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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Jul 26. 2020

오늘 아침 어떤 음악으로 시작하셨나요

음악이 있는 삶

알람 없이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아침. 엄마는 항상 음악을 튼다. 어느 날은 클래식, 또 어느 날은 CCM, 오늘은 서정적인 옛 가요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엄마의 선곡은 별 일 없는 시골 생활의 틈을 메운다.  왈츠에 맞춰 마당의 풀을 뽑고, 교향곡에 몸을 움직이며 오늘의 식사를 준비한다. 이른 시작된 음악은 늦은 오후까지 이어진다.


엄마는 평생 음악을 좋아했다. 기억이 희미한 내 어린 날에도 엄마가 틀어놓은 음악이 흘렀다. 엄마는 나와 동생이 일어날 시간에 맞춰 레코드판을 올렸던 것 같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한참을 잠과 음악에 취해있다 눈을 비비며 일어나곤 했다. 그 기억이 너무도 좋았기에 한 때는 사랑하는 이의 아침을 음악으로 깨우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엄마의 영향 때문인지 나 역시 음악이 좋았다. 플루트를 꽤 오래 배우며 클래식에 관심을 가졌고,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짧은 밴드 활동을 즐기기도 했다. 일부러 음악을 연주하지도, 듣지도 않게 된 건 취업준비를 시작하고 나서부터였다. 1분 1초를 쪼갤 만큼 열심히 한 것도 아니다. 다만 그때는 음악이 여유가 있어야만 즐길 수 있는 사치재처럼 느껴졌다.


음악이 없는 삶은 의외로 금방 버릇이 됐다. 생활에 별다른 불편이 없고, 또 그 외에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쌓인 탓이다. 게다가 요즘은 음악을 대체할 볼거리나 들을 거리도 너무 많다. 포털에 나오는 비슷비슷한 뉴스를 보거나, 유튜브에 올라온 시답잖은 영상들을 보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나는 취직을 하고 수년이 흐른 최근까지 여전히 음악을 듣지 않았다.


그 부재는 다시 음악이 흐르는 일상을 살게 된 지금에서야 비로소 체감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매일의 아침, 그날 날씨와 기분에 맞는 음악이 흘러나올 때의 기쁨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쫓기듯 들었던 간밤의 뉴스 대신 음악으로 하루를 준비하고, 또 문득 스쳐가는 음악에 누군가를 떠올린다. 음악의 선율과 노랫말 사이의 여백은 감정에 충실히 몰두할 수 있는 선물이 된다.


엄마가 우리에게 음악을 들려줬던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린 시절 잠결에 들었던 음악에서 나의 하루를 응원하는 엄마의 따뜻한 마음이, 지금 이 시간 은행나무집에 흐르는 음악에서는 지친 서로를 보듬는 기운이 느껴진다. 기대가 되지 않는 오늘, 도무지 힘이 나지 않는 날엔 엄마가 그랬듯 마음을 토닥일 수 있는 나만의 선물이 필요한 것 같다.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잘하고 있다고 다독이는 따뜻한 음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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