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고향으로 돌아왔다
30세 딸과 60세 엄마의 짧은 귀향
2020년 5월 6일. 앞만 보고 달리던 일상을 만 서른에 멈췄다.
어쭙잖은 지적질을 하고 또 평가받아야 했던 매일이 좀먹기 시작한 지 이미 여러 날이었다. 쉬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었다.
충분히 고민했기에 결단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휴직계에는 누구도 원치 않은 사유가 한 줄 더해졌다. 최근 암 수술을 한 엄마의 간병이었다.
올해 초, 엄마가 암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현실을 외면했다. 이미 두 차례 큰 수술을 한 엄마가 또 암 일리 없었다. 정말 그렇다면 엄마의 인생은 너무도 기구했다. 한동안 의사가 오진을 했다고 믿으며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 마지막으로 서울의 한 대형병원까지 와서야 더는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엄마는 암 환자가 됐다. 환갑을 1년 남겨놓은 지금까지 쉼 없이 살아왔을 뿐이다. 나는 그 수고 끝에 찾아온 병이 원망스러웠고 또 미안했다. 또 한편으로는 어느 시점의 나와 겹쳐질 것 같아 두려웠다. 나는 작은 일에도 마음을 크게 쓰고, 쉽게 슬퍼하는 엄마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동안 버티고 견디며 지쳐버린 내가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이제 3개월간의 짧은 쉼을 시작한다. 이 여백은 열아홉이던 내가 집을 떠난 후 처음 엄마와 오롯이 보내는 시간이다. 엄마와 그 엄마의 추억이 가득한 공간에서 우리는 서로를 알아갈 터다. 엄마는 치유될 것이고, 나는 나만의 회복을 찾아가겠다.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우선 주어진 시간에 충실히 한 발을 내디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