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여행의 이튿날이 밝았다. 이제 진짜 본격적(이 단어를 마지막으로 쓰는 순간이길 바란다!)으로 여러 관광지도 둘러보고 이동도 중간중간 많이 하고, 또 달라질 색다른 풍경을 찢어진 입으로 맞이할 날이다!
나는 거듭 말하지만 여러 명이서 여행을 가면 게임을 하는 걸 좋아한다. 여행에 오기 전 굉장히 다양한 게임을 구상했었고, 첫 관광지 '차강소브라가' 로 이동하며 '첫글자 부르고 노래 맞히기'를 했다.
우리의 푸르공 감성 여행에서 음악이 빠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긍졍누나는 아이돌 음악 취향, 해외파 Rain누나 잘 모름. 토마스는 옛날 노래. 진이는 한국적인 케이팝 노래. 헉이형은 직접 담아온 노래를 블루투스 스피커로 들려주기. 그들에게 나는 노래를 틀지 말고 노래를 부르라고 했다! 왜? 그래도 아무런 신경 쓸 필요도, 눈치 볼 필요도 없으니까.
몽골의 그랜드 캐니언이라고 불리는 '차강소브라가'. 멋진 풍경이었다. 아침에 비가 와서 입었던 밋밋한 후드티를 사랑하는 셔츠 중 하나로 바꿔 갈아입게 하는 곳이었다. 야외에서 바로 갈아입는 나의 모습은 다른 이들의 '가지가지 하네' 라는 즐거운 비아냥을 자아냈지만 여행에 있어 패션과 사진은 매우 매우 중요하잖아?
그리고 갈아입으며 단체 셀카.
다들 즐거워 보이잖아? 그럼 된거다. 부릉부릉 다시 시동을 건다! 두번째 페이지 시작~!
이전에도 말했지만 우리는 별자리 별로도 판초를 맞췄다. 극한의 컨셉! 붉은 스카프 2개, 푸른 스카프 2개, 그리고 브라운 계열의 판초 2개.
각자 알맞은 무늬의 스카프로 우리는 주어진 첫 번째 무대를 어떻게 지배하고 씹어먹을까 고민하며 나아갔다!
기암괴석과 풍경을 우리를 압도하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화성 같은 풍경을 갖고 있기도 했다. 멀리서 보면 지층도 보이는, '박효신의 야생화' 나 '빅뱅의 Love Song' 처럼 해외 뮤직비디오를 촬영해도 손색이 없는 그 그림속에서 내딛는 한 발 한 발은 첫 관광지임에도 애타게 소중했다.
가이드 엥크는 나를 보고논 왕이라고 불러주었다. 내가 투어사와 직접 소통했고, 동행을 모집했기 때문이며, 리더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아 주었기 때문이었나 보다.
나는 기꺼이 그 상황극에 응해주었고 왕비와 함께 차강소브라가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저기까지 내 땅이오. 엥크는 그렇게 알아두시오.
그리고 내가 있는 곳으로 가장 먼저 도착해주는 자를 왕비로 임하겠소.
어쩌다 이제야 나타나셨소?
하고 혼자만의 연극을 펼치며!
그리고 또 하나. 뮤지컬을 한 편 찍어야겠다고 생각헀다. 우리만의 지금 이 순간!
셀카를 꺼내 들고 형님과 동생과 지금이순간을 외쳤다. 그 영상은 유튜브로 남겨 놓겠다.
마지막으로 돌아가는 길은 코끼리코 10바퀴 돌고 달리기 시합하기. 같이 놀러온 애기들 잡으러 가기.
해맑게 웃으며 뛰노는 아이들은, 단순히 여행의 일부 이상으로 몽골여행 그 자체의 뺴 놓을 수 없는 국가와 대지의 일부였다. 세계 유산으로 지정해야 하고, 몽골 여행 가이드북에 같이 노는 법을 매뉴얼로 만들어놓아야 한다. 그렇지? 읽는 당신에게도 강요하는 거, 맞다.
다시 돌아와 이동을 시작했다. 뭔가 사뭇 다른 느낌으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마음에 나만의 갬성을 한스푼 타서 휘휘 젓고 게임을 한모금 제안했다. 게임에 걸릴 때마다 개인기를 하라고 푸시를 하니까 좀 부담스러워하는 느낌이라 걸리는 사람 없는걸로!
그래서 준비한 것, 나의 인생 그래프 그리기. 살면서 제일 잘한일과 제일 아쉬운 일 이야기하기. 사랑 얘기.
서로의 삶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서 했던 이야기였고 마음 착한 동행들은 다 내가 이끄는 게임에 흔쾌히 응하며 재밌는 이야기를 펼처 주었다. 이상한 남자가 꼬인 썰, 무릎에 갑자기 손이 들어온 썰, 손을 잡고 부끄러워한 썰,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느끼는 썰, 4년간의 짝사랑 썰. 선생님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 아팠던 이야기. 철들었던 이야기. 호강했던 이야기. 다른 6가지 색깔과 6가지 향기를 뿜는 삶의 이야기.
이야기가 끝나고 회고가 길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기억에 오래 새겨진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후에 나오는 그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를 대입해보며 조금 더 부드럽게 이해할 수 있었던 윤활제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도착한 한 마을 '달란자드가드(Dalanzadgad)'. 처음으로 느끼는 아기자기하고 도시적인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마트에 들를 작정이었다.
타이쿤 게임으로 만든 듯한 마을. 날씨가 이보다 좋을 수가 있나.
약간은 유럽 느낌도 나고 동화 느낌도 나고, 그러면서 평원 속의 도시라는 것도 납득이 되는 형용이 어려운 도시에, 우리는 굳이 에너지를 더 쓰지 않아도 신이 나서 웃고 떠들고 서로에게 기쁨의 몸짓을 보내었다.
그리고 도시를 이곳저곳 만지고 보고 느끼다 보니 기다리던 식사가 준비되었다.
이곳은 몽골의 김밥천국인가? 제육덮밥과 오므라이스?
가이드가 알아서 섞어서 시켜주었는데, 여러 양고기로 된 음식들이었고 밥과 샐러드가 기본으로 곁들여진 것들을 보며 '이게 우리가 흔히 먹는 가정식 같은 거겠다' 라고 생각을 많이 했다. 고기도 괜찮았지만 샐러드가 참 부담이 없고 계속 먹게되는 맛이었다. 표정이 좋지 않아 보이는 허르헉 기피자 헉이형. 형한테 맛이 어떠냐고 물어보니, 질겅질겅 씹으며 그냥 그런데? 하는 표정이 인상깊다. 때깔 좋은 몽골의 튀김만두 '호쇼르' 도 먹었는데, 나중에 제대로 찍은 사진과 함꼐 한번 다시 언급하겠다!
몽골의 마트!
그리고 처음으로 들르게 된 마트. 있을거 다 있고 (아이스크림이 다시 녹았다가 굳은 것들 투성이인 것 빼고는) 특별할 것도 없지만 카트로 골목골목을 휘휘 젓고, 괜히 과자하나 더 구경해 보고. 음료수도 사고!
그리고 마트 뒷골목에 공터랑 쌓인 벽돌이 너무 이뻐서 찰칵.
똥뒷간일지라도 사람이 쓸 수 있는 화장실을 찾아 헤메던, 휴지와 물티슈를 기다리던 눈빛이 너무 애처롭던 토마스의 가엾은 표정에 터져 나온 실소에 귀여움을 새기고 마음으로 찰칵.
어서 휴지를 갖다줘야지!
몽골이라는 나라에서 물은 귀한 편이고, '얼려 있는 무언가' 는 특히 더 소중하다. 마을에서 볼일(진짜 볼일 포함)을 마치고 가기 전에 발견한 소프트 아이스크림 가게에 마지막으로 마을 찍먹하기!
먹어보면 굉장히 순진한(?) 맛이지만 그게 또 매력이다. 차가운 무언가, 그 속의 담백의 미학!
토마스가 기사님 것도 하나 사서 드리겠다고, 개인 돈으로 지불한 그 마음씨가 참 이뻤다. 난 기억하지. 그리고 여기 스치듯 잊지 않고 쓰고 있지.
우리는 출발하기 전,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가려고 했다. 넓디넓은 초원 길, 그 속에 방뇨하는 행위는 자유를 향한 몸부림이자 의식이며 자연을 따라 가는 여행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라고 어필하며, 쉽게 말해 가다가 흘려보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하는 나. 규범은 그 형성된 문화에 따라 달라지기에, 이런 것도 일탈처럼 느껴지기에 나는 합법적인 일탈을 더 하고 싶었나보다. 안에서 꿈틀거리는 부끄럼도 뜨거운 물을 확 붓고는 조용히 해! 명령을 해버렸나 보다.
그리고 모든 멤버가 다시 푸르공으로 타기 전, 나는 팔을 한 번 더 곧게 펼쳐 보았다. 몸을 한번 쭉 펴려고 했던 것도 있지만, 눈으로도 기지개를 켰다. 새털처럼 가벼운 싱그러움. 앞으로도 푸르르고 순수한 소프트 아이스크림같은 일들이 계속될 것만 같은 느낌. 그 마을에서의 반가움을 다시 한번 안고 다음 행선지 '욜린암'으로 우리는 향했다.