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엉킨 호수 안 더러운 진실들
상대의 속내를 모두 들춰내는 것은 내게 과연 이익인가
다 이유가 있었다. 상대방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
캔디의 앞담화로 까발려진 남편의 묵은 내면 호수는 생각보다 더러웠고, 유치했으며, 비겁했다.
물론 남편 본인을 위해서는 자신 내면을 드러내고, 축축한 면을 양지에 말리는 행위라는 것이 자기자신을 이해하고 앞으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기에 좋은 방법이었다.
자신의 사회적 얼굴만으로 나이 차이나는 부인의 존경어린 시선을 받으며, 적당히 자상한 척, 적당히 관대한 척 하며 살 수 있었는데, 한치도 의뭉스러운것을 못참는 부인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자신의 내면을 살치살 바르듯 깨끗하게 파헤치려했고, 예상도 못한 더러운 것들이 까발려 짐으로인해 이제는 자신의 가짜 자아로 인한 부인의 존경심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그대신 이렇게 된 이상, 위선으로 가리던 스스로의 모습, 그모습 그대로 살 권리가 주어졌으니, 솔직하게 살 권한을 부여받은 셈이다. 남편은 생각과 행동 방향을 이런식으로 결정했다.
이로서, 상대가 내 얼굴을 간파했으니, 맘속 아니 뼛속 깊이 철저히 반성하고 새사람이 되자는 결심을 할 것이라는 나의 입장과는 다소 방향 차이가 나는 결론이 만들어졌다.
나 자신의 삶의 질을 위해서는 과연 이 솔직함이 감춤보다 나았느냐에 회의가 든다.
언제라도 헤어질 것이 분명하다면 솔직하게 내면을 까발리고, 서로가 깨끗하게 끝내는 것이 낫지만, 애들을 키우는동안 같이 살아야하는데, 아무리 의심스러워도 그것을 꼭 알아서 나 자신을 불편하게 할 필요가 있었느냐 하는 생각에서 나의 행위에 솔직히 후회반 칭찬반이다.
나는 아주 많이 자기중심적이었고, 근시안적이었으며, 더 똑똑해져야했다.
이유는 남편의 내면에서 꺼내 온 첫번째로 가장 묵직한 것은 다름 아닌 여성혐오감정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