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린암에서의 마지막 풍경을 가슴에 도장을 찍듯 담아내고 우리는 다시 푸르공으로 올라탔다. 나는 왠지 가져온 기타를 흔들리는 푸르공 안에서 연주해보고 싶었다. 잔잔한 별빛 아래서랑은 또 다른 느낌이잖아?
헝클어진 머리로 우리는 많은 노래들을 불렀다. 너무도 울퉁불퉁한 오프로드 길에 맞춰 플랫에 제대로 운지하는 건 어렵지만 왠지 경쾌한 박자가 가미된 듯 한 착각에 빠졌으니 상관없었다. 노래하는 우리, 자연 속의 우리. 낭만 속의 우리.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너무 끝내주잖아?
내가 봐도 저 눈빛이 맘에 드네.
그러면서 우리는 두 번째 밤을 보낼 숙소에 도착하였다. 첫날보다 더 깔끔하고, 풍경이 아름답고, 구김살 없는 아이들이 반기는 곳(그 도착했을 때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쉽다).
노을빛과 멀리 보이는 게르
우리가 묵은 게르의 바깥 모습과 내부. 베드가 5개씩이나 있었고, 난로도 있었다. 정말 좋았다.
닭고기, 당근샐러드, 감자튀김, 두부, 오이, 밥. 그리고 숙소 앞의 저녁 가득한 설레임!
저녁식사는 웬일로 닭고기였다. 게다가 두부, 당근 샐러드와 국. 여기가 진정 여러 게르 중에서도 가장 한국 관광객 맞춤형 숙소인가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따뜻한 차와 오이와 감자튀김까지. 로컬 느낌 낭낭하면서도 깔끔한 식사에 우리는 감탄했다!
나는 당근 샐러드가 너무 맛있어서 이거 뭔데 이렇게 맛있냐며 세 치 혀를 맛보는데 뿐 아니라 내두르는데에도 함께 사용했다. 집에가서 해먹고 싶을 정도? 레시피가 굉장히 궁금했다.
그리고 씻기. 기억엔 따뜻한 물이 나왔던 것 같다. 6일간의 몽골여행에서 몇 되지 않던 소중한 온수!
숙소로 돌아와 난로 앞에 둘러앉아 보드카 마시기를 해댔다. 몽골여행 처음으로 마시는 술! 그리고 거짓말 탐지기로 서로 놀려먹기. "당신은 우리가 최고의 동행이라고 생각합니까!" "당신은 마음만 먹으면 여기있는 남자 다 꼬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당신은 여기서 제일 잘생겼습니까!"
별것도 아닌 안주지만 땅콩을 주워먹으며, 맛있다고 심심풀이 땅콩을 나누는 우리 속에서 가이드 엥크와 이때 뭔가 더 친해졌던 느낌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12시가 되면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별 보러 가야 하니까! 나는 챙겨 왔던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흰 달 무늬로 상 하의 통일된 회심의 잠옷은 몽골에서의 잠옷이라기보단 이 또한 감성템이었으리라. 누가 봐도 잠옷인 그 옷을 입고 별을 구경하는 밤 속의 나. 그냥 반팔, 반바지보다 더 기억에 남지 않는가.
이윽고 우리는 나갔다. 그리고 첫날에 못했던 에어베드 펴놓고 별빛 구경하기를 했다. 알록달록 색깔까지 맞춰서 온 에어베드. 바람 넣는 건 쉽지는 않은 난관이었지만, 넣고 나니 빵빵하고 우리가 의도했던 그 그림이 다시 그려지고 있었다. 지구방위대 feel도 나고, 누워서 바라보니 너무 좋잖아. 그냥 좋잖아.
세상이 다른 색으로 칠해지네.
나는 잔잔한 기타 음악을 연주한다. 분위기에 맞게 아르페지오 주법으로. BGM 너드 커넥션의 좋은 밤 좋은 꿈.
그러다 잠이 몰려 왔다. 아무래도 꽤 열심히 몰입한 증거이겠지.
중간에 피곤해져 다른 이들보다 먼저 복귀했지만 두 번째 밤도 역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순간들로 흩어지고 모아져 갔다.
아침이 다시 문을 두드렸다. 아직까지는 체력이 그렇게 많이 소진되지 않았고, 파이팅이 남아있다.
셋째 날이 밝았다. 오늘은 어디 가는 날? 대망의 고비 사막과 낙타!
나는 낙타가 더 궁금했다. 낙타를 보고싶었다. 사실 지금도 키우고 싶다. 부드러운 혹과 껌뻑거리는 눈동자, 길다란 눈썹. 양치 안하고 질겅질겅 되새김질하는 그 얼굴. 귀엽다. 보고싶다!
그리고 중요한 건 우리는 사막으로 간다. 사막은 물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고, 마트에 들러 물을 많이 사두어야 했다. 그리고 나는 이번 투어에서 벼르고 있었던 '사막용 셔츠'를 꺼내 들어 입었다. 선글라스도 사뭇 다른, 사막에 조금 더 어울리는 육각형의 짙은 오렌지색 선글라스.
우리는 앞으로 물을 마실 수 없어. 많이 사둬야 해!
물을 사두는것과 별개로 아이스 음료를 파는 까페를 발견하였기에, 우리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파인애플 스무디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평소라면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료이지만 여기서는 몇 배의 만족감을 더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트에서 장을 보며 느낀건 우리 동행들은 뭔가 무해한(?) 사람들 뿐이었다.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주는 여행속의 남다른 목적을 갖고있는 사람도 없었고, 술을 사도 그냥 마시면 마시지~ 라는 마음으로 먹고 달리자! 라는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담배피는 사람도 없었다! 돌이켜보면 이것이 여행의 질을 한 단계 높여주었으리라 생각한다. 다들 여행의 주된 컨텐츠를 놓치고 필요 이상으로 망가지지 않았으니까!
쨌든 술을 더 살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모으고 물과 음료를 바리바리 사들고 출발!
가이드 엥크는 따로 도시락을 구매하여 중간에 밥을 먹을 준비를 했다. 가는 길에 식당이 없다는 얘기지. 후후. 오히려 좋은걸.
출발 후 낙타무리를 만나기 시작했다. 차를 만나서 황급히, 아슬히 자리를 피하는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여유로웠다. "그냥 오니까 피해야징~" 하는 느낌.
돌아가면서 낙타 2행시. 6개 중 역작을 아래에 소개한다.
낙 : 낙타가 말했다. 타 : 타!
또 우리는 중간에 푸르공 차를 마주했다. 아마 같은 여행사의 한국 여행객을 된 차량 같았다. 처음엔 서로 우호적으로 싸인을 보내다가, 그쪽이 우리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바로 앞에서 보란듯이 추월! 이거이거 가만히 있어줄수 없지.
왜냐면 그쪽보다 우리가 더 신나거든!
그리고 앞질러가기와 추월당하기를 반복했다! 우리는 환호했고 손으로 you lose 제스쳐를 취했다. 긍정의힘 긍졍누나는 추월당하면서도 하트를 날렸는데, 거기다 대고 너무 '아가페' 아니냐고 장난스레 다그쳤다.
몇 시간을 달렸을까, 우리는 땡볕 한가운데 차를 세우게 되었다. 육감으로 전해지는 사막과 대지의 기운!
우리는 우선 밥을 먹기로 했다. 차 옆에 앉아서 식사를 하자고 했고, 그림자가 3명 남짓 들어갈 정도 밖에 안되어서 가위바위보를 해서 그림자팀, 땡볕팀을 나누어 밥을 먹기로 했다. 이런 복불복 마니아들 같으니라고. 그늘에서 먹을 생각으로 좋아하던 찰나 그냥 차에 들어와서 먹으라길래 먹었다.
메뉴는 양고기와 야채와 구황작물로 된 도시락! 다들 먹다 말았지만 나는 너무나 맛있는 걸~ 다른 남긴것들로 배를 더 채웠다. 그리고 서로 잘 맞는 동행이라고 얘기했다. 사소하지만 밥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니까. 가만 생각해보면 평소에 일상을 보내면서 체면치레 하던 내가 아니라서 참 좋았다. 먹고싶으면 옆사람이 남긴 거라도 그냥 먹고, 아니면 그냥 마는거다. 이게 자유고 나다운 순간이지 별게 있겠는가.
사막의 시작을 대하는 우리 6인의 자세! 포즈를 잡고, 관망하고, 촬영하고, 저~ 멀리 응가하고.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사막을 느꼈다. 음~ 사막 냄새. 사실 별 냄새는 없지만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여기는 나랑 맞는 곳이야.
하지만 다가올 갈증의 공포에 대해서는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푸르공은 으쌰으쌰 달렸다. 그리 길지 않은, 1~2시간 이내로 우리는 숙소에 먼저 도착할 수 있었다. 일정상 휴식을 취하라는 말에, 뭔가 셋째날이니까 피로를 고려해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기사님과 가이드 엥크는 친구를 만나고 올테니 쉬라고 한다. 4시쯤 낙타를 타고, 그 이후로 해가 어느정도 사그라들면 고비사막을 오를 거라고. 그때가 한 2시쯤으로 기억한다. 하긴, 투어 담당자분들도 몽골에서 친구들이 있을 테니, 이정도 친목이나 휴식은 나같아도 즐기고 싶을 것 같았다.
숙소 안에서 낮잠을 청하고,신청곡 받아 기타를 연습하고, 사막을 느꼈다. 건조해서 체감온도는 그리 높진 않았지만 더위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낙타를 타러갔지. 살아있는 낙타. 가까이 가서 보니까 말보다 키도 덩치도 컸다. 근데 뭔가 좀 더 평화로워 보이는 느낌.
한마리 키우고 싶었다. 진짜다. 내가 여기쯤 살면서 앞마당에 낙타 한마리 키우면 뭔가 강아지같은 애들보다 사랑으로 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난 커다란 애들이 좋다. 덩치는 산만해가지고 귀여우면 더더욱 좋다. 대놓고 쪼그맣고 애교있고 귀여운 애들보다 뭔가 더 매력있다.
낙타 on
드넓은 사막과 평야 속에서 우리는 3명씩 짝을 지어 거닐었다. 햇살은 구름 덕에 그리 따갑지는 않았다.
낙타의 혹을 만져보았다. 부드러운 것이 뭔가 감촉이 좋았다. 생각보다 딱딱하다면 딱딱하고, 물렁하다면 물렁한 혹. 쌍봉낙타의 골짜기에 안착해서 온순한 낙타를 느끼는 건 생각보다 더 신났다. 말보다 키가 커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주변은 평화 그 자체였다.
그냥 낙타와 함께 산책 정도를 다녀오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느낌을 받았다. 살아있는 것과 피부를 살포시 맞대고 있있기 때문일까?
코를 만지니 침을 뱉는 낙타. 열받은 낙타.
간지러운지 자꾸만 내 발에 대고 얼굴을 부비작대는 낙타.
구부정한 목에, 별 생각 없어보이는 낙타.
생각보다 길들여짐을 즐기고 있는 듯한 낙타.
산책을 마치고 메탈슬러그 게임처럼 자리에 우아하게 앉는 낙타.
뜬금없지만 이런 느낌이 실사화되어서 너무 신기했던걸
낙타들은 미묘하게 표정이 달랐다. 한 친구는 좀 건드리면 안될 것 같았고, 한 친구는 우리에게 호의적이었으니 이 친구를 골라 뽀뽀하기로 결심했다. 거절은 거절한다. 내가 한국에서 출발할 때부터 결심했던 일이기에 포기할 수 없었지.
뽀뽀를 위해 서로 다가와야 할 거리 중 내가 80%는 다가가서 멈출 계획이었다. 그 이상은 폭력이다. 20%는 낙타의 선택일 것이다. 아니 사실 겁나서 면전에서 망설인 걸 합리화하기 위한 수치적인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귀여운 모자와 선글라스를 쓴 낙타에게 조심스레 다가가자 그는 마침내 고개를 살짝 갸우뚱 하더니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순간 뒷걸음질 쳐버렸다. 그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 내가 다가가놓고 막상 다가오니 내빼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나는 더이상 그 친구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내고 싶지 않아 물러났다.
야레야레, 본인은 역시 나쁜 남자가 되긴 글렀다.
주는 사랑(왼쪽)과 받는 사랑(오른쪽)은 언제나 한쪽으로 기우는 법. 마치 자석이 서로 밀어내듯, 우리는 엇갈렸다.
동행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어쩌면 다시 오기 힘든 낙타들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함께하는 시간을 보란 듯이 즐기었다. 자연 속의 가축들이 보기 좋았고 편안하게 교감할 수 있었던 건 그들이 무언가에 억압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임을 실감하며 나도 두 봉우리와 긴 목, 우스꽝스러운 되새김질을 마음 깊이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