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흰 펜으로 나뉘어진 두 갈림길에서
검지 손가락으로 나의 이마를 누르며 다가온 물음
마치 중력의 영향이 더해진 것처럼
푹 내려앉은 나의 뒤통수에
아, 그것은 나에게 어려운 일이에요
라고 말하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나의 감정을 감정하지 못하였던
초인이 되지 못하였던
나약한 인간의 속성
그 속성을 향해 감히 말을 건넨다
겁이 날 때면
겁이 난다고 외쳐라.
외침이 세상 밖으로 나올 때
함께 빠져 나올테니
그리고 아파해라.
그 어느때보다 신중하게, 그리고 굳은 결심으로 부딪혀
그보다 더 굳어 있는 땅과 벽에 멍들어라.
있는 힘껏, 마음껏 아파해도 좋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가는 길목이라면
그러한 믿음이라면
멀어지는 것 같던 생도
진진하게 곁을 지켜줄 것이니
찰나와 억겁을 뚫고
바스라진 용기 조각을 한데 모아
다시 믿어라.
꼿꼿하고 푸르듯 낭낭한
이파리와 같은 호기로
너의 세계를 홑홑이 헤쳐 이루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