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단독주택에서 지내보니
땅과 맞닿아 산다는 것
은행나무집에서는 매일이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다. 먹고 자고 입기까지 도시생활과 어느 하나 같은 게 없다. 단독주택에 사는 것도 처음이긴 마찬가지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아파트였고, 독립한 이후는 빌라와 오피스텔을 거쳐 다시 아파트로 왔다. 1년 단위 월세살이에 거처가 꽤나 많이 바뀌었음에도 단독주택은 없었다.
그 선택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많다. 혼자 살기에 단독주택은 치안유지나 관리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가장 컸다. 또 빌라나 아파트에 비해 월세가 잘 안 나오고, 평수를 따져도 1인 가구에 적합한 경우는 드물었다. 배우자가 생기면서 조건이 어느 정도 상쇄되고 나서도 이 같은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주택에 살 일은 없을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단독주택을 제쳐둔 이유가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도 생각도 든다. 은행나무집에서 처음 해보는 주택생활이 제법 마음에 든 까닭이다. 아파트에 비해 치안이 불안하고, 관리에 손이 많이 가는 건 사실이다. 분리수거 장소가 먼 것과 벌레가 많은 것도 싫다. 그래도 살아보니 단점을 상쇄할 장점들이 꽤 많다.
당장 생활소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다. 마늘 하나를 빻아도 아랫집 눈치를 봐야 하는 공동주택과 달리 이곳에서는 밤낮없이 하고 싶은걸 할 수 있다. 유튜브를 따라 달밤의 체조를 하고, 새벽에도 뚝딱뚝딱 요리를 한다. 음식물쓰레기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최고의 장점이다. 마당 앞 퇴비 간까지는 몇 발짝 되지 않는다. 마당에 널어 놓은 빨래에서 나는 햇볕 냄새 역시 단독주택이 주는 선물이다 . 아파트에선 누리기 힘든 호사다.
무엇보다 바닥에 엎드려보면 느껴지는 편안함이 다르다. 도시의 13층 바닥 밑에는 아랫집이 있고 또 그 아랫집과 아랫집... 내 몸은 정처 없이 붕뜨곤 했다. 이와 달리 은행나무집에서는 매 순간 땅을 밟고 있다는 안정감이 있다. 바닥과 이어지는 창문 너머 풍경이 흙과 풀, 나무와 이어진다. 식물과 곤충, 동물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살다 보면 저절로 그 속에 스미는 듯하다. 나도 그들과 함께 이 땅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물론 지금은 짧은 생활이기 때문에, 여유가 많기 때문에 단점보다 장점이 소중히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또 꽤 많은 단점들이 여전히 있기에 단독주택에 살고 싶다거나 살아야겠다는 확신은 없다. 다만 방 안에 가만히 누워 바람 타고 오는 풀냄새를 맡는 날이면, 땅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날이면 벌써부터 이 풍경이 그리워질 것 같다. 땅과 맞닿아 산다는 것은 언제든 자연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언젠가는 그리움을 따라 그 삶을 택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한 번 살아봤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