 비유하며 그분의 인도하심과 보호하심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고백하는 내용의 다윗의 시, 아름다운 시편 23편을, 특히 4절을 힘주어 바쳤다.

시의 구절이 너무 아름답고 신뢰가 있어 나의 영혼 푸어박도, 라비도, 시디크 자매도, 전부 따라 바쳤다.

이에 다윗이 하늘에서 성큼성큼 내려왔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하고 쩌렁쩌렁한 다윗의 기도가 울려 퍼졌다.

라비의 이야기에 다들 감정에 복받쳐, 본건물로 들어가는 일행의 등을 향해 주기도문을 바치며 이들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였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에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다들 이를 바치며 고개를 숙임에, 무신론자 인간의 넋인 나 푸어박도 숙연해져, 이들을 따라 고개 숙여 바쳤다.

전등남은 본건물로 들어가는 중, 이고녀와 앵두사이의 갈등과 질투, 서로를 향해 자라나는 증오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하나님께 해답을 구했다.

"질투는 상실의 슬픔이라서, 싸이고 쌓이면 멈출 수가 없구나. 뺏던지, 아예 줘버리던지, 나눠 갔던지 세상에는 정답이 없구나. 사람의 감정이니 느끼는 자나 일으킨 자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느니라"

이런 몽환적 대답이 내려왔다.

라비의 이야기가 전등남이 건물로 들어서려는 순간에 이르자, 마르코는 다급히 소리쳤다. "야! 이 바보 천치 천재 녀석아. 서울에도, LA에도 한 마디씩은 하고 가야지, 네 아내 눈물로 돌아가시겠구나 이 바보야!"

그는 시공을 초월한 마르코의 말을 들었는지 허공을 응시하더니, 아내들에게 약속하였다.

"우리가 오빠와 동생으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으나 어리석은 내 행동으로 당신들 맘고생만 시켜 미안해.

채앵에겐 내 사랑을 나누어주고, 태희에겐 남은 사랑과 내 목숨을 주겠어"

이 약속들은 대륙을 건너고, 태평양을 건너서 로스앤젤레스와 서울 하늘에 천둥 쳤다.

그녀들은 똑똑히 들었다. 아내의 똥개며 남첩인 전등남의 약속을!

앵두에겐 이고녀를 멀리할 생각이 애초부터 별로 없었다. 일방적 혼인신고로 어른들에게 내쳐진 자신, 이년 저년, 그리고 별잡놈들이 따먹은 더러운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겠다는 전등남, 오후 1시 천둥소리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온 그의 약속에 그녀는 미쳐 뛸 듯이 기뻐하였다.

"내 걱정 마! 태희 언니랑도 안 싸울 거야. 나 오빠에게 실토할 게 있어! 3개월 후에 봐. 오빤 영원한 내 사랑 남첩이야. 우리 여보 사랑해 쪽쪽! 호호"

서울의 이고녀도 오빠의 성격상 첫 여자를 내칠 수 없다는 것은 진즉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앵두에게 사랑을 나눠주겠다 하고, 자신에게는 사랑과 함께 목숨을 주겠다는 그의 약속이 이 첫새벽 5시에 하늘에서 내려오니 무한정으로 감격하였다.

그래서 이고녀는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올렸다. 이어 전등남에게도 사랑의 인사를 전했다.

"오빠! 그 콘돔 채앵이에게 다 사용해도 돼! 엄마가 커다란 딜도와 콘돔하고 윤활제를 사주셨다! 근데 왕엄청 커! 윤활제와 콘돔 끼우고 사용하래요. 아주 힘쎈돌이래! 오빠! 질투 나지? 호호

근데 거기 늘어나서 오빠 실망할까 봐 그냥 모셔만 두었어. 너무 커서 징그럽기도 하고, 좀 무섭기도 해. 또 우리 아기가 뱃속에서 윙윙 딜도 소리 들으면 어떡함? 호호

아기랑 날 위해 건강하게 돌아와야 해, 알았지? 나도 오빠에게 모든 사랑과 내 목숨을 줄게.

사랑해!

콘돔 다 쓰면, 오빤 영원한 내 똥개야. 쪽!"

전등남이 범미주관측소의 본건물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기도 직전에 로스앤젤레스와 서울에서 "오빤 영원한 남첩이다!" "똥개다!"라고 하는 여우들의 속삭임이 오른쪽 왼쪽 스테레오로 귀속에 쿵쾅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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